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의 파고가 높다. 정치혁명을 가져올 듯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치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이 불신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시민단체들의 국정감사 모니터 활동을 통해 국감 BEST 의원들이 선정됐었고, 그간 시민단체들이 수여하는 상을 받았던 정치인도 있었다. 총체적 부패, 부실로 판정된 정치권에서 시민단체들로부터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은 정치인들을 되짚어본다.
낙선운동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던 지난 1월 17일 12시경. 63빌딩 지하1층 목련이라는 중국집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경실련, 한국시민단체협의회, YMCA 전국연맹 등 5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이성재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입법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 의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던 셈이다.
지난해 국감모니터 시민연대, BEST의원 선정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법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은 오히려 시민단체 인사들인데 내가 상을 주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레 미안해했다. 그는 지난 87년부터 96년까지 10여년동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직을 맡았었고 15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초선의원. 그간 기초생활보장법, 의보통합,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법 제정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로 활동한 ‘국감모니터시민연대’의 의원 성적표도 선량들의 옥석을 가리는 데 참고할만하다. 지난해 국감에서 한달여동안 활동한 결과 국감연대는 법사위에서는 조순형의 국감활동을 높이 평가했고, 정무위 이석현 의원은 공정거래위 국감 등에서 삼성그룹이 우리사주를 계열사 지배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상위에 랭크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감 BEST 의원으로는 김영환 의원이 꼽혔는 데 그는 핵발전소 밀집지역의 양산단층대 활성 가능성을 부정하는 과기부 조사결과를 풍부한 자료를 통해 반박하기도 했다. 또 교육위에서는 사립학교 재정 부실의 대안제시 능력을 인정받은 설훈 의원을 비롯한 김정숙, 신낙균 의원, 행자위에서는 추미애 의원의 국감활동이 높이 평가됐다. 환경노동위에서는 간척사업과 환경파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이미경, 권철현, 방용석 의원이 시민단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이밖에도 문화관광위 신기남, 박종웅, 길승흠, 정동채, 농림해양수산위 권오을, 이완구, 윤철상, 보건복지위 이성재, 황규선 등이 상위 의원으로 분류됐다. 당시 국감시민연대의 활동이 각 국회 상임위원회가 방청을 허락하지 않는 탓에 ‘반쪽평가’에 머물 수 없었지만 시민단체들은 각 분야별로 국회 국감활동을 모니터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들이 매년 각 분야의 공로를 인정해 주는 시상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가령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매년 연말에 ‘환경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 상은 녹색시민상, 언론상, 정치인상, 공무원상, 문화예술상 등 5분야에 걸쳐 환경위기극복과 자연사랑을 헌신적으로 실천한 개인 및 단체에게 주어지는 데, 현재까지 ‘녹색 정치인상’을 받은 인물은 김문수(96년), 이미경(97년), 김영환(99년) 의원 등 3인이다. 김문수 의원은 96년 국감에서 목동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 과대배출 등 소각장의 심각한 오염실태를 파헤치고, 효율적인 수자원관리에 대한 방안으로 우리나라 정수기 유통상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 등이 평가됐다.
다음해 ‘녹색정치인상’을 수상한 이미경 의원은 그해 국감에서 현장방문 등을 통해 남한강 종합개발사업의 환경생태계 파괴 및 군부대 불법 매립·오폐수 방류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새만금간척사업의 문제점 등을 여론화했다는 공로가 인정됐다.
지난해 수상자인 김영환 의원은 99년 국감에서 울진원전의 설계도면에 없는 정체불명의 용접부가 있음을 밝혀내 부실공사의 현실을 파헤침으로써 주기적 안전성 평가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다시한번 확인했으며, ‘원전안전대책위’ 구성으로 이어지게 한 주인공이다.
‘녹색정치인상’ ‘여성권익 디딤돌 정치인’ 등 발표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지난 96년부터 매년 ‘여성권익 걸림돌 5인, 디딤돌 5인’을 선정해 발표하는 데 역대 ‘디딤돌 5인’에 포함된 정치인은 3명. 96년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조순 서울시장을 ‘디딤돌 5인’중 1명으로 꼽았다. 그는 민선시장으로서는 최초로 여성발전기금 60억원을 조성하고 모범적으로 ‘여성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여성정책 보좌관을 둬 여성권익에 발벗고 나선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했다.
다음해 ‘여성권익 디딤돌 5인’에 포함됐던 정치인은 추미애 의원. 96년 10월 국회 내무위원회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한총련 여대생 성추행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주인공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당의원들의 ‘국회의원 품위’ 운운 등의 비난과 야유에도 불구하고 여성의원으로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추 의원을 평가했다. 지난해 디딤돌 5인방에는 현역 정치인은 아니지만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정당법에 여성할당제 30% 명시를 정책화한 공로로 당시 국민회의 여성위원장 김희선씨가 포함된 바 있다.
참여연대도 지난 98년 부패방지법 제정에 노력해 온 유재건 의원을 ‘부패방지법 지킴이’로 선정해 감사패를 전달했었다. 유 의원은 지난 96년 말 국민회의 ‘부정부패방지 입법 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표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지난 97년 4월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는 그 전해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등을 평가해 2백98명의 ‘의정 성적 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종합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국회의원은 박광태, 조순형, 김홍신 의원이었다. 또 기록전문성과 개혁성을 중심으로 정책대안 능력, 국정심의 능력, 이슈제기 능력, 개혁성 등 4가지 지표를 점수화한 결과, 조순형 의원이 1위를 차지했고 박광태, 임복진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도 지난 97년 5월 국회의원중 의장단과 주요당직자 등을 제외한 2백67명의 국회 속기록과 국회 전문위원, 출입기자단, 행정부 국실장급 실무책임자 1천8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분석해 발표한 바 있는 데, 180회기 국정감사, 181회기 기간에 의정활동이 가장 우수했던 것으로 평가받은 의원은 이석현, 임복진, 이성재 등 3명이었다.
시민의신문이 지난 98년 말에 시민단체 실무자 1백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민운동의 디딤돌’로 꼽힌 인사 중 현역 국회의원은 이미경, 노무현, 김민석, 이성재, 김근태, 추미애, 방용석 의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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