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3809

[특집] 천안함 사건과 박근혜 정부의 딜레마

특집 MB의 긴 그림자

 

천안함 사건과
박근혜 정부의 딜레마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이명박 정부 시절 일어난 가장 논쟁적인 사건은 아마도 천안함 침몰사건일 터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북한에 의한 폭침사건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다.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단 한 가지, 분명히 밝혀진 것이 있다면 정부가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한 대부분의 것들이 증거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른바 1번 어뢰의 진위여부,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실체 등에 대해서 비과학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맹목적 믿음만 강요하고 있다.

 

우선, ‘1번’이라는 한글 매직 글씨가 적힌 어뢰 부품이 ‘북한산’이고 이 부품에서 폭발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과학자들로부터 반박당하고 있다. 이승헌 박사를 비롯한 몇몇 해외 과학자들이 ‘1번’ 어뢰부품에서 수거된 흰색분말이 폭발재가 아니라 자연환경에서 형성된 침전물이라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면서 모의폭발실험을 재연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의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재연해보자는 주장을 거부하고 도리어 제안자들이 비과학적 주장을 하고 있다는 식의 대국민홍보에만 매달리고 있다.

 

둘째, 정부는 북한의 최신예 120톤급 연어급 잠수정이 중어뢰를 발사했다고 국민들에게 발표했지만, 정작 유엔에는 70~80톤급 구형 연어급 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했다고 보고하였다. 70-80톤급 북한의 구형잠수정은 국제사회에 익히 알려진 북한의 침투용 잠수정으로서 어뢰발사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천안함 논란은 현재진행형 

 

국내에서 진실공방이 있건 없건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수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제사회의 동의나 북한의 인정과 사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5개국 전문가가 참가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북한에 의한 폭침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스 에클스 단장을 비롯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어뢰추진체에 대한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좌초 흔적으로 의심받고 있는 천안함 스크루의 변형현상에 대해 스웨덴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구매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은 주로 한국측의 추론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서방국가들은 한국측의 조사결과를 ‘믿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한국정부의 결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소행’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0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는데, 공격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천안함의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고만 언급했다. 그리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남북관계를 침몰시킨 5.24 조치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이른바 5.24조치로 알려진 포괄적인 대북제재안을 발표했다. 5.24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에 대한 모든 경제협력의 중단, 민간교류 중단, 대북 심리전 재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5.24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되지 않은 남한 정부의 단독 제재조치여서 제재의 효과는 없었고, 제재에 익숙한 북한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북한과의 교역에 종사해오던 국내 기업들이나 개인들에게만 타격을 입히는 자충수로 작용해왔다. 또한 남북간 군사핫라인이 단절된 것은 같은해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건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남한 정부는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북한이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기 전에는 이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인정도 받지 못한 남한 정부의 주장에 북한이 응할 리 없다. 2011년 남북비밀접촉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발표한 5.24조치를 해소할 계기를 찾기 위해 남북한 비밀접촉을 시도했는데, 그 자리에서 남한 대표는 “북한 입장에서는 사과가 아니고 남한 입장에서는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는 공동문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 대표로부터 거절당한 것은 물론 회의내용까지 공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이명박 정부의 치명적인 유산과 박근혜 정부의 딜레마

 

천안함 사건 전후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구실이 되어왔다. 천안함 이후의 긴장을 이용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는 태평양 군사력 집중전략을 본격화했고, 북한위협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에 대응하는 군비확대와 합동군사훈련을 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중관계는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한반도 군사긴장과 불법대선개입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은 현 박근혜 정부는 내걸고 이른바 한반도·동북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통일대박’이라는 구호로 적극적인 통일캠페인도 시도하고 있다. 이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실패, 즉 남북관계의 교착과 한중관계의 악화를 개선하려는 보수정부판 한반도 긴장완화 정책이 될 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천박한 흡수통일론의 재판이 될 지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를 사실상 침몰시켰던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를 그대로 두고서는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쏟아진 시민들의 의혹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답은 재조사나 검증이 아니라 이른바 ‘대국민심리전’이었다. 종북좌파 세력들로부터 ‘국민들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국정원, 군사이버사령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불법적인 정치공작이 천안함 이후 본격화되었고 결국 불법 대선개입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로 물려받은 이 치명적인 유산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출범의 정당성 자체가 의심받아야 했고, 정당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종북몰이와 정치공작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작적인 통치방식이 계속 통할 수 없다. 최근의 개각에 쏟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도 그 반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모면하기 위해 강조했던 ‘국민통합’에 걸맞은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보다 더 참혹한 실패와 가혹한 평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극심한 조기레임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컨트롤 타워). 2010년 천안함 침몰 당시, UN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어버이들이 참여연대 앞에서 시위를 하게 한 장본인. 닮은 연예인 배철수, 이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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