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8월 1999-08-01   1013

정치인이 왜 매를 맞는지 아시나요?

"개가 짖을 때마다 뒤돌아보면 한 발자국도 못 간다."

개가 등장해 안됐지만 이 말은 정치를 한다는 어떤 친구의 말이고 개로 비유되는 것은 여론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민운동가들이기도 하다.

자유당 독재건 박통과 전통의 군사독재건 노태우와 김영삼정부건 지금의 김대중정부건 집권자들이 한결같이 미워하던 애물단지가 여론과 시민운동이었다. 이들이 후한 점수를 받을 여론이라는 게 있었는지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낙제점에서 맴돌 수밖에 없었던 이들 정권을 향한 돌팔매는 아플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렇다고 여론을 수렴할 도덕성도 의지도 없었던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애써 여론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일뿐이었다. 그래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개가 짖을 때마다 돌아다보면 한 발자국도 못 간다”는 억지 합리화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제 정치권력이 시민운동을 어떻게 폄하하던 시민운동을 외면하고는 한 발자국도 못 가는 세상이 되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며칠 전 197개 시민단체는 ‘온전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부정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100시간 농성을 했다. 신경들 많이 썼을 거다. 야당을 하던 때와 대통령후보시절 구구절절하고 탄탄한 논리와 명명백백한 당위로 특검제를 주장하던 오늘의 대통령이 당선 후엔 ‘특검제’나 ‘부패방지법’이 필요없는 세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대개의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의 태도에 동의의 뜻을 표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한 시민운동 잡지에서 대한민국 시민운동가 1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펼친 결과, 김대중정부 개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77%나 됐으니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준다고 오히려 원망할 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정부가 이제 특검제와 부패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음을 바꿔 먹은 모양이니 시민운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옳았음은 이제 두말할 나위없게 된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배고플 때야 보리개떡 한 조각에도 ‘아이고 하느님’ 하지만 배부르면 하느님도 언제 봤더냐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인만은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며 특히 대통령은 일관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정치란 원래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면 장사해서 돈벌지 왜 욕먹어가며 힘들게 정치를 하는가.

적어도 제대로 생각이 박힌 정치인이라면 자신보다 앞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후손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기본 철학만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걸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시민운동이라는 채찍을 드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눈 좀 감아주지 않고 시시콜콜 아픈 데만 골라서 매를 들고 잘못을 고치라는 시민운동을 탓해서는 안 된다.

남한테 싫은 소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과의 약속은 안 지키는 것이 정상처럼 되어 있고 죄를 진 국회의원 감싸기에 국정은 뒷전으로 밀리는데 국민이 가만히 있다면 나라꼴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국민은 개혁을 원한다. 정치개혁을 원하고 언론개혁을 원하고 재벌개혁을 원한다. 그런데 개혁을 해야 될 주체가 뒷짐을 지고 서 있으니 시민이라도 목소리를 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나라 망친 다음에 땅을 쳐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깨어 있는 시민의 소리를 개짖는 소리라고 생각지 말라. 눈감고 귀막지 말고 세상소리를 들으며 두번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이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어 보겠다고 애써야 한다. 그러면 왜 시민들이 땡볕 아래서 땀 흘리며 힘들게 농성을 하겠는가. 왜 싫은 소리 해가며 매를 들겠는가.”

이기명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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