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리뷰] 정치인이 정치를 너무 잘함
글 정경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육아휴직자의 복귀는 환영받는 일이어야 한다.”
2년간의 쌍둥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참여연대 복직을 앞두고 있던 내게, 소설 속 이 한 문장은 깊은 위로가 되었다.
갓 태어난 두 생명을 돌보는 일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수행해 온 일상의 행위들이 실은 치열한 사회화와 훈련의 결과물임을 뼈저리게 깨닫는 과정이었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씻는 일들조차 아기들에게는 오랜 적응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잠에 들게 하려면 양육자의 기나긴 토닥임이 필요했고, 분유를 먹이는 시간보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트림을 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매일 반복되는 돌봄 노동의 시간 속에서, 나의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준 것이 바로 웹소설 《정치인이 정치를 너무 잘함》이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육아 사이사이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짧게 쪼개어 읽을 수 있는 웹소설은, 그 시절 내게 유일하게 허락된 취미이자 여가였다.
내가 이 소설에 푹 빠져든 이유는 작품이 묘사하는 육아의 디테일이 현실 속 나의 고군분투와 너무나도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은 쌍둥이를 안고 쩔쩔매던 나와 달리 아주 숙련된 양육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려 세 번의 죽음을 맞고 인생 4회차로 회귀한 정치인이니까.
소설 속 주인공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원인을 짚어내고, 이를 실용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정책으로 타파해 나간다. 살인적인 주거비와 교육비, 청년 실업과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쓰지 못하는 노동 환경,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 하나하나가 굵직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웹소설은 주로 스마트폰 환경에서 소비되며, 한 편당 5,500자 남짓한 분량으로 짧은 호흡과 빠른 서사, 매일 연재를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웹소설이 개인의 성공과 사이다 같은 대리만족을 주로 추구한다면, 이 작품은 주인공의 목표가 ‘저출생’이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화된다.
무엇보다 생각만 해도 답답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정치’라는 현실의 문제를, 누구나 쉽게 읽고 몰입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냈다는 점이 반갑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재미와 대안적 상상력을 모두 잡으려 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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