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거, 불편한 진실을 말하다
여론(기만)이 선거를 지배한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년 6월 4일 지방 선거는 지역의 새로운 일꾼을 뽑는 국가적 행사다. 시민 개개인은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내 손으로 자치단체장과 의원을 뽑는다. 이런 주권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기간에서야 비로소 유권자들이 후보자들로부터 대접을 받고 인사를 받는다.
투표권 때문에 그나마 선거 기간 중에 유권자들이 출마자들로부터 비굴할 정도의 미소와 허리 꺾인 인사를 받는다. 가만히 있는데도 다가와 악수하자고 하고 무엇이든 해줄 듯한 표정을 짓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어디나 선거 때가 되면 축제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된다.
안타까운 일은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당락이 결정되면 축제도 끝난다는 사실이다. 정치 선진국은 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선택받은 사람은 국익과 공익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당락이 결정되면 판이한 모습을 보인다. 떨어진 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얼굴도 보기 힘들어진다. 당선된 자도 이제 만나기 힘들어진다.
낙선한 자야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탓할 사람 없지만, 당선된 자는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던 그 아름답던 모습을 거두고 넓고 큰 집무실로 사라지고 주변은 측근들로 병풍이 쳐진다. 어렵게 만나도 선거철에 보던 친절하던 모습과 딴판으로 변해있다.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지도 않으려 하고, 소통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심할 경우 ‘막말과 욕설’로 대꾸하기도 한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오만한 권위주의는 집권에 성공하면 노골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선거를 축제에 비유하는 것은 옳은 듯하지만 사실상 잘못된 비유다. 짧은 축제 기간 동안만 유권자들이 대접받는다는 점에서는 옳다. 그러나 축제는 짧고 집권은 상대적으로 길다. 제대로 된 당선자라면 축제이후 진정으로 유권자들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선거를 결정하는 여론 그리고 미디어
현대는 미디어 선거라고 한다. TV를 비롯한 주요 미디어가 출마자의 정견을 발표하거나 토론을 열어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론을 수집, 공표하며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여론사회라고 부를 정도로 여론은 강조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지도자나 정책이 바뀌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여론을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래서 이해가 간다. 문제는 여론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권력은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한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어제의 우호적인 여론이 오늘 냉엄하게 돌아서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보도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심지어 언론이 허위보도를 통해 표적이 된 특정후보는 국회의원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여론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축소·과장 하는데 언론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집권초기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이명박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기관을 ‘내 편’으로 만드는데 앞장섰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가장 먼저 손 본 것이 여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들이다. 주로 낙하산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을 거세해버렸다. 공영방송사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관영방송으로 전락했다.
신문시장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친여·친정부 구조로 바뀌었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신문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에게는 ‘방송 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든 미디어 법을 통해 자기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법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어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방송을, 그것도 신청사 4개 모두에게 허락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아직도 정부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이 많은 종편이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불리한 편파보도를 하는 것은 태생적 숙명이다. 이로써 신문시장은 물론 종편을 통해 여론몰이에 앞장 설 수 있는 확고한 동지를 얻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신문, 방송, 통신사 등 여론형성의 3대 주요매체를 완벽하게 장악한 모양새를 갖췄다. 여기에 반발하는 기자, PD는 해고 등 중징계로 다스렸다.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이 계속 되고 있지만 한번 쫓겨난 언론인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상당수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여론기만 전술
스마트폰,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사이버 여론을 잡기위한 불법 행태를 국정원, 국방부 등 국가기관이 자행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 때문에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도 여전히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권의 3.15부정선거 비유와 관련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모르는 사이에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에서 여론조작 행위가 이뤄졌다면 억울하고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자신이 관련 없다는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직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야밤에 경찰이 이례적으로 황급하게 기자회견을 했으나 훗날 권은희 수사과장의 진술로 그 기자회견 내용은 거짓임이 탄로 났으며, 정확한 주장과 물증이 계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원세훈 전前 국정원장을 개인비리로 처벌하는 선에서 무마하려고 한다.
‘나는 몰랐고,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드러나는 사실들이 그렇지 않다면 전모를 정확하게 밝히고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권력행사가 있었다면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지 않으니, 사회적 논란과 분열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여론은 조작될 수 있다. 불공정한 미디어는 공정한 여론조성의 걸림돌이다. 정치권은 이것도 모자라 아예 불법적으로 여론공작팀, 사령부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에 나선다. 유권자들의 주권행위를 방해하는 공작은 법의 잣대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신성한 주권행사가 내외부의 방해공작없이 행사될 때 비로소 선거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김창룡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을 취재한 경험이 있으며 AP통신사 서울특파원을 거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을 역임했고, KBS와 MBC 등에서 미디어 비평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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