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립 취지 맞는 강화 방향의 개혁 논의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대통령·국회의원을 제외하는 법 개정 논의부터 심지어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간 공수처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개청을 바탕으로 형사사법체계 재편에 따라 공수처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 척결과 공직사회의 특혜·비리 근절을 목표로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망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기소하고, 기존 수사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 봐주기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 기관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정치권력과 수사기관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시작된 만큼 ‘종이호랑이’로 설계된 공수처의 역할과 지위도 재검토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공수처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21년 1월 출범한 이래, 5년여 간 공수처는 의미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고위공직자범죄, 특히 검찰청 검사의 비위와 관련해 수사·기소하며 역할을 일부 증명해 보였다. 12.3 내란의 수사 과정에서도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이후 구속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이외 여러 사건에서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사실이다. 주요 권력형 범죄에서 더딘 수사 진행과 잦은 무혐의 종결, 기소한 사건도 법원에서 다수 무죄 판결을 받는 등 많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에는 출범 당시 최소한의 권한과 인력만을 부여한 공수처법의 구조적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 수사관은 40명에 불과하며 임기 또한 검사는 3년, 수사관은 6년에 불과해,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수사 전문성 축적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무엇보다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수사한 사건을 직접 기소하지 못하는 게 큰 한계이다. 출범 논의 당시 ‘게슈타포’ 운운하며 공수처를 ‘종이호랑이’로 설계하더니 이제 와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방치한 채 공수처의 성과가 없다며 수사권 축소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달리,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 이유와 역할이 구별된다. 중수청과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중복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역시 수사의 효율성만을 앞세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수사기관 간 사건 관할의 중복과 충돌은 합리적인 권한 배분과 조정 절차를 마련해 해소할 문제이지, 공수처의 수사권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공수처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논의가 아니라, 수사·기소권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며 수사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형사사법체계 재편을 계기로 공수처가 본래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논의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