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돌봄의 꿈이 이뤄지도록!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 빠졌으나 유의미한 전진
글. 조희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8월 31일, 저녁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기만료 폐기되었고,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재차 발의된 지 1년 반만의 일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팔팔한 20대의 몸으로 100살까지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몸은 연약하게 태어나 잠깐의 건강한 시기를 보내고 나이가 들수록 고장 나게 마련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어린 시절을 거쳐 다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됩니다. 즉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예외 없이 돌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필수적인 돌봄을 대대로 가족에게 의존해 왔습니다. 아이도 가족이, 노인도 가족이, 환자도 가족이 돌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시설이 문을 닫자 노인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집에 돌봄이 가능한 사람과 돌봄을 위한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돌봄의 격차는 가속화되었고 돌봄 공백은 점점 커졌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돌봄의 문제가 개인의 능력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며,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 정당한 권리임을 깨달았습니다.
공공 중심 사회서비스는 시대적 요구
사회서비스원.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아리송합니다. ‘원(園)’은 시설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해보지만, 사회서비스가 무엇인지는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사회서비스’란 간단히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돌봄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아는 어린이집, 요양시설을 포함해 환자나 노인, 아동을 돌보는 모든 서비스가 사회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사회서비스가 민간에 맡겨져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질적으로 열악한 종사자 처우 문제가 발생했고, 돌봄서비스의 질은 점차 악화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공공이 책임지고 돌봄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는 길뿐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위해 2017년 처음 사회서비스 공단을 제안했습니다. 2019년, 정부는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 바 있고, 2021년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11곳의 지역에 사회서비스원이 설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범사업 기간 동안 근거법이 부재한 탓에 현장에서는 예산이 부족해지는 등 여러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서비스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의 제정을 촉구해왔습니다.
2020년 11월 19일, ‘공공성 담보된 진짜 사회서비스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기자회견
끈질긴 촉구, 고군분투한 결실···.
이번에 통과된 사회서비스원법은 완벽한 법안이 아닙니다.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밀려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민간기관들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그런 민간기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핵심 조항을 후퇴시켰습니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공립에 시설을 우선적으로 위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시스템상 민간과 공공이 위탁 경쟁을 하게 되면 수익이 나지 않고 실적이 거의 없는 공공기관보다 민간기관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은 경쟁에서 밀려 지금의 민간 과잉 시장에 절대 진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이렇게 중요한 국공립 우선위탁 조건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이마저도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수정해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운영 확대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돌봄의 공공성 확보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법안의 취지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국회를 비판하고 법안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지만 결국 수정되지 않은 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는 책임지고 스스로 후퇴시킨 사회서비스원법의 취지를 되살려 놓아야 합니다. 후퇴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내 전달체계를 보강해야 합니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체계 보완해나가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는 의미 있는 전진입니다. 시민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실적을 중시하는 민간 중심 돌봄체계를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사회서비스원법의 제정입니다. 드디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첫 삽을 뜬 것입니다.
누구나 걱정 없이 돌봄을 제공받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히 많은 장애물과 벽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평등하고 안정적인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초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참여연대도 그 장애물을 건너고 벽을 넘어 온몸으로 체감하는 좋은 돌봄, 인권이 보호되는 돌봄의 실현을 위해 계속해서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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