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4년 05월 2014-05-02   1385

[참여연대 20년 성찰과 각오] 다시 신발 끈 단단히 매겠습니다.

고장난 나라,
여전한 개혁과제,
다시 신발 끈 단단히 매겠습니다.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참여사회 2014-05월호

 

권력감시활동 20년도 부족한 오늘의 현실

 

20년 전 일입니다. 성수대교 붕괴로 애꿎은 아이들과 시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 전 해인 1993년 서해페리호가 수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침몰했고,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시민들 위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총체적인 부실, 비리공화국의 맨 얼굴이 드러났던 시대였습니다.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단죄할 수 없다며 5.18 학살의 책임자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한국통신과 철도, MBC 노동자들의 파업이 처절하게 진압되었던 것이 1994년의 일입니다. 국가정보기관의 간첩조작 사건과 사회적 발언을 꽤 한다던 유명인의 주사파 발언으로 공안정국이 조성되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불바다 발언으로 이어진 남북관계의 파국과 북미간의 첨예한 핵갈등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그런 야만의 시대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1994년 9월 10일. 10여명의 상근자와 300여 명의 회원은 ‘시민의 힘으로’ 이 땅의 비리와 부패를 근절시키고, 인간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권력을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용산의 허름하고 좁은 사무실에 모인 이들은 권력이 군림하지 않는 나라,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 나라에 평화의 기운도 깃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참여연대는 흔들림 없이 권력을 감시하는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사법권력과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 투명한 행정과 공직자 윤리를 촉구하고, 국가기관 권력 남용에 대한 감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재벌 감시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감시활동,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시민의 권리구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평화군축운동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운동도 본격화했습니다. 활동 범위 면에서는 참여연대 그물망 권력감시 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투쟁의 현장에서 그리고 입법, 사법의 현장에서 참여연대가 펼쳐온 활동은 14,000여건에 가까운 활동목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들은 시민이 누릴 권리가 있고,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유권과 사회권, 평화권을 실현하려는 노력의 기록들입니다. 참여민주주의의 기치를 올렸던 참여연대는 한 걸음 나아가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국가담론으로 평화와 복지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평화복지국가를 제시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습니다.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 달려온 참여연대 20년의 활동은 분명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고 내세울만한 성과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있는 이 시점에 돌아보면 자괴감과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우리의 노력이 역부족이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놀랍게도 20년 전과 판박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현실은 더 열악하고 고약합니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고장난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빠이고 엄마이며 또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 두고 도망친 군상들과, 전력을 다하여 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정치권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저임금 비정규직을 남발하고, 안전을 위한 각종 규제조치들을 무분별하게 해제하였으며, 기업화된 구조업체를 이유로 민간인 구조를 배제하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게다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선박관리체계, 비리로 점철된 유착관계, 고도의 관료주의와 재난위기 대처 능력의 부재, 공직 윤리와 보도 윤리의 마비, 시민의 안전은 뒷전인 안보정책 등 온갖 병폐들 속에 한국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 뿐 만이 아닙니다. 먹고 사는 일이 막막해서 일가족이 목숨을 내려놓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끝없는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당하고, 안전조치가 부실해 재해를 입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국정을 농단한 것도 모자라 여전히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있는 국정원이 건재하고, 국민이 아닌 권력을 섬기는 검찰의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임을 부정하는 종북몰이나 매카시즘의 망령도 걸핏하면 되살아납니다. 정작 시민은 돌보지 않은 국가는 나라를 사랑하라는 안보교육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늘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조작해서 위기 국면을 모면하려고 합니다. 힘없는 시민들이 저항하고 하소연하면 되돌아오는 것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입니다. 소신있게 말하고 행동하면 제재와 겁박이 뒤따릅니다.

