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5년 07월 2015-07-02   1239

[경제]누구를 위한 서민금융 대책인가

 

 

누구를 위한 서민금융 대책인가

 

 

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출생. 서울대와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조교수로 근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 후 홍익대 경제학과에 현재까지 재직 중.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음.

 

지난 6월 23일 금융위는 서민금융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역시나’였다. 이번에는 ‘혹시나’조차 없었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복지로 해결할 문제를 대출로 풀지 말라고 입이 아프게 얘기 했건만, ‘차상위계층 이하 자녀의 방과후 수업’에 대해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는 대책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이들에게 복지가 필요한가 아니면 대출이 필요한가? 상환능력이 없는 계층에게 정부가 나서서 약탈적 대출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들이 대출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로 만들 것인가?

 

참여사회 2015년 7월호 (통권 224호)

서민없는 서민금융대책
금융감독 당국의 눈에는 채권자만 ‘내 자식’이고 채무자는 ‘남의 자식’인 것도 그대로다.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를 5% 포인트 인하하는 정책을 보자. 필자는 법무부 상사법무과가 주최하는 이자제한법 좌담회에 몇 번 갔었던 적이 있다. 시민단체가 최고금리 인하를 주장하면 반대하는 데가 3군데 있다. 대부업협회, 금융위, 한국은행이 그들이다. 대부업협회가 금리 내리면 자기들 다 망한다고 엄살 부리는 것은 애교로 봐 준다고 해도, 자금 공급이 줄어들어 문제라거나, 정작 꼭 필요한 사람은 대출을 못 받는다면서 반대하는 금융위나 한국은행의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신통하게도 먼저 금리를 내렸는데 논거가 가관이다. “대부업체들이 버틸 만하니까 내려도 된다”는 것이다. 왜 더 내리면 안 되나? 이에 대한 대답은 점입가경이다. “25% 수준으로 인하할 경우 대형 대부업체(28개사)가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란다. 이게 서민을 위한다고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할 소린가?

금융당국이 기를 쓰고 채무재조정 업무를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그대로다. 채권 금융기관을 대리한 통합적 채권회수기구인 신용회복위원회를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작년의 일이다. 이번에 들고 나온 꼼수는 사탕이다.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채무재조정 절차를 이용하고 말을 잘 들으면(즉 24개월 동안 잘 갚으면) 50만 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통합도산법을 통해 법원이 관장하도록 한 법정 절차인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여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법무부나 법원과 상의라도 했나 싶어서 보도자료 표지를 살펴보았더니 금융위, 기재부, 행자부, 농축수산부, 보건복지부, 해수부, 산림청, 중기청, 금감원이 다 나와도 법무부와 법원은 안 보인다. 

정부 부처가 국가가 인정한 공식 채무재조정 절차인 법원의 개인회생절차가 있는데, 다른 사적 절차에 차별적인 특혜를 주는 정책을 발표해도 괜찮은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도산법의 원리로 보아도 말이 안 된다. 도산법에는 채권자들이 채무자가 법원 절차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러 저러한 도산회피조항을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법원은 지난 2007년에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공동관리 절차를 이용한 경우와는 달리 상장폐지를 규정한 증권거래소의 구 유가증권상장규정 제37조 제1항 제9호를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냥 개인회생절차에도 이런 혜택을 주면 끝날 일이다.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금융정책
정책이 왜 이런 내용으로 발표되었을까? 금융위가 바보라서? 아니다. 모든 경제부처 관료들이 세종시로 내려 간 마당에 서울시청 부근에서 근무하는 금융위에 바보들이 모일 리가 없다. 금융위의 정책방향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하에 있다.

그것은 금융위 관료들의 지대 추구 동기다. 주지하듯이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고 따라서 언제나 양(+)의 이윤이 발생한다. 규제자는 당연히 이 양의 이윤을 금융기관과 갈라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금융기관의 이윤을 저하시키는 정책을 막아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가로 다른 혜택을 요구한다. 그것이 퇴직후 금융기관 재취업이다. 금감원 퇴직자는 감사로, 금융위 퇴직자는 사장, 회장, 대표이사, 협회장으로 낙하산타고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언제나 ‘내 자식’이고 서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하는 ‘걸림돌’인 것이다. 대부업체가 힘드니 금리를 못 내리겠다는 것도, 연체 서민을 철저하게 ‘단속’하기 위해 채무재조정 기능을 수호해야 하는 것도 이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지대 추구 행위의 정점에 서민금융진흥원이 있다. 원스톱 서비스를 앞세워 자금공급과 채무재조정 기능을 함께 해야 하고 채무자의 숨겨진 재산을 탈탈 털기 위해 신용정보의 집중과 타 기관 정보와의 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기구를 만들면 금융위와 금감원 퇴직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긴다. 공공기관으로 만들어 공직자 윤리법을 무사통과하는 것은 덤이다.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진정한 민낯이다. 그 아름답지 않은 민낯 아래에 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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