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3년 09월 2013-09-06   1525

[놀자] 노래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나는 미친 듯 뛴다 – 야외 콘서트로 놀기

노래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나는 미친 듯 뛴다 – 야외 콘서트로 놀기 

 

야외콘서트에서 즐기는 색다른 ‘놀이’

 

참여사회 9월호

 

폭염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주말, 오랜만에 올림픽 경기장의 야외 콘서트에서 온몸을 불태워버렸다. 이제 밖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음악을 들을 나이는 지난 게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그래도 기회를 놓칠세라 푸드득하며 달려갔다. 세 군데 무대에서 교차로 벌어지는 뮤지션들의 목록을 꼼꼼히 체크하고, 이 공연 저 공연 부지런히 오고갔다. 처음엔 땡볕에 몸이 타버릴 것 같았고, 중간엔 땀에 절어 파김치가 된 듯했고, 돌아올 때는 폭우까지 만나 폭삭 젖어버렸다.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들을 어찌 잊을까. 그래 더 늦기 전에 또 달리자. 이 폭염에도 놀았는데 선선한 가을쯤이야.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음악 공연이 많아졌다. 꿈도 꾸기 어려웠던 스타 뮤지션들이 줄줄이 내한하고, 왕년의 전설들도 차례차례 인사를 하고 간다. 메탈리카나 라디오헤드 같은 록 스타들만이 아니다. 재즈, 월드뮤직, 라틴,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굳이 물 건너온 사람들만 챙길 필요도 없다. 국내의 뮤지션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좇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만날까? 만약 정식 콘서트 장에서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음악을 ‘감상’할 거라면, 나는 굳이 ‘놀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확 트인 야외에서 음악을 만나는 일이다. 거기에는 색다른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평생 못 잊을 야외공연들을 만나곤 했다. 뉴욕 윈터가든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브루클린 공원에서 고란 브라고비치 밴드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의 기억이다. 꼬마들부터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그 공연 자체를, 그날 저녁의 환희를 함께 만들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배운 ‘야외 콘서트 놀이’를 함께 나누고 싶다.

 

야외 콘서트는 하나의 파티다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의 기본은 무엇일까? 충분한 연습과 꼼꼼한 레퍼토리, 악기와 무대 장치는 당연하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의상이다. 그들이 얼마나 성의 있게 이 무대를 만들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무는 관객들에게도 있다. 야외 콘서트는 하나의 파티다. 우리가 파티의 주인이라면 그에 걸맞은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 록 콘서트라면 참여하는 뮤지션의 이미지가 박힌 T셔츠와 청바지에 약간의 액세서리를 더한다. 재즈 콘서트라면 팔랑거리는 셔츠에 조금 더 화려해 보이는 장식도 좋다. 물론 야외니까 편하게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차림이어야 하겠지만, 어디서 운동하다가 달려온 모습은 곤란하다. 그날을 추억하는 누군가의 공연 현장 사진에 당신이 잠옷 차림으로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라. 

 

 한낮의 야외라면 모자나 선글라스도 아주 요긴하다. 멋도 부리고 얼굴도 가릴 수 있다. 돗자리나 푹신한 방석도 필요하다. 비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너무 큰 우산은 뒷자리에 방해가 될 여지가 많다. 밤을 보내야 한다면 작은 초나 야광등을 가져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이건 필요할거야’ 라면서 사실은 자랑할 무언가를 챙기는 거다. 평범한 돗자리 대신 언젠가 방석을 만들기 위해 동대문에서 떼어온 뒤 옷방에 처박아뒀던 화려한 천을 깔아보면 어떨까?

 

 파티라면 역시 음식이 중요하다. 공연장에서 음식물 반입을 막는 경우도 있지만, 허가가 된 장소라면 심혈을 기울인 소풍용 요리와 와인으로 야외 파티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남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야외용 접이 의자 등 캠핑용품도 쏠쏠한 쓰임새를 얻을 수 있다.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줄 간단한 게임 도구들도 좋다. 혹은 미리 텀블러에 담아온 차를 마시며 우아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겠다.  

 

 자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부끄러움은 버리고 무대 앞 군중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소리 지르며 깡충깡충 뛰면서 평소의 스트레스를 함께 터뜨리자. 삼바나 살사 같은 라틴 리듬이 나오면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도 좋다. 주변에서 볼까봐 부끄럽다고? 모두가 미쳐 있는데 안 미치는 게 더 이상하다. 오늘은 모든 게 허락된 날이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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