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8월 1999-08-01   1270

시민운동, 진보정당으로 힘 모으자

진보정당 창당과 시민운동

먼저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참고로 이 여론조사는 국민승리21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것으로 99년 3월 1일에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진보정당을 창당하면 지지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적극 지지하겠다(9.0%), 당장은 지지하지 않겠지만 지켜보고 결정하겠다(72.8%)는 입장이었다. 또한 국민들은 “정당명부제가 도입된다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국민회의(31.8%), 진보정당(24.4%), 한나라당(13.1%), 자민련(5.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보정당 창당은 누가 주도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서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단체 세력(68.6%),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주 기반으로 하는 노동계 세력(11.8%), 재야 민주인사와 재야출신 국회의원(10.9%)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시민운동의 성장에 대한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역대정권에서 막강했던 군부세력이 몰락하는 속도에 반비례로 시민운동은 급속한 성장을 하였다. 이제는 입법, 행정, 사법부와 언론에 이어 제5부의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대 주요 시민운동단체의 발언과 활동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에서 주목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까지 올랐다.

사실 진보정당운동과 시민운동은 87년 6월항쟁을 계기로 새롭게 출발했던 동기생이다. 시민운동이 자기자리를 찾아가는 동안에도, 진보정당운동은 좌절과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진보정당운동은 97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항의 총파업’을 이끈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국민승리21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15대 대통령 후보를 출마시켜 새롭게 출발했다. 이제 진보정당운동은 8월 29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은 서로 도와야 한다. 진보정당은 시민운동의 주장과 정책대안을 충실히 정치권에 반영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선거법 제87조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철폐시키는 운동에 함께 할 것이다.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은 광범한 정책교류와 함께 전문가, 실무역량의 교환근무 등을 실시하여 서로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

지금 거대한 보수정당들은 지역주의, 금권선거 등을 이용하여 유권자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IMF 구제금융시대의 위기에도, 정치개혁은 실시하지 않고 당쟁에만 빠져 있다. 야당 역시 세풍의 주역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와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등 제대로 된 야당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시민운동에 대해 몇가지 지적하겠다. 지금부터는 시민운동의 외형 축소가 바람직하다. 재정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외형의 확대가 불가피하였고 그 결과로 종합형 시민운동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종합형 시민운동이 더 이상 21세기 한국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사안과 과제에 따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시민운동 사업의 상당한 분야가 정치적 영역이다. 이는 진보정당이 부재한 상태에서 부득이 시민운동단체에 집중된 것이다. 이것은 현재 정치적 대변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또한 정치권 스스로 개혁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에게 제몫을 할 수 있도록 놓아주고, 또한 적극 도와주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여론조사 결과로 이 글을 끝내려고 한다. 정당명부제 선거를 전제로 “어느 정당에게 투표할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진보정당은 5.5%내외의 지지만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소선거구제 선거에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무엇일까?

지난 4월 18일 열린 진보정당 창당추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조직규약 제2조의 목적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노동자가 앞장서는 민중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상당한 토론이 전개된 것이다. 그 동안 진보정당은 과격하다거나, 협소한 기반에 근거한다거나 지나친 이념지향성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성공하기에는 대단히 불리하기만 하다. 정치환경이 물량주의와 지역주의, 보수주의에 푹 빠져있다. 이것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사회운동세력이 진보정당에 적극 결합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노동자가 앞장서는 민중중심의 진보정당‘이라고 수정해서 통과시킨 이유일 것이다.

김두수 진보정당창당추진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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