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3-04월 2026-03-03   2717

[인터뷰] 시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 –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 사진 박상환 작가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사진.
ⓒ박상환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에너지 전환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지산지소地産地消형 RE100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특별법을 만들고, 햇빛·바람 연금 확대, 마을 단위 에너지자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새로 만들 에너지고속도로는 서해안 고압직류송전HVDC과 한반도 U자형 전력망 건설을 추진한다. 전자는 호남에서 수도권인 인천까지로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이지만 U자형 전력망은 서해안-남해안-동해안에 걸쳐 비수도권 지역 내의 송전을 위한 인프라다. 그 외에도 ‘전력망 위원회’를 통한 갈등관리와 소통 추진,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활성화, 전력망 거버넌스와 전력시장 혁신, 전기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러한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도 직접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 전기 공급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지산지소’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같은 날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소규모 전력망을 전국에 만들어 송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분산에너지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지역위기의 원인은 모두 수도권 중심 산업 발전이다. 경제성장으로 탄소 배출이 심각해졌는데 그 과실은 수도권에서 누리고 있고, 그만큼 수도권이 에너지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반대로 인구가 줄고 전기 생산과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얼마 전까지 기후솔루션 소송팀에서 일했다. 기후소송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해야 할 정부나 기업 주체들에게 책임을 묻고 개선을 요구하는 일을 했다. 최근 전력시장계통팀으로 왔는데 여기선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개선 정책들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후솔루션은 어떤 곳인지도 소개해달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시민단체다. 주로 에너지, 산업, 경제 관련 분야에서 기후위기 정책을 연구하고 국내외 시민단체나 이해관계자, 협의체, 연구기관과 협업하면서 실제 정책이 수용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기반 ‘지산지소’를 강조하고 있다. 잘 추진하고 있다고 보는가?

국정과제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을 발표하고 그 과제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균형성장’ 두 가지를 발표했다. 실제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고 많을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자들은 만족하기도 하고 불만족할 수도 있는 상황일 거다. 큰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없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에선 정부 정책을 엄격한 잣대로 부족한 점을 감시하고 지적해야 한다.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0GW가 어느 정도인지 와닿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달라.

지난 정부에서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를 보면 2030년 목표가 78GW였다. 이게 100GW로 상향됐다.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을 보면 2024년 기준 40GW가 설치돼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4GW를 새로 설치했다. 2030년까지 100GW를 목표로 하면 6년2025~2030간 60GW를 늘려야 한다. 목표 수치가 굉장히 높아졌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전력 수급 지도를 보면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 지역 대규모 발전소에서 주로 생산해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발전기도 수도권보다는 다른 지역에 많이 들어섰고, 그중에서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호남·제주 지역에 태양광이 많이 보급됐다. 그런데 전통적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이 모두 같은 계통계통은 송전선로와 배전선로로 구분되는데, 송전선로는 발전소와 변전소를 연결해 고전압(154kV 이상)으로 보내는 선로를 말하고, 배전선로는 변전소에서 수용지까지 전력을 보내는 저전압(22.9kV) 선로를 뜻한다으로 송전하니 한정된 송전선로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정부가 신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려 해도 기존 계통이 꽉 차 있으면 더 들어갈 수 없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사진. 전력 수급 지도를 키고, 설명을 하고 있다.
ⓒ박상환

그러면 기존 발전량을 줄일 수밖에 없나?

결국 화력 발전기들의 계통 수용량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계통 운영 상황을 보면 대규모 발전기들을 필수로 운전해야 하는 발전기로 지정하고 각 발전기에 ‘최소 발전 용량’이라고 해서 일정한 발전량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필수적으로 보장되는 이 기존 발전량을 줄이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가 더 들어올 수 없다.

이러한 ‘계통 포화’ 상태에서 전력 당국은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한국전력에서도 전력 수요와 공급의 지역 간 불균형과 전력망 건설 지연이라고 밝혔다. 11차 전기본에 제시된 주요 송·변전 설비 중 55%가 건설 지연이거나 지연 예정이다. 건설되는데 평균 9년에서 13년이 걸린다. 당장 시작하더라도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

지산지소와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한전의 역할 변화가 중요하다. 특히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를 까는 방식은 주민들의 반발이 엄청나다.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박탈감이 더 큰 것 같다.

