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5-06월 2026-05-06   54766

[이슈] 환호 뒤에 남겨진 광화문 광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관계자, 취재진들이 광화문 광장에 현장 점검을 나온 모습.
2026.03.19. 오세훈 서울시장이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을 앞두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지난 3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 공연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대형 이벤트였다. 그러나 그 관심은 ‘광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상징성보다는 완전체로 돌아온 BTS의 컴백이라는 사건에 집중되어 있었다. 공연 이전까지 축적된 기대와 열광은 공연 이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광장의 사용을 둘러싼 공권력의 통제, 자본에 의한 공간 점유, 시민 접근 제한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광장’이라는 공공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 전에는 ‘누가 무대에 서는가’, ‘어떤 공연이 이뤄지는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공연 이후에는 ‘그 무대가 어떻게 가능했는가’, ‘광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조건과 구조, 나아가 광장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관심의 대상이 전환된 이유는 분명하다. 이 공연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광장의 성격과 의미를 되묻게 만드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BTS공연을 통해 드러난 광장 공공성의 균열

이 공연이 드러낸 문제는 광장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관한 것이다.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공공성의 균열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째, ‘광장 사유화의 문제’다. 우리가 광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라는 실체와 상징이라는 특수한 공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이라는 공간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단순한 물리적 구역을 넘어, 사회적·이데올로기적 통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광장은 가장 정치적인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욕망이 교차하고 흐르는 열린 공간이다. 정치가 생물과도 같다고 말하듯, 광장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권력과 자본은 광장을 점점 닫힌 공간, 즉 ‘기획된 공간’으로 변화시키며 시민들에게 일방향적인 행동과 사고를 유도한다. 이는 BTS 공연에서만 나타난 특징이 아니라 그동안 행정 권력과 자본이 광장을 통제하고 사유화해온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 공연은 그러한 흐름을 다시 드러내며 광장의 본질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사유화는 곧바로 공간의 배제 구조로 이어진다.

둘째, 이와 같이 광장이 특정 방식으로 조직되는 순간, 그 공간은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포함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접근권과 이용권’의 침해 문제를 야기한다. 행정과 자본에 의해 광장 내에 재구획된 구역들은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대표적으로 BTS 공연 기간 동안 집회가 제한되면서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되었고, 탈시설장애인당은 논평을 통해 “도시는 소비를 위해서만 열려서는 안 된다. 도시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배제가 아닌 관계 속에서, 통제가 아닌 권리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유화된 광장, 그것도 행정 권력과 자본에 의해 조직된 광장은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시민을 구분하며 불평등과 불합리를 심화시킨다. 특히 누구나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개방적 공간인 광장에서 이러한 배제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배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광장을 작동시키는 근본적인 논리로 연결된다.

셋째, 공공성보다 ‘이벤트에 매몰된 광장 사용 논리’의 문제다. 특수한 목적, 그것도 거대 자본이 투하된 이벤트일수록 해당 자본의 성격과 규모에 맞는 논리가 광장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성격의 사유화인지, 그 사유화가 누구를 배제하는지, 그리고 배제를 작동시키는 이벤트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현재 광장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조건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광장이 일정한 비용과 규모의 자본만으로도 공공성 훼손을 감수한 채 특정 기업의 이벤트에 사용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는 유사한 대형 상업 이벤트의 반복 가능성을 열어두어 광장 운영의 기준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 광화문 광장의 폐쇄성 역시 정부와 서울시의 공적 지원에 더해, 거대 자본인 넷플릭스가 결합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광장은 플랫폼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위한 일종의 ‘세트장’처럼 기능하게 되었고, 시민의 권리보다 특정 플랫폼의 콘텐츠 생산 논리에 종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광장의 본질적 가치는 약화되고 공간의 형식만 남긴다. 경제 논리가 운영의 기준이 되는 순간, 비경제적 가치는 축소되며 광장은 결국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경향이 반복된다면, 광장은 자본에 의해 선택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공간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광화문 광장이 지닌 의미를 다시 묻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 광화문 광장은 본래 어떤 공간이었는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광장’은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간은 이미 개발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채워져 있으며, 시민이 자유롭게 머물고 표현할 수 있는 장소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은 단순한 여유 공간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드물게 확보된 공공적 틈에 가깝다. 특히 광화문 광장은 단순히 도심의 중심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적·역사적 중력이 집중된 특수한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공동의 문제를 드러내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곳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경험이 축적된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 공간으로서의 광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는 단순한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공간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와 직결된다. 광장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은 언제나 권력의 욕망과 긴장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ʻ감사의 정원’과 같은 치적 사업을 명분으로 광화문 광장의 성격을 지속적으로 변형시켜왔다. 그 결과 광장은 시민의 정치적 공간에서 점차 관리되고 연출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시민이 지워진 도시, 문화의 도구화

또 다른 문제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권리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에 있다. 이 문제는 광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일부다. 시민의 일상과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문화는 시민의 삶이 아니라 산업과 성장의 논리 속에서 점점 이해되고 있다. 현 정부 역시 문화를 수출 산업이자 성장의 동력으로 규정하며, 대형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중심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공공적 삶의 기반이라기보다 경제적 성과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도시와 광장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편된다. 삶의 공간이었던 도시는 소비와 이벤트의 무대로 변하고, 공공 공간 또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은 후퇴하고, 시민의 권리는 주변으로 밀려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장을 관리된 이벤트 공간으로 전환해온 흐름이 이번 공연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본에는 열리고 권리에는 닫히는 광장은 더 이상 시민의 것이 아니다. 문화가 도구화되는 곳에서 광장 역시 도구화된다.

도시 공간에서의 문화적 삶 : 시민에게 열린 광장이란

이 질문은 곧 도시 공간 그리고 광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할 권리를 가지는가로 이어진다. 지금의 서울은 자본의 욕망이 도시 전반을 재편하는 실험장이 되어가고 있으며, ‘더 잘 사는 도시’라는 구호는 이 욕망을 가리는 표면적 이미지에 불과하다.

도시는 누구의 것이며, 광장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시민은 도시 공간의 형성 과정에 개입하고 그 방향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다시 말해, 특정 소수에 의한 사유화와 소유권의 논리로 밀려난 ‘도시권’을, 도시정치를 실현하는 주체인 시민에 의해 복원하고 이를 실질적인 권리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공공 공간의 운영 방식과 사용 원칙을 바꾸는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다. 예컨대 공공 공간의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대규모 이벤트와 상업적 활용에 대한 공공성 심의 절차를 강화하며, 시민이 공간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시민에게 열린 광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나 접근하고 머물며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소비와 관람의 질서만이 아니라, 발언과 집회, 갈등과 공존이 함께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광장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고리로서 문화는 시민의 일상적 삶을 지탱하고,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기반이자 민주주의의 확장을 열어가는 상상력의 자원이다. 따라서 문화를 단지 산업적·경제적 수단으로 다루는 현재의 방향은 결국 시민의 권리 축소로 이어진다.

“광장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주체와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공공성과 민주주의 역시 확장될 수 없다.


필자 윤현식의 프로필 사진. '개헌'이 적힌 피켓 사진이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문화사회 실현을 지향하는 문화운동단체 문화연대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부 문화정책 현안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정책 연구와 캠페인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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