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9-10월 2026-08-30   276

[인터뷰] ‘설득당하기 연습’이 필요하다 – 이은선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은선 청소년인권 활동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 ⓒ박영록

2년 전, 참여사회는 퇴임을 앞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를 만났다. 1959년생인 그는 1980년대에 20대, 1990년대에 30대를 보냈다. 80년대에는 그를 비롯한 20대들이 각종 시민단체나 학술단체를 만들었다. 1987년, 그는 정치활동이 금지된 교사였지만 정치민주화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며 교사모임을 만들었고 90년대 초 박사학위를 받아 학자가 됐으며 94년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 30대로서 민주화된 한국 사회를 세팅하고 있었는데 현장에 이미 20대는 잘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20대는 외환위기로 취업난을 겪은 첫 세대였다. 그는 지식인의 사회참여가 활발했던 젊은 날을 돌아보며 자신을 ‘마지막 지식인’이라고 칭했다.

이는 청년들이 사회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 서사의 시작이기도 하다. 10대의 시선에서 현재 한국 사회를 보자. 부모나 교사의 상당수가 현 여당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내가 경쟁해야 하는 링 위에는 부모의 권력·재력이 여과 없이 들어오고 있다. 결과 중심의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이런 학교 현장에서 대학까지 16년을 보낸다. 경쟁에서 밀리면 ‘능력이 없으니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 속에서 삶의 불만과 불안이 쌓이지만 개선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20대에 취업이라도 하면 다행이고 30대에 자신이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란 느낌을 받긴 더 어렵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전혀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이들은 소통 방식도 다르다. 긴 글을 읽어 온 기성세대와 달리 10·20대는 짧은 영상에 익숙하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따로 살다가 어쩌다, 최근에 마주쳤다. 배재고가 출전한 야구장에서다. 기성세대는 10대를 ‘극우’라 진단했고, ‘민주주의 교육’을 처방했다. 청소년 언론 토끼풀에 따르면 야구부와 관계 없던 배재고 학생들은 느닷없이 ‘민주시민교육’을 받았고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 과연 ‘민주화’란 단어를 오염시킨 주체는 학생일까 교육 당국일까.

토끼풀은 배재고 학생 “2시간짜리 민주시민교육, 다 잤다”란 기사를 통해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육당국이 부랴부랴 내놓는 ‘땜질식 교육’이 왜 문제인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업무와 무관한 강연을 의무적으로 들려주면 어른들도 잘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선 토끼풀 보도 취지보다는 ‘민주시민 교육하는데 잠이나 잔다’는 프레임으로 이 보도를 인용했고, 배재고 측은 토끼풀 인터뷰에 응한 학생이 누군지 색출하려 들었다. 10대의 혐오를 잡아내 단죄한 뒤 훈계하자는 주장은 쉽다. 최근 혐오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10대에게 정치인이나 대기업 경영진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에도 10·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극우’로 불릴 만한 청소년·청년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있다. 이은선 청소년인권 활동가 겸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최근 올림픽공원에 나온 청년들에 대해 “(청년들이) 투표 말고도 일상에서 정치적 효능감이 높은 사회였다면 참정권 문제에 이렇게 화가 났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특정 단어를 쓰거나 어떤 입장을 가졌다는 것으로 그 사람 전체를 알 수 없는데 우린 서로를 너무 빨리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와 극우를 주제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keepon_sun)이 돋보인다.

청소년인권 활동을 계속해 왔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도 단체에서 카드뉴스나 영상을 계속 만들었다.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만들다 보니 어린이날 등 이슈가 있을 때 주로 관심을 받았다. 단체 활동을 쉬면서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봤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최근 부정선거 의혹 관련 영상이나 중국 혐오 조장 콘텐츠가 많이 떴는데 정치를 밈이나 놀이처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은선 청소년인권 활동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keepon_sun)

인스타그램의 특징이 극우적인 메시지 확산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정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진영을 떠나 ‘일베화’가 됐다고 느낀다. 복잡한 정치적 사건을 밈으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것이 전부인 것처럼 정리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정말 맞는 주장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다 지워졌다.

인스타그램은 어떤 사안을 토론하기에 적절한 플랫폼은 아닌 것 같다.

보수적인 담론뿐 아니라 모든 이야기가 진영에 상관없이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에서는 짧게 소비되는 것 같다. X구 트위터는 또 다른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긴 글을 쓸 수 있으면서 트위터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열심히 토론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 같다.

보수적 성향을 가졌지만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모아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특정 이야기만 단편적으로 보고 좌파나 민주당 지지자로 몰거나 페미니스트로 몰아가는 방식이 퍼졌는데, 그렇게 조롱하고 나면 대화에서 남는 게 없다. 이런 방식이 또 다른 공격과 폭력을 몰고 올 것 같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배제고 선수들이 5·18 조롱성 구호를 외쳤다. 그럼 사회적으로 ‘이건 혐오다’라고 비판을 하면서 혐오와 차별을 말하는 이들은 단호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혐오는 민주주의 틀 안에서 함께 할 수 없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SNS에서 ‘극우’로 보이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극우’이고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법적으로 혐오를 규정하거나 처벌하는 건 어렵다. 과거에는 언어화되는 것이 필요했다. 여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농담’으로 소비하던 것을 ‘성희롱’으로 이름 짓고 문제를 삼는 일처럼 말이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은 다른 식으로 우회하고 새롭게 등장한다. 저에게 댓글을 다는 분들 중에 5·18을 조롱하려고 탱크에 눈알 달린 것을 프사프로필사진의 준말에 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자신은 탱크 자체를 좋아해서 프사로 했다면서 오히려 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식으로 공격을 하더라. 스타벅스에서 탱크데이라는 행사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 수 있다 하더라도 이걸 이용한 밈이나 놀이 형식으로 갔을 때는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무언가를 ‘나쁜 말’이니 사용하지 말라는 것 자체로는 한계가 있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법을 어기는 차별이나 혐오는 매우 적을 것 같다. 다양한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더라도 법이 있으면 민사소송을 할 때 근거로 쓸 수 있고 차별을 규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에 대한 찬반처럼 얘기되지만 사실 차별 자체를 규정하는 데 유효한 방식이다.

