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사찰 의혹, 국정조사해야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청원서 국회 제출
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
지난 7월 9일,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의 ‘해킹팀’이라는 업체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른바 국정원 해킹사찰 의혹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해킹팀’의 자료를 분석한 언론매체와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이 법적인 절차를 따르지도 않으면서 해킹사찰을 했고, 국가안보문제와 관계없는 국민도 해킹을 통해 사찰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을 여럿 제시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두 달이 가까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한 뒤 입을 닫았으며, 국회의 검증도 거부하고 있다. 검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의심할 만한 정황들은 많지만 자료들을 국정원이 꽁꽁 숨기고 있으니 언론 기자들과 야당,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국가정보원의 18대 대선개입 사건만 하더라도, 퇴직 국정원 직원의 결정적 제보와 권은희 수사과장이 이끌었던 경찰의 초동 수사를 통한 증거확보, 검찰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이 사건은 국정원에 대해 실효성 있게 감독하고 자료제출요구권을 가진 독립적 감독기구가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준다. 참여연대는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비롯해 ‘국외정보 수집’ 기관으로 국정원의 역할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10여 년 전부터 제시했고, 2013년에도 민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과 함께 국회에 청원안을 제출한 바 있다.
되돌아보면 지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책임자 처벌에 그치고 국정원 개혁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 지금같은 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국정원은 국내정보와 국외정보 수집권을 넘어 수사와 집행권을 가지고 있고, 다른 정부기관의 활동에도 간섭할 수 있는 ‘공룡조직’이다. 정보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의 정보기관들의 권한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가을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화두가 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을 채근할 것이다.
진상규명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계속해서 조사검증에 협조하지 않고,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국정조사 실시와 국정원 개혁을 거부하면, 내년 국정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거나 대폭 삭감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국정원과 정부·여당을 압박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8월 20일 뜻을 함께 하는 단체들과 함께 이런 주장을 담은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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