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래오래 함께 걸어요 – 진현 회원

지긋지긋하던 폭염이 결국 멈췄다.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푸른 계절, 집에 있기엔 너무 아까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면 나들이 장소는 어디든 좋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산이다. 마침 등산이 다시 유행이다. 정기를 받을 수 있다고 소문난 산에 젊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장비를 빌려 한국의 산을 오른다. 게다가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둘레길이 많아져서 산은 더 가까워졌다.
등산의 계절에 참여연대 회원모임 ‘산사랑’은 더 신이 난다. 참여연대에는 산사랑(등산모임), 참좋다(노래모임), 마라톤모임 등 3개의 회원모임이 있다. 이 중에서도 산사랑은 1990년대 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가장 역사가 오래된 모임이다. 요즘에는 매달 2번씩 산에 오른다. 등산의 백미는 역시 뒤풀이. 산행을 마치고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짧다.
진현 회원은 올해 이 산사랑 모임의 회장이 되었다. 참여연대에는 2004년에 가입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시작한 것은 2023년. 그해 산사랑에 가입한 진현 회원은 다음 해인 2024년 산행대장이 되었고 2년 뒤인 2026년에는 회장이 되었다. 꼬박꼬박 산에 오르고 그때마다 후기를 쓰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 맨 뒷줄에서 제일 느린 사람의 곁에서 함께 산을 오르던 그는 특유의 성실성과 책임감으로 회장직을 짊어졌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회원모임협의회의 회장도 함께 맡게 되었다.
요즘 산사랑을 비롯한 참여연대 회원모임들의 공통된 걱정은 ‘모임 활성화’이다. 2000년대 초반 10개 정도였던 회원모임이 많이 줄었고, 남아 있는 모임도 예전보다는 참여가 저조하다. 특히 젊은 회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진현 회원도 고민이 깊다. 그는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한다. 여전히 참여연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고 각자 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현 회원이 참여연대를 대하는, 그리고 산사랑과 산을 사랑하는 태도에서는 그의 블로그 이름이기도 한 ‘은근과 끈기’가 느껴졌다.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되고 꼭 빨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그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듯했다. 산을 좋아하고 사람은 더 좋아하는 진현 회원이 그 속도로 천천히 그리고 나란히 참여연대와 발맞춰 걸어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함께하는 등산모임 ‘산사랑’ 회장을 맡고 계시죠. 산사랑 소개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산사랑은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참여연대의 첫 회원모임입니다. 역사가 길죠. 저도 몰랐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당시에는 매주 등산을 했더라고요. 올라가기 전에 사전답사도 하고, 산에 다녀와서는 보고도 하고요. 지금은 그렇게까진 못하고 1달에 2번 산에 갑니다. 매달 2번째 주는 토요일, 4번째 주는 일요일에 산에 올라요. 자영업을 한다든지 해서 토요일에 일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인터넷에 산사랑 카페도 있는데, 거기 가입한 분들은 90명 정도 됩니다. 물론 이분들이 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은 아니죠. 이제 연세가 많아져서 등산하기 어려운 분들도 꽤 있고요. 그래서 지금 활발하게 참여하는 분들은 대략 20명 정도예요. 한번 등산 갈 때 참여하는 인원은 대략 10~15명 정도가 되고요.
등산 모임이지만 등산은 좀 가볍게 갑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둘레길 위주로 다니고 있어요. 회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게 모임의 더 큰 목적이니까요. 높은 산을 오르려면 등산길에 대화하기도 힘들고, 또 준비할 것도 많거든요. 등산을 마치고는 뒤풀이를 하고, 중요한 집회가 있으면 함께 참여하기도 합니다.
조만간 산사랑 MT도 열린다고요.
예. 10월에 1박2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부여 계룡산으로도 많이 갔고요. 최근에는 행주산성 둘레길을 걸은 뒤에 산사랑 총무님이 운영하는 인근 농장에서 하룻밤을 보냈어요. 수락산 근처에서 농장을 하는 회원도 있어서 올해는 그쪽으로 가지 않을까 해요.
참여연대 회원은 물론 비회원도 산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참여연대 자체가 시민들에게 열린 곳이잖아요. 산사랑 역시 열린 모임입니다. 산사랑 회원들은 물론 참여연대 활동가들과 함께 산에 오를 때도 있고, 지난 6월에는 희망제작소의 회원모임 ‘강산애’ 분들과 함께 북한산에 다녀왔어요. 두 단체 회원들의 성향이 비슷해서 분위기도 좋고 더 재미있더라고요. 산사랑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르려고 하는데요. 1달에 1번만 산에 올라도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까, 많이 오셔서 같이 등산하면 좋겠습니다.
