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3-04월 2026-03-03   2497

[인포그래pick] 핵, 마지막 안전핀이 사라졌다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50년 동안 이어져 온 핵 억제 질서의 안전핀이 해제되었다. 전 세계 핵무기의 87%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유일한 핵 군축 조약이었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뉴스타트’이 지난 2월 5일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간 배치된 핵탄두를 최대 1,550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 폭격기 등 핵 투발 수단을 최대 700기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조약이다. 그동안 뉴스타트는 미-러 간의 핵 군비경쟁을 억제하고 제한 없는 핵무기 개발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군축은 고사하고 마지막 남아있는 군비통제 체제마저 사라진 지금, 핵전쟁 위험과 핵보유국 간 새로운 핵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2023년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지만, 지난해 9월 해당 조약을 1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가 “미국이 형편없이 협상한 협정”이라고 평가하며,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조약에 대한 협상 전략이나 중국을 핵 군비통제 대화에 어떻게 참여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핵 군축 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존재할 리 없다. 문제는 핵 군축 공백 상태가 그 자체로 너무 위험한 데 있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핵 군축 조약을 제안했지만, 핵무기 사용 위협을 가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핵전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차세대 미사일방어체계인 ‘골든돔Golden Dome’ 구축을 추진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핵 군축 회담이 시급하다. 국제법상 금지된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누구도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핵전쟁의 위험을 높여 세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중국을 비롯해 각국의 핵전력 증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조는 “핵무기 보유국이 성실하게 핵군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속히 양국이 전략 핵무기 비축량에 대한 상호 제한 유지를 약속하고 새로운 핵 군축 체제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올해 지구종말시계는 핵전쟁, 기후 위기, AI 위협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4초나 앞당겨졌다. 이제 자정까지 85초 남았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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