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새해의 꿈

매우 특별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벼락처럼 다가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였습니다. 12월 3일은 참여연대 30주년 기념 전·현직 임원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유쾌하게 마치고, 즐거운 뒤풀이 자리에서 믿을 수 없는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맞이했습니다. 그 이후 시민과 참여연대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경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작년처럼 참여연대가 여러분과 더불어 함께 보낸 해도 없었을 것입니다. 30주년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고, 또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참여연대가 있었습니다. 국회 앞에도, 광화문에도, 여러 회의 자리에서도 참여연대는 정말 무소부재無所不在1였습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바삐 움직이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정권에 대한 분노,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간절함 그리고 참여연대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2024년을 마감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냈지만, 2025년 역시 분노와 간절함과 자랑스러움으로 맞이합니다.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정권에 대한 분노,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세력에도 맞설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새해에도 그대로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아직 분노를 철회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는 누구에게 왜 분노했는가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기 전까지 우리의 분노는 계속될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분노를 이어 가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만, 우리는 올해 특별한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분노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1960년 4월 혁명 직후 박두진 시인이 가슴으로 썼던 시 ‘아직 우리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의 1연과 2연을 여러분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
그 붉은 선혈로 나부끼는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절규를 멈춘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 피불로 외쳐 뿜는
우리들의 피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참여연대도 지난해 높이 들었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함성은 결코 멈춘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비상계엄령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그 자랑스러움을 새해에도 마음속에 새기고 이어가야만 할 것입니다.
국회로 진입하던 계엄군을 막아내고, 내란수괴의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킨 그 자랑스러운 함성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의 자랑스러움은 새로운 자랑스러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해를 가슴에 품고 새롭게 2025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이어야 할 것입니다. 새해에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자랑스러움은 국회에서 가결시킨 내란수괴 탄핵소추안을 헌번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림으로써 느끼는 그 벅찬 심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필요한 것입니다.
2025년 올해 우리는 차가운 겨울, 광장과 길거리에서만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2025년은 하루하루가, 그리고 모든 순간순간이 새로울 것입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자랑스러움은 새로운 기대와 설렘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2025년에 우리는 이런 기대와 설렘이 현실로 꽃피는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추운 겨울은 따듯한 봄을 전하는 전령이라는 말이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절실한 의미임을 우리는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고 추구하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봄날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올해의 봄날은 이전의 따뜻한 봄날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찬란한 봄날이 될 것입니다.
꿈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간절히 바라면서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가져와야 할 바램, 그것이 바로 우리의 꿈입니다. 우리는 꿈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새해에는 우리가 지난해 꿈꾸어온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꿈을 계속 꾸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또 새로운 꿈을 꾸게 할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 내내 여러분들과 함께 그런 멋진 꿈을 꾸고 싶습니다.
- 없는 곳이 없음. 즉 어느 곳에나 존재함. ↩︎
글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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