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민주주의, 우리 함께 공부합시다

이번 5-6월호로 올해 상반기 마무리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겨울에 시작된 계엄, 봄 내내 이어진 탄핵 과정에서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정부의 출발 역시 주의 깊게 살피며 깊고 넓게 참여해야겠습니다.
지난겨울과 봄을 지나며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민주주의를 새삼 감각했습니다. 한순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가능한지, 오늘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데 쏟은 노력에 더해 이를 지키고 나아가게 하는 데 얼마나 큰 정성과 수고가 필요한지 말입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도 없고 저절로 유지되는 일도 없습니다. 대체로 보이지 않거나 보지 못하지만 무언가 세워지고 돌아가는 데에는 숱한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닿아 있습니다. 광장에서 마주한 얼굴은 서로가 이를 다시금 깨닫고 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참여사회〉는 이 시간을 공부의 장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최근 헌법 읽기와 필사 인기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헌법을 알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다시 펴볼 일이 많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겠습니다. 각자 떠올리고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이 다르고 이를 만들어 나갈 방법도 각양각색인데, 당장의 과업에 집중하다 보면 긴 시간,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본연의 의미를 함께 돌아볼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공통의 과제 위에 다양한 가치와 목소리가 가득했던 광장의 기운과 신명이 여전히 생생한 지금이 이룩된 민주주의, 완성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오판에서 벗어나 과정과 진전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이어가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라고 적었지만 광장에서 나눈 여러 이야기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보편적 인권의 보장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해서 인권이 확보되고 실현되는 게 아니고, 생태와 환경의 심각함에 대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말들이 흔히 쓰이면서 현실과 무관하게 문제가 해소되었다는 착각에 빠지는 상황도 마주하게 됩니다. ʻ계엄’이란 단어가 지나간 역사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 재수강’을 주제로 담은 이번 〈참여사회〉는 많은 수강생들이 기피하는 ‘팀플’ 수업입니다. 이미 들어본 내용이라고 넘겨짚지 말아야 하고 처음 듣는다고 해서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지금의 민주주의를 각자가 느끼고 이해하고 실천하고픈 대로 상상하는 시간일 테니까요. 다만 팀플 수업이라는 점은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의견을 갖고 참여하시되 답을 정하고 입장하지는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보통 팀플이 망하는 까닭은 자기 몫을 제대로 하지 않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진실은 서로의 역할과 능력에 대해서 앞서 판단하고는, 당연히 바뀌지 않을 거라 너무 쉽게 믿기 때문일 겁니다.
더불어 이번 강의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요즘에는 각 대학이 ‘온라인 공개강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죠. 누구나, 언제든 접속하여 배울 수 있도록 말이죠. ‘민주주의 재수강’도 더 많은 이들, 앞선 시대를 살아간 이들부터 다가올 시대를 열어갈 이들까지,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까지, 가능한 많은 이들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다만 시점은 지금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지난겨울과 봄의 광장이 그 겨울과 봄이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였듯이, 2025년 5월과 6월에 배우고 익히며 토론하고 다잡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가 준비하고 전하는 이야기가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필요한, 더 적절하고 시급한 논점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수강생의 ‘재수강’에 그치지 않고, 강의의 장을 열어가는 이들 역시 ‘재개강’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장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부디 이번 강의에 재미와 의미가 가득하기를, 그리하여 즐겁게 여름방학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지난겨울부터 곧 다가올 대선까지, 쉼 없이 민주주의와 함께 살아온 모두에게, 모쪼록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글 박태근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을 만들고, 온라인 서점에서 MD로 책을 팔고, 여러 매체에서 책을 알려왔습니다.
〈참여사회〉 ‘읽자’ 코너에서 필자로, 편집위원회에서 편집위원으로 오래 활동하다 편집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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