회원님은 산사랑 이외에도 다른 등산모임도 나가시잖아요. 산사랑은 뭐가 다를까요?
산사랑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게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제가 나가는 등산모임이 3~4개 됩니다. 학교 동창들과 다니는 등산모임도 있고, 예전 회사 사람들과도 종종 등산을 가는데요. 그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삶의 방식이 비슷해요. 그런데 산사랑 회원들은 연령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살아온 경험도 서로 많이 달라요. 함께 교류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게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산사랑은 사람들이 정말 따뜻해요. 등산할 때 저마다 음식을 가져오는데, 여럿과 함께 나누어 먹겠다고 다들 좀 많이 싸 오세요. 너무 많아서 다 먹기 어려울 정도예요. 별식도 챙겨오시는데, 직접 빚은 술을 가져오는 분도 있고 심지어 회를 떠 오시는 분도 있어요. 함께 걷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만큼 큰 거죠.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님들, 등산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산사랑의 문을 두드려보셔도 참 좋겠습니다. 회원님은 2년간 산행대장을 하시다가 올해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셨어요. (웃음)
제가 참여연대에 가입한 것은 2004년인데 그동안은 회비만 내다가 2022년에 정년퇴직을 하면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은퇴하고 뭘 할까 하는데, 자연스럽게 참여연대에 눈길이 갔거든요.
그렇게 해서 2023년부터 산사랑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번 등산을 마치고 그걸로 끝나는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요.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 등산할 때마다 후기를 써서 다른 회원들에게 공유했는데, 제가 열심히 하니까 다음 해부터 산행대장을 시키더라고요. 산행대장은 등산을 준비하고 각종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예요. 그렇게 2년 동안 산행대장을 했더니 이번에는 또 회장을 하게 되었어요. 모임을 전체적으로 운영하고 참여연대와도 소통하는 역할이죠. 전임 회장님이 건강 문제로 직을 내려놓아서 공석이 생겼는데, 다들 “회장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제가 맡게 되었어요.
아마도 제가 등산에 안 빠지고 잘 나오는 사람이라서 뽑힌 것 같아요. 저보다 산을 잘 타는 분들도 많을 텐데…. 사실 저는 앞에 서는 게 아니라 뒤에서 챙기는 게 잘 맞아요. 산에 오를 때에도 맨 뒤에서 올라가곤 합니다. 사람마다 체력 차이가 있으니까 속도가 각자 다른데, 등산은 제일 늦게 오는 사람이 안전하게 돌아와야 끝나는 거잖아요.
아, 대열에서 제일 약한 사람 곁을 지키는 거군요. 정말 따뜻한 말씀이네요. 회원님의 개인 블로그 ‘은근과 끈기’를 들여다봤는데 “오랜 시간 IT 관련 업무를 하면서 세상의 격변을 지켜보았고, 수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섭리를 체득했습니다”라는 소개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회원님은 언제부터 등산을 즐기게 되었고, 산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우셨을까요?
다니던 회사에서 등산모임이 생겨서 그때부터 1달에 1번씩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한 부서 안에서만 교류하게 되는데, 등산을 하면서 타 부서 직원들도 만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니까 업무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좋더라고요. 지금 참여하는 다른 등산모임도 산보다는 사람들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제가 잘 나서지 않고 말수도 적은 내향형인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좋아합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천천히 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반드시 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산에 다녀온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정상에 서지 못해 아쉬우면 ‘다음에 가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그리고 산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잖아요. 빨리 올라가면 그만큼 빨리 내려오는 거죠. 천천히 가면 느리지만 오랫동안 산을 즐길 수 있고요. 젊었을 때는 힘이 있으니까 빨리 올라가고 빨리 내려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무릎 망가집니다. (웃음)
산사랑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회원모임협의회 회장도 함께 맡으셨죠. 그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참여연대에는 산사랑 말고도 마라톤모임, 노래모임(참좋다) 등 다른 회원모임도 있어요. 이 모임들이 함께 협의회를 꾸려 대표를 뽑고 참여연대와 필요한 협의나 소통을 하는 거죠. 이 회장직도 다들 못 하겠다고 해서 제가 맡았습니다. (웃음)
회원모임들의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모임을 활성화할까’ 하는 것이에요. 2000년대 초기에는 참여연대에 회원모임이 더 많았거든요. 한창때는 모임이 10개 이상 됐어요. 다시 모임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산사랑만 해도 20여 년 전에 처음 시작한 분들은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예요. ‘일단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을 텐데, 그게 쭉 이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온 거죠.