 

20년 전보다 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자본과 안보, 정치권력이 만들어 놓은 질서 안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스스로 구제 수단을 찾아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2014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 국민의 34.8%가 ‘나는 하류층’이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지난 1994년 11.8%의 3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국가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바닥난 이 나라의 자살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떠밀리고 있는데, 이 나라의 권력들은 자신들이 누려왔던 특혜, 특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유착관계를 더 공고히 할 뿐입니다. 많은 희생과 노력 끝에 제도화되었던 일부 개혁조치들도 뒤로 물리고 있습니다. 고장난 나라,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스무 살 참여연대의 새로운 각오

 

그래서 올해 스무 살이 되는 참여연대의 각오는 남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사회,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소홀했거나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깊이 성찰하고, 새로운 각오로 한국사회 변화와 개혁을 위한 걸음을 준비하려 합니다. 참여연대에 대한 회원과 시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민여론조사와 회원모니터단의 설문조사 결과는, 참여연대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책과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약자를 옹호하고 손 맞잡아 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과, 사회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해 성역에 과감히 도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진행되었던 20주년 성찰과비전위원회의 토론내용과 앞으로 활동방향이 다르지 않습니다. 참여연대 20년 활동을 진단, 평가하고 혁신해야 할 과제를 논의했던 성찰과비전위원회는 참여연대가 한국사회 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감시의 통로이자 수단이 되고, 고통 받고 소외받는 이들이 함께 의논하고 기댈 수 있는 벗이 되자는 기본방향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문턱이 높아 보인다는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에게 가깝고 친근하며 열린 참여연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재 참여연대가 준비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한국사회 비전과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시민은 안중에 없는 국가안보의 논리, 자본의 논리 대신에 인간에 대한 존중, 다양한 가치의 공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초점을 맞추는 국가정책의 변화와 사회운영 시스템의 전환을 제시하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권력은 영구적인 감시의 대상입니다. 비리와 부패가 발붙이지 않도록 관료의 공직윤리를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행정부처와 국가감독기관의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요구하는 밀착 감시활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권력의 불법행위와 특혜에 대해 용인하는 사법권력, 정치권력의 발본적 개혁을 위해 보다 촘촘하게 감시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 외교군사안보 등 우리 사회 성역으로 치부되는 분야에 대한 감시활동도 주춤거리지 않고 보다 도전적으로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시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활동도 한층 강화해야 할 영역입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와 노동권 보장은 물론 시민들의 주거, 교육, 의료, 통신, 최저생계와 노후대책, 금융 등에서의 공공성 확보는 국가의 책무여야 합니다. 온전한 시민권을 누리기 위한 기본 전제인 평화로운 한반도와 동북아를 위해 국내외 평화연대와 군축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참여연대의 각오와 실천은 회원, 시민들과 함께 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참여연대 활동을 돌아보면, 유권자, 소액주주, 공익제보자 등 시민을 권리의 주체로 세운 것이나, 1인 시위와 공익소송 등 창조적인 활동방식을 발굴함에 있어서도 시민이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연대의 가장 큰 자부심도 정부 지원금 0%라는 재정독립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 회원들의 존재입니다. 아카데미느티나무를 활성화하고, 회원 전담부서 이외 각 부서에서 회원과 시민들을 더 자주 많이 만나는 사업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2013년에만 자원활동가 89명, 청년인턴십 참가자 55명을 비롯해 참여연대 방문객은 914명에 이릅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면서 참여연대가 가장 많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더 많은 회원, 시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청소년, 청년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이들이 직접 활동을 기획, 집행할 수 있도록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언론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시민들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미디어홍보 전담부서를 두었고, 가까운 미래에 독자적인 미디어 채널을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건물도 시민과 지역주민들이 전시, 공연, 교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변신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참여사회 2014-05월호

 

시민이 바뀌어야 세상도 바뀝니다. 

 

참여연대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20년 동안 가꾸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진하려 합니다. 더 촘촘하고 강력한 권력감시활동으로, 더 많은 시민, 청년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그 길을 나섭니다. 그 길에 14,000명의 회원들과 상근자들, 전문성과 열정을 보태주시는 임원들과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합니다. 우리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뀐다고 믿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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