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1121

재야운동 관성에서 탈피해야

재야운동 관성에서 탈피해야

참여연대가 지난 5년간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가 된 건 참여연대가 가지고 있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단지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의 다양성을 통한 저변확대와 운동의 대상 및 방법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집단도 완벽이란 것이 없듯이 참여연대 역시 급속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히 참여연대를 평가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같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상호비판이 가능한 애정을 전제로 몇마디 해본다면, 첫째 참여연대는 말그대로 참여하고 연대하는 데 있어서 이제는 큰 품을 가질 때가 되었다. 시민사회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항해 함께 싸워야 할 주제들이 너무도 많이 널려 있다. 예를 들면 정치개혁에 관한한 정치권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고, 동시에 한두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정치개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참여연대는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시민단체들을 설득하고 참여해 시민의 힘에 의한 정치개혁이란 대의에 동참하는 것이 위상에 걸맞는 행동이 아닌가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참여연대가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느끼는 충격은 아마도 그만큼 참여연대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 이유일 수도 있겠으나 단체간의 연대에서는 큰 단체일수록 겸손이 필요하지 않을까.

둘째,한국의 시민운동은 합리적 과정을 통한 서구적 시민운동 개념이라기보다는 주로 군사정권에 대항해온 민주화운동, 혹은 재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싹트고 성장해온 측면이 있는데 바로 이 점에서 경향성과 방법상의 편협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처리가 분명히 국민의 정서에 크게 반한 것이지만 전후 사정없이 비난성명을 발표해 한나라당과 부딪친 사건은 다분히 재야운동적 편향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 사건의 성격은 대단히 복잡한 정략적 사안이다. 대선자금 조사에 관한 여야간의 형평성 문제가 그렇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권력이 행정부로부터의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도 다소 있으며, 불구속 수사원칙을 강조해온 시민·인권단체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문제도 있다. 시민들에 대해 구속수사했으니 정치인도 구속수사하라는 얘기는 한풀이식 대응은 될 수 있으나 적어도 불구속 수사관행을 만들어나가는 차원에서 보면 긍적적인 것은 아니다. 또 법원이 책임져야 할 사안을 자꾸만 정치권이나 사회흐름이 대신하려해도 곤란하다. 사법부가 자신의 옹색한 판결 근거를 정치권이나 그릇된 여론, 혹은 힘있는 권력자로부터의 영향에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결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이 법치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건은 특검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김대중정권에 반이상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유감표명 없었던 것도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편파적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참여연대는 다른 재야단체와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지만 아직도 민중운동적 관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적 공익을 앞세우는 시민단체인지 혹은 생존권투쟁이나 정치권력획득을 목표로 하는 재야운동단체인지에 대한 정체성 확립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바로 이 약한 고리를 치기 위해 절치부심하다 금번 서상목사건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 근거도 있음을 감히 말할 수 있다. 결국 시민운동의 기본 본령은 야당보다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비판이란 점을 명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가 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 자체가 반감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보다 성숙한 시민단체로 나아가되 품이 넓은 단체로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보다 겸손해지는 참여연대가 되라는 말을 하려 한다.

김석수 정치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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