약간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 5·18 혐오에 대해 스타벅스라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보다 배재고 학생들한테 더 책임을 묻는 것 같다. 최근 기사를 보면 10·20대 여성 말고는 스타벅스 고객들이 거의 회복됐다고 한다.

10대에게 가혹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학교라는 공간도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공간이라고 말은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것과 괴리가 있다. 배재고 사건의 경우, 그 응원이 왜 문제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이제 선수들 앞길 다 망쳤네’라는 식으로 흘러갔다. 학교폭력도 비슷한데, 가해에 대해 반성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입시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정리되고 학교에서는 반복되는 문제니 학교 안에서 학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 민주주의는 삶에서 경험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건 없고 민주주의라는 것을 권력으로 눌러서 가르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현장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결과 일부 극우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인데, 사회가 그 결과만 처벌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긴 하지만 능력주의가 더 압도해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없다는 진단이 있더라. 나도 동의한다. 민주주의와 능력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사상적·이념적으로 존재하고 삶에선 능력주의가 작동하는 이 상황은 이상하다.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자산을 다 불려놓고 자식 교육에 힘을 쏟으면서 여러 비리를 저지르면서 학생들에겐 어떤 행동에 대해 겁을 줘 무섭게 하려는 방식이 익숙해졌다.

10·20대의 ‘극우’적인 언행은 비민주적인 사회나 학교로 인한 결과물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인스타그램은 토론하기에도 적절하지 않고 극우적 콘텐츠가 많으니 청소년들의 SNS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청소년의 SNS 사용만 문제인가. 사실 주식 투자 관련 사기 콘텐츠, 성공할 수 있다는 강의를 수료하라며 결제를 하도록 해 돈을 잃는 경우도 많다. 종교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콘텐츠도 많고, 이미 사람들을 속이는 가짜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이 특정 플랫폼 사용을 막는다고 해결될까. 딥페이크, 가짜 영상이 넘쳐난다면 콘텐츠 생산의 기준, 플랫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해서 무엇을 믿는 시대는 아니다. 왜 그걸 믿고 싶어 하는지, 왜 그곳에 소속감을 느끼는지 찾고 더 물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6월 올림픽공원 시위 이후 한두 달 이상 제가 만든 콘텐츠를 보면서, 제 주장 자체에 동의하기 보다는 ‘토론하는 방식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장문의 감상을 보내는 분들이 꽤 있다. 자신이 사실은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고 하더라. 저한테도 좌표를 찍어서 공격했던 사람들을 보면, 특정 누군가를 ‘왕’처럼 모시고 그가 문제 삼는 곳에 몰려가서 공격한다. 이러한 힘 대결 자체로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의견이 다를 때 찍어 누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틀렸다고 혼내는 것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입시경쟁도 완화돼야 한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 성교육 등을 강당에서 하면 듣지 않으니 이젠 각 반에서 TV로 한다. 그러면 소리 꺼놓고 자습한다. 이런 입시제도에서 몇몇 교육시수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차라리 5·18 관련자들을 만나보는 게 고민의 폭을 넓힌다는 생각을 한다. 올림픽공원에 나간 청년들은 정치 참여하는 방식이 투표가 전부인 상황이라 분노했다고 생각한다. 투표 말고도 일상에서 정치 효능감이 높은 사회라면 이렇게 화가 났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주로 어떤 콘텐츠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주장하는 과정 자체를 봤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언어로서 교육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경험해야 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대화를 할 수 없거나 공격받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경험을 해내고, 공격보다는 대화라는 방식을 선택해야겠다고 느끼는 경험이다. 오히려 나와 의견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사람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더 공격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생각이 정리되는데 각자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각자 다를 텐데, 자신은 생각이 정리된 상황이라며 타인에게는 ‘왜 그러지 못하냐’라고 비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그 사람 고유의 고민, 생각하는 시간을 제거해 버리는 게 아닐까.

앞으로 다루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인가?

어린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많다. 비어린이(어른)가 어린이에 대해 쓴 책이나 어린이가 나름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는 있지만, 어른이 나의 어렸을 때나 어린이로서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부족하다고 느껴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누구의 말이 쉽게 무시되고 누가 시민으로 인정받는지와 연결된다. 어린이는 세상을 배워가는 단계, 부족한 존재로 여겨지는데 그런 존재가 시민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루고 싶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인권운동사랑방 대용 상임활동가의 8월 10일 자 ‘설득당하기 연습’이라는 글을 추천했다.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설득만 하려고 해서는 설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잘 설득한다는 것은 내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더 옳은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려는 대상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말로는 열심히 설득당해 보겠다고 하지만 낯선 대상의 언어, 논리, 행동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가 저로선 단번에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엔 대상을 탓했다면, 이제는 상대의 입장을 읽어내지 못하는 작은 그릇의 소유자인 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달까요. 설득하지도, 설득당하지도 않는 진퇴양난의 상태인 스스로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소진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설득당하기의 연습을 이어 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은선 청소년인권 활동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 ⓒ박영록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차별과 혐오을 걷어내고 소수자의 언어가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기록하고 싶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사진 박영록 작가

아직도 사진 공부가 즐거워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참여사회를 통해 다양한 분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코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카메라를 더 오래 메고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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