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장과 대중은 결국 올바르게 흐른다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글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 차종관 공익저널 기자
현장 진행 김지성 자원활동가 / 이대은 자원활동가

광화문은 권력의 문턱이다. 광화문 북쪽으로는 최고 권력자의 공간인 경복궁과 청와대가 나오고, 광화문 앞 세종로는 대중이 모이는 광장이다. 과거 조선의 행정타운 ‘육조거리’로 유생들이 상소하던 이 공간은 오랜 기간 여론이 권력과 부딪히는 장소였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촛불집회가 시작됐고 이후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반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2016~2017년 박근혜 파면 요구와 2024~2025년 윤석열 파면 요구 등 굵직한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이었다. 촛불집회는 응원봉 집회로 그 모습이 변했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대중음악이 광장의 주된 배경음악이 되었다.
한편 박근혜 탄핵 이후 ‘태극기’와 ‘애국’을 점유한 극우 성향의 집회가 광화문을 선점했고, 윤석열 정부를 지나며 극우 세력은 광화문파와 여의도파로 나뉠 정도로 비대해졌다.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 이후 들어선 이재명 정부 초, 공권력을 동원해 철저하게 통제된 광화문 광장에서는 이른바 ‘국격을 높인’ BTS의 컴백 공연을 넷플릭스가 독점 생중계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연출팀, 2024~2025년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에서 연출팀에 각각 참여했고 오랜 기간 대중음악을 평론해 온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를 만났다. 집회를 준비하는 스태프로서 그가 본 광장과 집회의 음악,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 공연,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비판이 거센 이재명 정부의 공공 문화예술기관장 인사에 대한 생각, 음악계도 피해 갈 수 없는 AI의 여파 등에 대해 들었다.
퇴진행동과 비상행동 연출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나?
연출팀이 속한 행사기획팀에서 무대 준비, 공연 프로그램, 시민 발언, 행진 등을 총괄한다. 발전차도 부르고, 텐트를 몇 동 설치하고 무대 규모를 어느 정도 할지도 정한다. 시민 발언의 경우, 처음엔 선착순으로 받다가 나중엔 원고를 받아 발언자를 선정했다. 발언 시간과 메시지가 겹치지 않는지, 혐오 표현이나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출팀은 무대 세팅과 출연진 섭외, 현장 진행 등을 한다. 두 집회 연출팀과 구성원이 거의 같아 호흡이 잘 맞았다.
본인이 주로 맡은 업무는?
출연진 섭외를 맡았다. 물론 내가 정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연출팀에서 OK하면 섭외하고, 안 되면 다른 사람을 다시 제안하고 섭외한다. 출연진이 오기 전에 ‘평등수칙’을 전달하고 필요한 장비 목록을 받는다. 부를 노래의 가사를 받아서 혐오성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고, 리허설과 공연 마치고 갈 때까지 안내하는 역할도 했다.
광장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집회 연출팀 스태프로서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데모하는 모습을 쭉 봐왔던 사람으로, 집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염병 던지는 경우가 많이 줄었고 결정적으로 2002년 효순이·미선이 추모 때 촛불집회가 정착됐다.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집회나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집회도 물리력을 사용하는 게 상당히 줄었다. 활동가 입장에선 늘 ‘사람들이 많이 와서 평화적으로 즐겁게 집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2016~2017년 집회 때 당시 박진, 김덕진, 윤희숙 씨가 사회를 봤는데 발언자들이 욕설이나 여성혐오를 하지 않도록 계속 안내했고 2024~2025년에는 평등수칙을 띄워놓고 강조를 했다.
이번 광장의 경험은 어떠했나?
즐거웠다. 오래전 민예총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활동가 생활을 조금 하다가 그만두고 평론가로 전환한 거라 늘 마음의 빚 같은 게 있다. 같이 사는 분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이 연출팀에서 일하는 저를 보고 “남들은 다 힘들어하는데 너무 신나 보인다”고 하더라. 사실 윤석열 몰아내려고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노래와 마음이 만나고, 노래와 시대가 만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집회에 기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정말 행복했다.
그는 대중음악의견가로서 집회 무대에 새로운 가수를 올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2016~2017년 촛불광장에 실리카겔, 단편선과 선원들 등을 세운 것은 도전이었다. 대중음악 팬이자 평론가로서 변화된 광장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효능감이 두 차례의 길고도 큰 여정을 즐겁게 기억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촛불은 응원봉으로 대체됐고 민중가요보다는 K-pop이 주로 나왔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집회에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많이 나왔는데 그때부터 사실 광장의 음악이 바뀌기 시작했다. 민중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경우도 많았지만 인디음악인들이 훨씬 많았다. 2000년대 20대들은 민중가요를 알 수 없고 딱딱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수 있다.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인디음악이 고르게 섞였다. 2016년에 비해 2024년에 크게 달라진 건, 자주 틀어놓는 BGM이다. 2016년엔 주로 ‘헌법 제1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의 노래를 틀었다. 이번에는 윤석열 탄핵안이 부결된 날2024년 12월 7일 국회 앞에서 김지호 행사기획팀장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래시’ 등을 틀고 구호를 외쳤다. 이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사람들이 ‘응원봉 집회’로 바뀌었다고 인식을 하게 됐다. 당시 국회 앞이 광화문보다 더 많이 모였다.
