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3년 10월 2013-10-07   2231

[특집]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재정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특집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재정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9월 5일 서울시는 ‘무상보육의 위기’를 막기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무상보육정책과 재정 모두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반면 중앙정부는 이미 서울시가 요구하는 이상 지원하고 있다면서 서울시 견해를 반박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수도 서울특별시와 중앙정부 사이에 이러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 논쟁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육 서비스는 지난날 전적으로 개별 가계, 특히 개별 여성들에게 맡겨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육아 부담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되었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자체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되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영유아 보육 서비스 지원을 확대시켜왔던 바, 한편으로 보육료의 지원 대상 연령과 수혜 소득 계층을 늘려왔으며, 또 한편으로는 양육수당제도를 도입하여 그 또한 지원 범위를 확대시켜왔다. 급기야 2013년에는 모든 소득계층의 0~5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방향을 정함으로써 보육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 논란이 많다. 

 

‘정부 간 재정관계’를 이해해야

 

우리가 흔히 ‘정부’라 부르는 경우 구체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있으며, 각급의 정부는 그 조달하는 재원과 수행하는 임무가 각기 다르다. 지방자치가 행해지는 나라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보육 재정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어떤 단계의 정부가 어떠한 재원으로 그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틀을 정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으로 그 서비스가 어떻게 공급되는가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재정학에서는 ‘정부 간 재정관계’의 문제라 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전국에 걸쳐 보편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서비스는 중앙정부가 공급하고,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게 서로 다르게 공급해야 하는 서비스는 지방정부가 공급한다’는 것으로서,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이 아니다. 그러면 영유아 보육 서비스는 어떠한 성격을 띠는 것일까? 대한민국 아이라면 전국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유사한 지원을 받아야 할 보편적 서비스인가 아니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지원받아도 좋은 지역적 서비스인가? 

 

참여사회 2013-10월호 이미지

 

견해에 따라서는 다소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영유아 보육 지원’이라는 서비스를 전국적, 보편적 서비스로 보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임무로 볼 수 있다. 특정 지역의 보육 서비스 대상에 대한 정보를 지방정부가 더 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공급 과정이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원칙적으로 그 재원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구체적인 공급 과정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에 회자되는 ‘보육 서비스 공급 중단 위기’ 운운하는 문제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보육 서비스가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그 서비스 공급 과정에 일정 부분 지방의 특수성을 반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방정부에게 재원의 일부를 분담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십수 년 동안 정부가 영유아 보육 서비스 공급 정책을 시행해오면서 이 서비스의 공급 책임이 중앙과 지방정부에 다 같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양자 간의 재원 분담 비율을 50:50으로 해왔다. 그래도 당시에는 서비스 범위가 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 간 재정관계’에 대한 인식도 깊지 않아 지방정부로서도 크게 부담으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점차 수혜 범위를 넓혀가면서도 그 재원 분담 비율이 달라지지 않자, 정해진 세원 배분 구조 하에서 지방정부로서는 그 몫을 부담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면서 점차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기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의 경우는 처음에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원 분담 몫을 정할 때, 재정적으로 자립 정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중앙과 서울시의 분담 비율을 20:80으로 규정해놓았는데, 점차 보육 서비스 수혜 범위가 넓어지는데다 특히 수혜자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에 이른 것이다. 

 

‘정부 간 재정관계 결정 메커니즘’ 이해가 더 중요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다른데 있다. 그것은 그러한 보육 서비스를 누구에게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정부의 고유한 일을 중앙정부가 자신의 재원으로 공급할 것을 결정하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원이 부족하면 중앙정부 스스로 다른 조달 방법을 강구하거나 아니면 서비스 공급을 줄이면 될 것이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전국적인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하여 그 공급 대상과 범위를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게 떠 맡으라하는데 있는 것이다. 설령 지방정부의 재원이 남아돌더라도 지방자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 주민의 의지를 담아서 하고자 하는 다른 일이 있을 수 있다. 하물며 국가 전체 세원의 80% 가량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는 서비스 부담을 추가적으로 더 부담하라 하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 서비스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 공급할 것이며 비용은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좋을지를 중앙과 지방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 아닌가?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을 위한 근원’을 찾는 것

 

진정 현실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크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가 그러한 의사결정을 할 때 지방정부의 의사를 듣도록 한 규정들이 있다. 특히 지방4대 협의체가 법적 근거를 갖고 활동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과 지방이 동시에 관련된 문제가 있을 때 그러한 단체가 실제로 하는 일을 보면 중앙정부에 호소하고 건의하는 일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마침 새 정부에서는 여러 채널을 통해서 지역 경제 내지 지방 재정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정부, 심지어 민간과의 사이에도 ‘협력’ 내지 ‘협약’을 강화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다루어질 때 중앙정부가 지역사회 내지 지방정부와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법적 내지 제도적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고 보면 위와 같은 논리적 타당성에 근거한 주장이나 특정 정권의 정책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진정 우리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보다 근원적으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그러한 서비스를 공급해주기를 원하는가, 그리하여 정부가 그러한 의지를 가지도록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주민의 뜻이, 국민의 뜻이 거기에 와 닿아있으며, 그리고 그러한 힘이 제도변화의 원천이 된다면 그들이 원하는 사회로 한발씩 더 나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해도 좋지 않겠는가?

 

 

우명동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지방재정학회 차기회장. 재정학 교수로서 국가 재정 활동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특히 지난 10여 년 간 재정 분권의 현상과 본질의 괴리를 규명하는데 주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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