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같거나 다른 전쟁

정확하게 1년 전, 2025년 9-10월호 〈참여사회〉 특집 이슈는 AI HYPE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을 AI와 연결하는 열풍 속에서 꼭 붙들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짚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때 여는글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AI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신념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무엇에 써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요.
이번 호에서는 AI를 기반으로 발전, 시행되고 있는 자율살상무기체계를 살펴봅니다. 아직 마땅한 쓸모를 찾지 못해 접속조차 해보지 않은 이에게, 벌써 AI가 전쟁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기술은 늘 전쟁과 함께했으니 AI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당연함과 익숙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는 본격적인 동력 비행에 성공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공습을 시작했으니까요. 공습에서 자율살상무기체계로 현상과 이름은 달라졌지만, 욕망이라는 바탕과 폭력이라는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듯합니다.
공습의 시대에 자주 쓰이던 표현이 있습니다. 오폭과 부수적 피해. 의도하지 않았으나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률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희생이니, 안타깝지만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AI가 전쟁에 깊이 들어오면 정확한 계산과 예측으로 오폭과 부수적 피해가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전쟁이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는 데 힘을 보태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부수적 피해도 계산된 피해로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ʻ공습의 시대’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상대를 인간으로 감각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전쟁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비판했습니다. ʻAI 시대’의 전쟁은 어떨까요. 거리와 격차는 여전한데 사람은 더 보이지 않는 현실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시각이 아닌 특수장비가 인식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드론이 물리적 이동을 대신해 상대를 마주하고, 때로는 공격 대상이 알고리즘, 네트워크, 시스템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 전쟁의 주역은 국가였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쟁을 이끄는 것은 국가의 명령이었습니다. 전쟁에 들어가는 인력과 자본 역시 대체로 국가로부터 나왔고 대체로 국가의 통제 아래 있었습니다. 아마도 최초의 AI 전쟁으로 기록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은 과거와 다르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는 다수의 빅테크 기업이 자리하며 ‘밀테크 밸리’가 형성되었는데, “낮에는 코딩을 하고, 밤에는 공습경보를 듣는” 일상이라니, 전쟁이 국가가 아닌 무엇과 결합하고 있는지, 누가 전쟁을 수행하고 주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꽤나 달라진 것 같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고, 양상이 달라졌다지만 본질은 여전한 것 같기도 하여,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휴전 상황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당장 벌어지는 전쟁과 먼 곳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방위산업의 성과를 마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모든 일이 연결되어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에는 지금 벌어지는, 가장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겠습니다.
이번 호에서 주목하는 군사AI는 전쟁의 최첨단에서 벌어지는 현상이고, 이를 제어하고 규제하려는 국내외 논의는 그 일선에서 이루어지는 대응입니다. 지속되는 문제가 무엇이고 달라진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출발점이겠습니다. AI라는 말 속에서 많은 것들이 흐릿하게 감춰지고 있는데, 군사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논의되어야 하겠습니다. 부디 이번 〈참여사회〉가 힘을 나누고 보태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박태근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을 만들고, 온라인 서점에서 MD로 책을 팔고, 여러 매체에서 책을 알려왔습니다.〈월간참여사회〉 ʻ읽자’ 코너에서 필자로, 편집위원회에서 편집위원으로 오래 활동하다 편집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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