집회가 이어지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후 광화문에서도 K-pop 팬들, 여성들을 주축으로 노래가 달라지고 시각적으로도 현란해지면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들이 여성혐오 의제와 여성 대상 범죄를 두고 투쟁했던 경험, K-pop 팬들의 경험, 새로운 집회 문화를 고민한 주최 측 담당자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광장은 소용돌이 같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올바른 방향, 자연스러운 방향, 즐거운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 올바르진 않지만 답을 찾아간다. 대중의 흐름, 대중의 욕구가 어디로 가는지 잘 보고 물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행사기획과 운동이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됐을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단결투쟁가’를 틀었다면 30분 정도 연설하다 끝나지 않았을까. 즐거운 집회 이미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면서 내가 소외되지 않을 것 같은 충족감을 주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시민들이 오히려 민중가요를 알고 싶다고 해서 중간에 넣었다. 광장은 서로를 배우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한겨울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연출팀으로 일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섭외가 어려웠다. 집회에 올 만하다고 생각했거나 예전 집회에 왔기 때문에 또 연락을 드렸는데 섭외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극우의 행태가 더 극악스러워져서 시비를 거는 분들이 많아졌고, 블랙리스트를 경험하면서 우리 집회 한번 나왔다가 찍혀서 나중에 행사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나. 꼭 이런 것들 때문이라고 말은 안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특정 가수의 공연을 위해 대대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광장을 통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는데 예상보다 참석자가 적었고 공연이 기대만큼 볼만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 부러웠다. 비상행동 집회는 극우 집회가 광화문과 시청을 선점해 세종대로를 쓰지 못하다보니 굉장히 불편했다. 경복궁역부터 안국역 사이는 길이 휘어서 한 프레임 안에 잡히지 않는다. 스펙터클의 시대다.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만큼 온라인으로 사진이나 현장 중계를 보는 경우가 많으니 무조건 스펙터클이 필요하다. 특히 10만 명 이상 모인 집회에선 그 스펙터클이 참여한 사람들에게 쾌감과 소속감을 증폭시킨다. BTS 공연을 보면서 ‘권력이 문화적 자산을 장식 내지 국가의 위용을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했다. BTS가 아니었으면 광장을 열어줬을까. BTS가 소위 국격을 높였다고 하고, 정권 초반인 데다 문화 산업을 융성시키겠다는 국정 방향과 잘 맞았기 때문에 그 공간을 열어줬다고 본다. 국가 권력과 문화 산업이 이렇게 만나는 게 좋은 일인지 묻고 싶다.
광화문 광장의 성격이 복잡하다.
광화문 광장이란 공간이 누구의 것인가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광화문 광장은 사실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광장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다 뽑아야 하지만 그랬다간 난리가 날 거다. 오세훈 시장이 만드는 ‘받들어총’ 조형물도 그렇고. 광장 위에 경복궁이 있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역사적 정통성을 잇는다고 하고, 시민의 놀이터라고도 하는데 결국 무엇 하나도 버리지 않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러니 광장 조성안도 여러 번 엎어지고 바뀌고, 이제는 문화산업의 가장 히트 상품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이 광장은 정말 제멋대로구나’ 싶었다. BTS가 공연 자체라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 행사였다. 광장은 최대한 시민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공공기관장들 인사가 전문성·공공성보다는 정치적 코드나 유명세를 더 고려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행정의 영역이니 꼭 예술적 능력이 뛰어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정부의 인력풀이 현재 그 정도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선거 캠프에 전문가들도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최적이 아닌 분들을 공공기관장에 앉히냐는 거다. 예술가로서 능력과 예술행정가로서 능력은 물론 다르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사장에 첼리스트 장한나 씨나 국립정동극장 대표에 코미디언 서승만 씨가 최적인가. 황교익 씨에게 한식과 관련한 일을 맡기면 누가 뭐라고 하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거다. 연구 기관의 장이라면 연관된 연구·운영 경력이라도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문화예술의 다른 의견을 수용해서 지금 현장의 분노와 실망을 잘 수습하길 바란다.
AI,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음악인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거란 우려와 함께 음악인에게 좋은 도구가 될 거란 시각도 있다. 관련한 생각을 듣고 싶다.
수노suno. ai 음악 생성 서비스 등의 AI를 쓰면 꽤 괜찮게 들어줄 만한 노래가 금방 나온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노래를 만들어 쓰기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때 티베트 여행 장면이라면 티베트 노래를 잘 모르고 한국노래 중 티베트를 표현하는 노래가 없으니 AI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무슨 효용가치가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노래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이라는 가짜 정보를 틀린 줄도 모르고 배출하는 AI에 의지하다 보면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것들에 젖어 들게 된다. 미국의 작가 노조Writers Guild of America, WGA가 AI 사용에 대해 시위한 것처럼 AI가 노동을 대신할 경우 사회적 재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기금이라도 만들어 예술가에게 환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설가나 시인들을 만나면 문학의 쓸모에 대해 묻곤 한다. 대중음악의 쓸모를 묻는다면?
예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건 싫다. ‘87 서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87년 6월항쟁으로 세상을 바꿔 민주화가 다 된 것처럼 이야기하면 7~9월 노동자 대투쟁이나 91년 5월 투쟁 등이 소외된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도 있었지만 노래가 세상을 바꾼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바뀐 거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은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하며 행동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집회와 싸움이 투박하고 구시대적으로 보이고, 플래시몹을 하고 영상을 찍어서 각종 챌린지를 하는 것이 더 세련돼 보이지만, 결국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고 위력을 과시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모이고 행진하면서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예술이 행동을 하게 하는 매개가 되더라도, 실천의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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