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05월 2024-04-26   2613

[회원 인터뷰] 엄마랑 같이 노란리본 묶으러 가자

김지선 회원 ⓒ장은혜

2024년 4월,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자리 잡은 참여연대 건물에 대형 리본이 걸렸다. 무려 너비가 1278㎝에 높이가 1641㎝나 된다. 누구라도 잊을 수 없는 10년 전 그날의 비극, 세월호참사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참여연대는 노란리본을 내걸었다. 서촌을 지나는 사람은 멀리서도 이 리본을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리본은 100명이 넘는 시민이 총 10,416개의 작은 리본을 묶어 완성했다. 리본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도 단단히 엮였다. 리본을 설치했던 3월의 마지막 주말, 남편은 물론 9살·7살의 딸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출동한 김지선 회원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에도 광화문광장에서 노란리본 만드는 자원활동을 했다는 김지선 회원은 이제 두 아이의 엄마이자 마을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열혈 시민이 되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노란리본을 묶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었거든요.(웃음) 요즘은 이런 행사에 아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라서 참여연대를 믿고 데려갔어요. 실제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작업도 따로 있어서 큰딸 다은이는 리본 고리 만드는 일을 했어요. 작은딸 나래는 아직 어리니까 일은 못 하고 주로 저에게 잔소리를 했죠.

제가 2020년 8월에 성미산마을1로 이사 왔는데, 마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세월호에 대해서 잘 알려줬어요. 노란리본이나 노란나비 만들기 프로그램도 하고요. 이번에 참여연대에서 함께 작업한 것도 재미있었다면서 내년에도 하면 또 신청하래요. 오늘도 아이들이 봄 소풍을 하는 중인데 이따가 함께 세월호 추모문화제에 갈 거예요. “소풍 중간에 나와도 되겠어?” 물었더니 괜찮대요. 원래는 한번 놀면 친구들과 헤어지지 못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 저는 세월호와 관련된 인터뷰로 나오는 게 좀 부끄러워요. 그렇게 적극적이진 못했거든요. 리본을 가방에 달 때도 자기 검열이 있었어요. 노란리본을 보고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혹시라도 저와 함께 있는 아이들에게 위협이 될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성미산마을에는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이 많아서 조금씩 두려움을 깨고 있어요.

원래 제 인생에 결혼은 없을 줄 알았는데(웃음) 신랑을 만나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혼하면 바로 아이를 가지려 했는데 그때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거예요. 저는 이제 엄마가 되고 싶은데 너무 많은 아이가 죽은 거죠. 황망한 마음으로 광화문광장을 찾았어요. 그때도 노란리본 만드는 일을 했네요. 광장의 분수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한편에서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있고…. 그걸 지켜보면서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싸웠는데도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충격이었고요.

어린이집 때문에 성미산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그전에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긴 했는데 아이가 크면서 초등학교 이후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마을을 찾아서 이곳에 왔죠.
어린이집이 만들어진 것을 시초라고 보면 성미산마을이 만들어진 게 올해로 30년인데요. 운동회나 축제도 더 풍성하게 하면서 서로 “그동안 참 잘했어” 인사하고 싶어요. 또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0년이 어떻게 가능할지 이야기해보려 해요.

마을에서 저는 ‘함박눈’이라는 이름을 써요. 어린이집에서 쓰는 별칭인데 너무 좋아요. 보통은 ‘누구 엄마’로 불리잖아요. 게다가 평어를 쓰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정말 가까워지고요. 어른들이 붙여준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지은 이름인 것도 좋고요. 저는 눈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자주 내리지 않는 함박눈을 제 이름으로 정했어요.

2021년에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때 꽂힌 게 ‘쓰레기’였어요. 아이들이 우유를 먹으니까 종이팩이 많이 나오거든요. 모아서 주민센터에 가져가면 휴지로 바꿔줘요. 그래서 마을에서 종이팩 수거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으는 건 제가 할 테니 종이팩 배출할 분들은 알려달라”고 했죠. 그때 몇몇 분이 같이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게 ‘화목일 프로젝트’예요. 원래 쓰레기 수거 요일을 따서 이름을 지었는데 몇 달 뒤 구청이 주 5일 수거하는 걸로 바꿨지 뭐예요?(웃음) 지금은 개인보다 카페 대상으로 종이팩을 수집해요. 카페에서 라떼를 만들면서 우유를 많이 쓰잖아요. 종이팩과 바꾼 휴지는 필요한 분들에게 생활재로 나눠드릴 수 있도록 지역의 NGO에 기부하고요.

저는 성미산마을에서 운영하는 울림두레생협의 이사이기도 해요. 화목일 프로젝트 일을 하니까 생협 환경위원회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이 왔어요. ‘육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나가려던 때라서 뭐라도 할 일이 있으면 다 했거든요. 그래서 2년 동안 환경위원회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공석이 된 위원장을 맡았는데 알고 보니 위원장은 이사를 겸직하더라고요.

그리고 서울시가 마포구에 쓰레기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거든요. 이제는 소각장을 계속 만드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바꿔야죠. 그런 취지에서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마포공동행동’이 만들어졌고, 제가 1기 공동대표가 됐어요. 사실 “대표라고 이름을 거론할 사람이 필요하다”길래 알았다고 한 건데 할 일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일들을 다 하게 됐죠.(웃음)

우선은 아이들이죠. 쓰레기 문제에 꽂힌 가장 큰 이유도 아이들이고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내가 낳아놓은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게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소박한 활동이 커지게 된 것은 마을의 힘이죠. 저는 ‘연대’라는 말을 그냥 사전적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여기서는 정말 생생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화목일 프로젝트가 확장되면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라는 단체가 찾아왔어요. 종이팩 수거가 발달장애 청년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요. 일하면서 발달장애 청년들과 마을 사람과의 관계도 넓어진대요. 프로젝트가 생각지도 못한 연대로 이어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김지선 회원과 가족들 ⓒ장은혜

저는 MBTI 유형이 ‘재기발랄한 활동가’예요. 결혼하기 전에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생각으로 대학원도 다녔고요. 그러다가 저는 육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누군가는 계속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실은 제가 큰 단체는 후원을 잘 안 해요. 저 말고도 후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이 더 많이 필요한 작은 단체들을 주로 후원하죠. 그런데 참여연대는 해야 할 일들, 말해야 할 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서서 하잖아요. 앞에 있다 보니 욕도 많이 먹고요. 그래서 참여연대를 후원하게 되었어요.

믿고 맡기는 참여연대라서.(웃음) 저는 흔히들 얘기하는 ‘정치 고관여자’지만 여러 사안을 다 챙기기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필요한 일에는 참여연대가 연락을 주셔서 사회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되어요. 그리고 이렇게 독립된 단체로 일하려면 회원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때마다 힘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도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참여연대에 그런 조건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교육이죠.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고 싶어서 공동육아도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 ‘사교육의 마지막 버스’를 타는 시기래요. 소위 말하는 ‘스카이라인’을 가려면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하고요. 저희 부부나 이 마을 사람 대부분은 그렇게 안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런데도 불안감이 있어요. 과연 내가 소신을 갖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이게 제일 큰 고민인 것 같아요.

이미 선진국들은 경쟁에 기반한 사회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앞으로는 경쟁 중심의 구도가 안 먹힐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힘들거나 아이들이 힘들 때 손잡아주는 사람들이 마을에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어려운 질문인데요. 참여연대는 ‘내 편’인 것 같아요. 나를 대신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주니까요.

  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일대의 공동체 마을. 성미산을 중심으로 연결된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있다. ↩︎

박효원 / 사진 장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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