사실상 한전이 송배전 사업과 판매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발전자회사들이 전체 전력 발전량 중 65%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비율은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이다. 발전자회사 발전량의 95%는 전통적 발전을 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0.3% 수준이다. 결국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자회사들의 수익이 좋아야 하니까 한전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발전 5개사 통폐합 논의가 활발하게 나오는 만큼 발전사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하고,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을 재무적으로 분리해 한전은 송배전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솔루션에서는 지역주도형 전력시장을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를 위한 시장이 운영되려면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송전계통을 최소화하고 배전계통 내에서 거래가 돼야 한다. 파주시가 잘하고 있다. 파주시가 소유한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해 지역 내 중소기업 9곳과 장기거래 계약을 맺었다. 판매사업을 한전이 아닌 지자체가 했는데 역내 기업에게 제공하면 송전선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자체가 주도하다 보니 발전기업도 더 신용을 가지고 공급을 받을 수 있다. 계약단가도 한전에서 구매한 전기보다 저렴하게 체결됐다.

파주 사례를 확산하면 좋겠다.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본다. 파주시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다른 지자체들과 활동해보려 계획하고 있다.

파주시 문산정수장 태양광 발전소 착공식 사진. 참가자들이 태양광 패널 옆에 서있다.
2025. 12. 2. 파주시 문산정수장 태양광 발전소 착공식 ⓒ파주시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시장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지역 유연성 서비스, 지역 유연성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다.

간헐성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이 날씨 영향으로 전기를 꾸준히 생산하지 못하는 걸 뜻하나?

그렇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에너지저장장치나 DR수요반응자원, 전기 수요자가 전체 전력 상황에 맞춰 자신의 수요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과 유연성 자원들을 모집·운영·판매하는 VPP통합발전소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거래소에서도 소규모 재생에너지 자원들이 계통에 연결되면 그 수많은 발전기를 다 제어하기 어렵다. 그러니 중간에서 모집해 운영해 줄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하다. 전기사업법에서 VPP 사업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이 소규모 발전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해 계통 운영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일각에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맞는 말인가?

기존의 화력 발전기처럼 빠르게 발전량을 감축하거나 증가시키는 데는 원전도 한계가 있다. 실시간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기에 장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또 필요한 부분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직접 전력거래가 가능한데, PPA 고시에 따라 용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PPPPA 고시에 따르면 발전기는 원칙적으로 1MW를 초과해야 하고, 수요자는 300kW 이상 계약전력을 사용하는 고객이어야 한다. 소규모 발전 사업자나 수요자들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용량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직접 PPA가 체결되려면 세 주체가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사업자’가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 둘 사이에서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공급사업자’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을 때 신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거나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를 대신해 전력거래 관련 행정·정산 업무를 수행한다. 이 역할을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사업자’가 되려면 전기 신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전기ㆍ정보통신ㆍ전자ㆍ기계ㆍ건축ㆍ토목ㆍ에너지ㆍ기상 또는 환경 분야의 기사 2명 이상을 두어야 한다.

햇빛·바람연금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은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는 구조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신안 사례가 (파주 사례의) 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지역협동조합을 만들고 해당 지역에 발전소를 설치하고 수요자를 매칭해 장기·고정 계약을 맺으면 안정성이 보장된다. 누군가 중개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 즉 민간사업자들이 하고 있지만 파주시처럼 지자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주면 효과적일 수 있다.

기후솔루션에서 주목하고 있는 다른 이슈는 무엇이 있나?

거버넌스 개선 문제다. 전력시장과 계통을 누가 운영·감독하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구조를 정하는 과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를 보면 독립 규제 기관을 설립하고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지금의 전력시장이나 계통 운영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저해하는 방식이라는 걸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인 규제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규제기관은 어떤 상황인가?

전력거래소와 전기위원회가 규제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전력거래소의 주요 의사결정기구 참여 주체가 한전의 발전자회사를 포함해 주로 민간 화력 발전사라서 재생에너지 쪽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 전기위원회는 전력거래소와 같이 2001년에 설립됐는데 실제로는 기후부 장관이 결정하기 전 심의 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이나 운영규칙을 결정하지 못하고 사전 심의하는 권한에 그치고 있다. 구성을 봐도 위원회 위원 9인과 기후부 공무원으로 이뤄진 사무국 9인이 전부이다. 실제 전문성과 독립성이 담보된 규제기관이 설립되는지 기후솔루션이 잘 지켜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존처럼 대규모 화력발전 전력을 일방향으로 공급하는 구조에서는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 직접 참여해 전력을 생산하고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사진.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며 장슬기 기자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박상환

위 인터뷰 내용은 참여연대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