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3-04월 2026-03-03   2900

[여는글] 꼭 풀어야 할 과제

참여사회 3-4월호 내지 디자인. '에너지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다.
ⓒ프레임워크

이번 호의 주제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에너지’입니다. 사계절 가운데 에너지 관련 쟁점이 가장 적은 계절이 봄 아닐까 싶습니다. 난방으로 사용하던 에너지가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는 때일 테니까요. 그런데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에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여름과 겨울처럼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계절에는 대응이 필요할 테지만, 사람들이 전기를 덜 쓰는 계절에 무슨 일일까요? 국가 단위의 에너지 관리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과 일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력이 남아도는 공급 과잉 상태도 문제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전력 생산과 사용이 순조롭게 흐르도록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계절이 바로 봄이라고 합니다. 여름철 냉방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는 기사는 익숙한데, 계절마다 상황에 맞는 에너지 관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실행되는지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어는 에너지고속도로, 에너지 식민주의, 에너지 민주주의입니다. 우선 에너지고속도로는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광역 송전망 정책으로 특히 재생 에너지 시대를 맞아 관련 에너지 생산 지역에서 수요 지역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입니다. 한국의 산업화 시대 출발을 상징하는 사업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듯,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젖히는 기반 사업에 고속도로라는 명칭은 제법 어울리는 듯합니다. 도로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흔히 왕복 4차선, 왕복 8차선 같은 표현을 쓰곤 합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어떨까요. 편도인지 왕복인지, 후자라면 오가는 내용은 무엇이고 규모는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세밀하게는 제한 속도와 전용 차로 등 고속도로 위에서 벌어질 갖가지 상황도 점검해야겠습니다.

에너지 식민주의와 에너지 민주주의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제대로 풀어본 적이 없는 문제입니다. 2010년 전후 시작되어 2013년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이자 갈등으로 떠오른 밀양 송전탑 논란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을 잃은 시민도 여럿이었습니다. 사태는 말 그대로 ‘일단락’되었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현지 주민의 일관된 의견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동일한 상황이 지역만 바꿔 지속되고 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끌어올 송전선로 개통은 그때 그리고 지금의 밀양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10년 동안 기술이 진전되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만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도 이루었으나, 그 에너지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겠습니다. 식민주의라는 표현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역에는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공급되지도 못하는데 그곳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끌어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중요합니다. 전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모든 시민의 일상이 연결된 문제이고, 국가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린 영역이고, 그 덕분에 사용자로서 주목하지 않았던 구조가 드러난 상황이고, 기후 위기와 재생 에너지라는 지구적 과제 앞에서 더는 미룰 수 없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더는 과거처럼 일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모두가, 모든 영역이 얽혀 있는 종합 과제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다시 풀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모두가 출제자이자 응시자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참여사회〉에서는 핵심 개념과 문제 해설을 전해드립니다. 모범 답안도 마련하려 하였으나 결국 세세한 문제풀이는 함께 논의하며 채워가야겠습니다. 치열한 논의와 예상을 뛰어넘는 풀이를 기대합니다.

이미 봄이니 곧 여름이 오겠습니다. 매해 그랬듯 올 여름은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해 그랬듯 에너지 수요가 높아져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릴 겁니다. 매해 그런 일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꼭 풀어야만 하는 과제라는 의미겠습니다. 소극적 적응이 아니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해 같은 일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올 봄은 따뜻하고 올 여름은 더울 겁니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태근 〈참여사회〉 편집위원장의 프로필 사진

박태근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을 만들고, 온라인 서점에서 MD로 책을 팔고, 여러 매체에서 책을 알려왔습니다.〈월간참여사회〉 ʻ읽자’ 코너에서 필자로, 편집위원회에서 편집위원으로 오래 활동하다 편집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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