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12.3 내란, 외환죄 수사는 시작도 못 했다
글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비상계엄 선포 123일 만에 내란 수괴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군사법원에서는 윤석열을 비롯해 주요 내란범들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평양 무인기 침투, 북한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유도했다는 증언과 제보가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용현의 공소장과 외환 혐의
“다음 주에 북한 오물 풍선 등 도발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정보가 있다”
“서울 지역에 북한에 의한 직간접적인 도발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한국 내 북한 동조 세력인 민간인을 동원하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도발 가능성이 있으니 이번 주는 영내 활동 위주로..”
“2024.11 경부터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북한 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는 ‘북한’이 여러 번 등장한다.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군 수뇌부들은 ‘북한 위협’ 상황을 내세워 ‘출동 준비 태세’를 지시했다. 실제 국회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은 북한 관련 상황이 심각하여 관련 업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 포고령 1호에서 계엄의 목적으로 “헌정질서의 수호 및 종북 세력의 척결”을 명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대화채널은 완전히 차단되고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었다. 2023년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이후, 남한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가 재개되었고,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로 맞대응했다.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어갔으나,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며 전단 살포 행위를 방임하였다. 오히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위험물질을 담아 보낼 경우 살포 지점을 원점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군사훈련 등 강경 조치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더욱 커져 갔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2024년 12월 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일주일 전부터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원점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종근 전 특수전 사령관 역시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지난해 10월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히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했다며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불법 계엄의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서 비상계엄 당시 ‘수거’해야 할 명단과 함께,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오물풍선’ 등의 메모가 발견되며 관련 의혹은 더욱 커져갔다.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자 누구인가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하였다.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력선동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하였다.”
2024.10.11.
북한 외무성 성명서
북한 외무성은 2024년 10월 11일, ‘중대 성명’을 통해 10월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진입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주체로 지목했다. 당시 김용현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다 1시간 만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10월 19일, 북한 국방성은 ‘평양에서 한국군 드론과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해당 무인기는 “한국 군부의 ‘드론작전사령부’에 장비돼 있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으로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이어 10월 27일, 북한은 추락한 무인기의 잔해에서 비행 조종 모듈을 분해하여 비행 계획 및 비행 이력 자료를 분석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했다며 ‘한국군의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합동참모본부는 여전히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해 “적반하장식 억지에는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북한의 오물 풍선과 GPS 교란에 대해 비판할 뿐, 무인기 침투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이후인 2024년 12월 7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해 방첩사에서 실무적으로 준비를 해서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는 “계엄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인 12월 8일 국내 드론 작전을 총괄하는 드론작전사령부 창고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일부 장비가 불에 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가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드론작전사 화재는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 발생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의혹을 더욱 키웠다.
2025년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공수처가 최근 드론작전사 사정을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가능한 문서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보에는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최근 모든 컴퓨터를 포맷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01드론대대는 김포와 백령도 지역의 드론 작전을 총괄하는 부대로, 지난해 10월 북한은 평양 침투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군은 증거 인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문서 세절은 일상적으로 사무실에서 하는 수준일 뿐 대규모 자료 파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4일,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드론작전사령부의 무인기와 전체적인 형상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결론 내린 국방연구소의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전체 형상뿐 아니라 핵심 부품 5종의 위치가 동일하며, 성능상 북한이 공개한 비행경로인 백령도에서 평양까지 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과 내란을 모의한 자들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또다른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여전히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3 비상 계엄 선포 닷새 후 드론작전사령부 컨테이너에 화재가 발생하고, 자료 폐기 등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은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제기된 의혹들은 국방부가 주장하고 있는 ‘정상적인 군사 활동’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시작도 못 한 외환죄, 특검이 밝혀야 한다
제92조 (외환유치)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제99조 (일반이적) 전 7조에 기재한 이외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상 외환죄는 내란죄와 함께 형법상 가장 무거운 범죄로, 예비 음모 단계부터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 2024년 12월 26일, 접경지역 주민을 포함한 1,439명의 시민 고발인이 윤석열, 김용현, 여인형, 노상원을 외환(일반이적죄)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고, 이에 앞선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과 김용현을 동일한 혐의로 고발했지만, 국가수사본부는 외환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지도 못했다.
이제 특검이 밝혀야 한다. 지난 6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된 ‘내란 특검법’에는 다행히 외환 행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으며,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엄정한 수사로 내란 세력들이 실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자 계획했는지, 어떠한 사전 준비가 있었는지, 실제 실행된 조치들은 무엇이 있는지 소상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드론작전사령부, 방첩사령부 등 관련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와 진상규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토 수호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헌법이 정한 군의 사명이다.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국지전 등 무력 충돌을 일으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계엄을 준비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임무와 사명을 망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어떤 행위도 계획되어서는 안되고, 앞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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