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pick] 새벽배송 중단, 시민은 ‘감수 가능’ 정부는 ‘규제 완화’
글 이연주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해 새벽배송 중단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의향이 있나요?”
“새벽배송 등 야간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 편의와 노동자 안전·건강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이다. 응답자의 67.7%가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한 새벽배송 중단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63%는 새벽배송 서비스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지만, ‘노동자의 안전·건강권’과 ‘새벽배송’이 등치된다는 것 자체가 서글프고 모욕적이다.
지난 2월 8일,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을 밝혔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택배 노동자의 반복되는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협상력을 후퇴시켰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초심야 새벽배송 중단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해왔는데, 뜬금없이 정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을 던지며 쿠팡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둘째, 정부의 책임 회피다. 쿠팡은 로켓배송(새벽배송)과 초저가 서비스 등을 통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고 아무런 규제 없이 폭주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통한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미국의 통상압박을 핑계로 입법을 중단했다. 그리고 나온 것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다. 쿠팡 규제는커녕 유통 재벌 규제까지 풀어 골목 상권은 물론이고 택배·마트 노동자의 처우를 후퇴시키는 악수를 둔 것이다.
참여연대는 중소상인, 노동자, 환경, 시민사회 등 약 40여 개의 단체들과 함께 ‘대형마트 새벽배송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출범하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대책위의 요구는 명확하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을 철회하고, 쿠팡 등 독점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라는 것이다.
새벽배송 문제를 단순히 소비자의 편의와 산업 발전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택배·마트 노동자 처우, 에너지·기후 위기 대응, 중소상인의 생존권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책위는 지방선거 이후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저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 더는 시민들에게 ‘노동자의 건강’과 ‘새벽배송’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서글픈 질문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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