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1년 12월 2021-11-30   1402

[특집] 기업지배구조 개선, 여전히 해답이다

PSPD MAGAZINE 2021.12. no.291-6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2017년 촛불 이후 다시 대선의 계절.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함께 급격한 변화를 거쳐온 한국 사회. 지난 5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참여사회>가 주목했던 이슈와 방향 제시는 바뀐 사회 조건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가? 달라진 조건에 속에 시민과 여론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B/A(비포 애프터)를 통해 사안과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이 업데이트하고 “그래서 그 이슈 어떻게 됐는데?” 궁금해 할 독자들에게 A/S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집자주 

 

 

 

Before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무소불위 경제 권력의 몰락을 예고했으나,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는 경제논리와 시민여론을 이유로 가석방시켰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 공식 별세 후 그가 생전 소유한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며 ‘이건희 컬렉션’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삼성’을 바라보는 여론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왔는가. 한국의 재벌개혁 운동, 그 달라진 조건과 현재를 짚어본다. 
 


 

After

기업지배구조 개선,
여전히 해답이다

 

글. 노종화 변호사,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이재용 가석방,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5년 전 이맘때, 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다. 광화문을 지나 자하문로 초입 경복궁역 앞까지, 거리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 규명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후 특검은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로 국정농단을 도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 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을 인용했다. 그 당시 누군가 5년 후인 지금의 상황을 예측해보라고 했다면, 아마도 기대에 찬 답변을 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박 전 대통령도 공약했던 ‘경제민주화’가 조금은 진전됐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5년이 지난 지금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재벌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문제는 여전해 보인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그룹의 경우, 과연 어떠한 변화나 개선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 부회장은 결과적으로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 받는 데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받은 처벌은 2.5년의 실형뿐이었고, 그마저도 60%를 갓 넘긴 시점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은 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가석방 당일 삼성전자 사옥을 찾아가 사실상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지위로 해외순방길에 나서 주요한 경영활동을 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에 관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지난 11월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과 만나 스마트 혁신 분야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현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죄로 ‘취업제한’ 상태다.  

 

 

5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언론 및 여론의 태도 

 

그러나 5년 전과 달리, 사회적 여론이나 언론은 이 부회장에게 우호적으로 변하거나,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이 보인다. 단적으로 가석방 여부가 논란이 됐던 지난 7월경 진행된 다수 여론조사에서, 가석방을 찬성하는 비율이 6~70%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확보가 화두이기도 했는데,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의 백신 역할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여론이 5년 전과 같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상태를 보란 듯이 무시하고 있는 것도, 법 위반 상태를 방관하고 사실상 이를 허용한 문재인 정부에 큰 책임이 있지만, 이 같은 여론 변화 혹은 무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사회적 여론에 발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나 활동도 넓은 의미에서 ‘정치’라고 한다면, 여론의 지지 없이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제민주화’라는 당위적 목표와 달리,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별,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여론을 설득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고, 반대로 여론을 통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나 취업제한 이슈에 대한 여론지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18, 19대 대통령선거에서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대신에, ‘공정’, ‘지속가능성’, ‘ESG’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에서 ‘지속가능성’, ‘ESG’로 바뀌어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 

 

비록 키워드는 변했지만, ‘공정’, ‘지속가능성’, ‘ESG’에서도 여전히 경제력 집중의 해소, 기업지배구조 개선, 지배주주의 전횡 방지와 같은 사회적 요구를 읽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만큼, 이와 같은 과제가 주주의 권리 보호 및 공정한 투자수익 보장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예전보다 많은 설명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 산업재해, 사내 차별 등 ‘경제민주화’로 쉽게 포괄하기가 어려운 이슈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대응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과제 역시 지배구조 개선이다. 지배주주나 총수일가가 이사회 및 그 하부 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좌지우지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문제를 회사가 진정성 있게 대응하고, 해결해나가기를 기대할 수 없다. 

 

굳이 ‘ESG’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기후변화 등 환경이슈나 노동, 담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의 역할 및 감독책임이 강조돼왔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위반으로 돌아오면, 실정법 위반 자체도 큰 문제이지만, ‘무보수·비상근’ 임원이라는 책임과 권한이 모호한 지위를 가지고, 회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위험과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일이다. 

 

또한, 공식적인 권한을 갖는 이사와 최고경영진에게는 오히려 경영책임을 회피한 채 충실의무를 다하지 않는 핑계가 될 수 있다. 이는 결코 회사와 일반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5년 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재벌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문제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리고, 설득해나가기 위해서는 달라진 시대에 맞는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시민사회 안에서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특집2017-2021 Before / After

1. 기업지배구조 개선, 여전히 해답이다 노종화 

2. 전두환과 MB의 평행이론 강민수

3. 배달료, 비트코인처럼 요동치다 박정훈

4. 홍콩 시민사회의 오늘과 미래 홍명교 

5.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바이든의 생각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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