국제연대위원회 유엔UN 2012-03-02   2354

[논평] 인권개선은 말이 아닌 일관된 인권외교와 실천이 중요

 

인권개선은 말이 아닌 일관된 인권외교와 실천이 중요 

 

-탈북자 문제, 정치쟁점화하기보다 난민인정절차 접근 보장을 요구해야

-북 인권 개선 촉구는 남한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과 병행되어야 

-보편적 정례 검토, 인권이사회 회원국 선거를 앞둔 일회성 발언 안돼

 

지난 2월 27일 (월) 열린 제 19차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High Level Segment)에서 김봉현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은 리비아와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인권, 북한인권, 위안부 문제 등 여러 인권 이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탈북자 송환, 이산가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인권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인권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며, 동시에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는 국내 인권 개선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권 보호와 개선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처음으로 탈북자 문제를 언급했다는 데 주목한다. 정부가 탈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무조건적인 송환 반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송환될 경우 참혹한 박해(horrendous persecution)를 받을 위험에 처할 이들을 강제송환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강제소환금지원칙(non-refoulement)에 분명히 위배된다. 한편 난민지위에관한국제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주권국가의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북자들을 경제적 이유로 불법 월경한 이들로 볼 것인지, 난민지위에관한국제협약 상의 난민으로 볼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별로 탈북의 이유가 다를 수 있고, 남,북한 정부와 중국의 입장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강제송환 반대만을 강조하는 것은 탈북자 현실을 세세히 반영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논란만 키울 뿐이다. 한미동맹에 편중된 외교가 한중관계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접근은 탈북자 보호에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정부는 탈북자의 난민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게 탈북자들의 난민인정절차에 대한 접근을 보장할 것과 탈북자들을 폭넓게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국내 압박에 떠밀려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외교적 갈등을 초래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탈북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 납북자 및 국군 포로,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 등과 같은 인권 문제도, 북한 정부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만큼 한국 정부도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북한 사회 전체를 군사 대비태세에 돌입시키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우려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을 도와줄 의지가 있다면 주민들의 생존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자극하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 특히 대화가 단절된 상대에게 제기하는 인권문제는 진정성 없는 비난의 도구일 뿐이다. 

 

한국 정부가 분쟁 상태에서의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문제,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체적인 요구안을 언급한 것은 환영할 부분이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북아프리카와 아랍의 민주화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도 타당하다. 하지만 시리아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인권개선을 요구한 것과는 달리 리비아 사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 분쟁으로 치달은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선별적인 접근은 정치외교적, 경제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편적 인권’을 내세우며 북한 인권을 제기하는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고, 인권외교의 원칙과 일관성이 의심되는 지점이다.

 

한국 정부는 다가오는 10월, 유엔의 보편적 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두 번째 심의를 받을 예정이며 기조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내년에는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 선거에도 다시 출마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발생한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이 말해주듯이 한국의 인권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경각심조차 갖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도 국내의 인권 현안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일회성 공약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인권과 평화를 지향하는 외교의 원칙과 방향을 확고히 정립하고, 인권을 도구화, 수단화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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