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비참한 죽음 야기한
노동의 외주화
글. 최재혁 경제노동팀장
서울시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사건의 후속조치로 해당 직군의 직영, 기부채납의 형태로 운영·관리 중인 24개 스크린도어의 재구조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① 대책의 이행을 지켜봐야겠지만 ‘아웃(OUT)’소싱된 사업과 업무를 ‘인(IN)’소싱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일단 긍정적이다. 모든 문제는 외주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의역 정비노동자 사망을 추모하는 포스트 잇과 꽃다발로 가득한 스크린 도어. ⓒ오마이뉴스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 되는
외주화 구조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도입 목적은 이용자의 안전, 역사 내 공기의 질 개선 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역들의 스크린도어는 스크린도어의 광고사업권을 갖고 있는 광고회사가 유지·관리·보수하고 있다.
여기서 매우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광고회사가 지하철 이용자의 안전, 역사 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한 의지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대답은 잦은 고장과 수차례 반복되었던 인명사고이다. 광고회사 입장에서 유일한 이윤이자 동기는 광고수주이고 대략 20년의 운영권이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사건 때에도 서울시는 광고회사의 스크린도어 운영권을 박탈하지 못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대한 유지·관리·보수의 책임이 있는 광고업체에게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대한 유지·관리·보수는 비용이고 광고는 이윤이다. 광고업체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본말이 전도된다.
비슷한 일은 서울시내 버스중앙차로 정류소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시내 버스중앙차로 정류소는 겨울철에 물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물이 얼지 않게 하는 물질을 사용해왔고, 이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노동사회위원회가 “정류소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사용되고 있냐”고 질의하자 서울시는 “중앙정류소 승차대 동절기 물청소 시 사용되는 세정액과 관련해 유지관리 민간위탁업체 확인결과 2015.1.7. 세정액을 전량 회수 조치하였으며, 현재는 동계 청소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에탄올 및 친환경 세정액을 사용 중이라고 회신 받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쓰긴 썼다는 뜻이다.
서울시내 버스중앙차로도 광고회사가 기부채납의 형태로 사업권을 보장받았다. 이 광고회사에게도 정류소에 대한 유지·관리·보수는 비용이고 광고는 이윤이다. 일하는 노동자나 이용하는 고객이 다치거나 죽는 것도 비용이고, 이 비용이 수익보다 크지 않다면 사업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 하에서 외주화는 수익을 소수에게 집중시키고 비용은 수익을 얻은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에게 전가시킨다. 때문에 외주화는 그 자체의 문제로 근절되어야 하고 그래서 직영전환, 민자사업의 재구조화 등을 포함한 서울시 대책은 환영할 만하다.
업무나 고용형태를 막론하고
발생하는 산재
그런데 산업재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SH공사, 시설공단 등 11개 산하기관에서 596개의 외주사업에 2,241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설비(승강기 등) 및 시스템(전기·통신 등) 관련 외주사업은 전체의 2.4%로, ‘일부’라고 설명했다.② 서울시가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7개의 ‘안전 업무’는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포함하여 경정비, 구내운전, 역사관리, 특수카, 전동차정비, 궤도보수 등이다.
서울시는 외주화된 사업 중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일부’ 외주화 사업을 직영 전환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실에서 산재는 업무형태나 고용형태를 막론하고 발생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 수거작업은 외주화되어 있으며, 소위 ‘생명·안전업무’라고 분류되지 않지만 외주화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쓰레기 수거 작업의 경우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차도 사람도 없는 밤중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쓰레기봉지에서 삐져나온 금속에 베이고, 흘러나온 오폐수로 인해 피부병에 걸리며, 차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인원은 부족하고 안전장구는 부실하며 업무량은 많다. 원청은 이를 외면하고 외주업체는 비용을 줄이며 노동자는 다치고 죽는다.
성동구의 자료③에 따르면 2015년 성동구에서는 총 10건의 산재가 있었는데, 공공근로와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고령노동자와 환경미화원이 골절, 타박상, 찔림, 베임 등의 산재를 당했다. 이 자료에는 성동구가 자체 고용한 기간제, 일용직, 공공근로 범주의 노동자에 대한 산재현황만 포함되어 있다. 구청의 발주공사나 위탁, 민자 사업과 관련한 산재에 대한 기록은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관련 산재가 없다는 것인지 산재관련 ‘자료’가 없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산재는 업무가 생명·안전 업무냐 아니냐를 넘어 외주화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하거나 방치된다.
외주화의 근절은 올바른 방향이다. 아쉬운 점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되어있는 소수의 업무만 ‘인IN’소싱하겠다는 대책에서 산재의 의미와 사회적 맥락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를 넘어 외주화된 사업 전체, 혹은 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 생명·안전업무가 아닌 청소와 시설관리, 그리고 당연히 서울시 본청에서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산재 관리와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동사회위원회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서울시, 서울시 산하 기관 및 25개 자치구 등의 산재현황과 산재관련 대책의 이행여부와 정도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일부 답변을 수령한 결과, 산재 현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외주화 그 자체이다. 앞으로 노동사회위원회는 지자체가 외주화와 그로 인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것이다.
① 서울특별시. 2016.06.16.(목) 보도자료 <서울시, 지하철 안전 업무 7개 분야 직영전환 및 ‘메피아’ 전면 퇴출>
② 서울특별시. 2016.06.07.(화) 보도자료 <박원순 시장, 시민안전 위협하는 특권·관행 척결>
③ 서울특별시 성동구 2016.03. <2016년도 산업재해 종합 관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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