저는 ‘왜 이렇게 잘 안되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하는 쪽입니다. 참여연대에는 회원 행사가 꽤 있는데, 가보면 꽤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분위기도 북적북적해요. 지난여름 운영위원회 MT도 참 재미있었어요. 어찌 보면 저는 회원모임협의회 회장이라서 당연직 운영위원인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자발적으로 운영위원회에 함께해주세요. 다들 저보다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지금 참여연대 회원인 2만 5천 명이 넘잖아요.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도 있고 그만큼은 못 하는 분도 있지만 각자 주어진 여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회원모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원들에게, 회원모임협의회 회장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은 없습니다. 마음 맞는 2~3명만 있다면, 그리고 공통의 관심사만 있다면 일단 시작해 보세요. 거창한 목표나 명분이 없어도 즐겁게 소통하는 모임이라면 다 좋습니다. 수다모임도 좋고 취미모임도 좋죠. 청년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중장년층을 끌어모아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산사랑도 시작할 때는 30~40대 회원들이 모임의 주축이었거든요. 일단 시작하시면 참여연대 사무국이 열심히 도울 거고요. 회원모임협의회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모임을 한번 열어보세요.
다른 시민단체들도 비슷하지만, 참여연대 역시 20~30대의 참여가 낮고 50대 이상의 비중이 많은 편이죠. 각종 회원행사나 산사랑 등 회원모임도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요.
참여연대가 만들어진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잖아요. 그때 젊었던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을 텐데 점점 나이가 든 거죠. 그래서 ‘이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운동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물론 참여연대 안에서도 청년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죠. 그런데 사실 저도 청년들과 소통하는 게 쉽진 않아요. 여럿이 함께 모이는 참여연대 모임에서 청년들과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오히려 집에서 애들하고 얘기하는 건 영 어렵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조심스러운 마음을 청년들이 알아주면 좋겠는데…. (웃음)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 곧 ‘등산의 계절’ 가을입니다. 요즘 다시 등산이 붐인데요. 이제 막 등산에 관심이 생긴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추천하는 산이나 산행 방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8월 폭염에는 산사랑 등산도 취소했어요. 산에 올라가면 시원하긴 한데, 올라가는 동안이 힘들잖아요. 등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거든요. 뒤풀이하고 집에 갈 때까지 모두가 안전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제 다시 산에 오를만한 날씨가 되었는데요. 서울의 둘레길은 어디나 다 괜찮은 것 같아요. 둘레길 종류만 20개가 넘으니까 1달에 1곳씩만 가도 2년은 거뜬하죠. 거의 평지 수준이라서 별로 힘들지도 않고요.
사실 처음부터 산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친구들과 함께 가다 보면 어느새 산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동네 뒷산부터 시작하면 좋겠고 여럿이 함께 다니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등산 장비도 필요 없어요. 그냥 운동화 신고 물만 한 병 챙겨서 둘레길을 걸어도 됩니다. 나중에 계속 산에 오르고 싶다면 그때 등산화도 사고 등산스틱도 사면 되죠. 가장 추천하는 것은, 아무래도 산사랑과 함께 가면 편안한 등산이 되지 않을까요? 몸만 오시면 됩니다. (웃음)
나에게 참여연대란 무엇인지, 이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여연대는 올바른 길을 가게 만들어주는 ‘나침반’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생겼고요. 그렇게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참여연대입니다. 사실 제가 참여연대에 큰 힘은 안 돼요. 말 그대로 참여만 하는 거예요. 하지만 참여연대가 사회를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 참 좋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그래서 참여연대는 저에게 나침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간사님들과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어요. 자리를 함께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응원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려 하고 있습니다.


글 박효원 전업교양인/전업시민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내향인입니다. 부업으로 틈틈이 글을 씁니다.

사진 권동원 참여연대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참여연대 활동가. ⟨참여사회⟩를 만들며 취재, 기획, 섭외, 인터뷰, 촬영, 편집, 디자인, 보정, 발송, 홍보 등 다양한 작업을 맡고 있다. 가끔 다른 활동 사진도 찍는다.

사진 최세홍 사진작가
감사히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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