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해아래집과 함께 하는 에바다 콘서트’가 열렸다. 전국 에바다 대학생 연대회의와 연세대 총학생회가 함께 준비했고 김경호, 꽃다지, 크라잉 넛, 한스밴드 등이 출연해 에바다 해아래집을 후원하는 자리였다. 재단비리 폭로 후, 에바다 농아원에서 나온 아이들과 선생님이 꾸린 해아래집에는 현재 2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고 현판식을 한 지 3년 째 접어든다.
“에바다사태는 단순한 에바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장애인수용시설의 이른바 족벌체제, 폐쇄적 운영, 비리, 인권유린의 현주소입니다. 그 동안 긴 시간이었지만 여기에서 좌절된다면 한국의 장애인 인권운동의 진전이란 없습니다.”
에바다 대학생 연대회의의 좌동엽 씨의 말이다. 대학생연대회의는 현재 관선이사장인 이성재의원(새천년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쌓아가고 있었다. 에바다 사태의 비리책임자였던 최실자 씨(당시 에바다 원장)와 최성창 씨(에바다 설립자)가 여전히 에바다복지회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그 일가 친척들이 다시 원장 또는 이사진으로 한 자리씩 꿰차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재단측, 신임 이사진 진입 막아
현재 최실자 전 원장은 에바다복지회 내에 있는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설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성재 의원이 이사장이 되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금쪽같이 믿었던 사람들로선 그가 기대만큼 큰 활동을 하지 않자 지칠 법도 했다.
“현재 평택시의 공무원들, 지역유지들과 결탁되어 있는 최씨일가의 세력권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이성재 의원도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았을 겁니다.”
김칠준 변호사(민주사회 위한 변호사모임)의 설명이다.
이성재 의원의 임기는 3월말까지이다. 현 국회의원인 김홍신(한나라당), 김명섭(민주당), 이성재 의원은 임기 전에 사퇴의사를 밝혔다. 신임 이사진은 김칠준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지역인사 및 개혁적인 장애인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3월말 전에 확정되어야 할 신임이사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현 이사진들 내에서 신임 이사진들에 대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립되는 지점은 에바다 사태가 일어날 당시 이사였으며 최실자 원장의 혈육관계인, 최성창 씨(목사) 를 신임 이사진내에 포함시키겠다는 재단측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 현 이사인 김범수 교수(평택대 사회복지학과)가 갑자기 기존의 입장을 바꿔“최성창을 신임이사에 포함시키자”며 최씨 일가의 편을 들고나서 신임 이사진 확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대해 “현재 최성창 씨의 동생인 최성호 씨가 이사진 내에 포함되어 있는데 최성창 씨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다”라며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에서 반발하고 있다. 에바다 사태해결을 위한 평택공대위에서도 3월 20일 평택대 앞에서 집회신고를 내고 김 교수의 결단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권 교사, 복직판결 받았지만 학교에 근접못해
3월 17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에바다 연대회의가 열렸다. 인권운동사랑방, 노들야학, 공공노조, 참여연대 등이 참석했고, 신임 이사진 개편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날 에바다 재단에 의해 해임되었다가 교육부에 의해 복직 판결받은 권오일 씨(에바다농아원 교사)를 만났다.
“복직 판결을 받은 게 98년 2월입니다만 지금도 수업은커녕 학교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어김없이 매일 학교 앞을 서성대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가 보이면 정문의 수위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길을 가로막고 선다.
“그 아이들을 미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어른들이 시키니까 하는 것이지 그 아이들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다 그 아이들이 마을에서 마주치면 저와 얘기도 하고 그래요.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그는 “철저히 지역 공무원과 권력을 측근에 둔 최씨일가는 심지어 농아원 학생들조차 자신의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재단측은 학생들에게 반재단측 교사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게 하고, 교사와 학생사이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더 이상의 폭력을 방조할 수 없어 교사들이 폭력학생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에서는 묵인, 심지어 이용하고 있다는 게 권 교사의 증언이다. 심지어 학교 내의 폭력학생들은‘행동대원, 대장’으로 통한다. 학교내 사정이 이렇다면 에바다농아원은 교육이나 재활은커녕 폭력을 배우게 되는 곳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얼마전 졸업한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최고 폭력을 휘두르고 저에게도 위협을 가하던 학생이었죠. 어느 날 한 회사 직원이 해아래집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받으니까 ‘○○○ 학생이 해아래집 학생이 맞느냐’라고 묻더라구요. 물론 제가 가르친 학생이긴 하지만 에바다농아원 졸업생이죠. 직감적으로 ‘이 녀석이 취직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맞다고 대답했어요.”
에바다농아원측에서는 실제 자신들의 행동대원이었던 아이들이 외부로 나가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취직하는 것에 도움을 주지 않다 보니 졸업생들은 이력서에 ‘해아래집 졸업’이라고 쓴다고 한다.
“우리의 적은 시간입니다.”
권오일 선생님의 말이었다. 기나긴 싸움의 고단함을 얘기하는 게다.
“장애인 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비리가 터지면 한국 사회가 한번 발끈 뒤집힙니다. 그러나 항상 그때뿐이죠.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제도 자체의 구조적 모순은 그대로이고, 다시 비리재단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잇속을 챙기죠. 별 대책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을 보면서 입으로 늘 그랬어요. 이번엔 꼭 버텨야 한다. 시간을 이기면 우리는 이긴다. 재단측에서도 쉽게 생각했겠죠. ‘저놈들이 어느 정도 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겠지.’ 절대 포기안할 겁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는 죄인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사회에서도 에바다 문제만은 해결하자는 결의가 강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의 미래란 암담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3월 18일 평택에 있는 에바다복지회에 직접 들어가보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사진기자와 취재기자가 같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던지 수위실 책임자들이 나와 가로막았다. 사진촬영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교장실로 다이얼을 돌리는 동안 사진기자는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사진촬영을 하려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옥상으로 올라가다 자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덩치 큰 사내를 보고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농아원 학생인 듯한 그는 사진기자가 발걸음을 돌리자 어디론가 또 사라졌다. 교장은 끝내 취재에 불응했고, 정문 앞에서 사진촬영만 하겠다는 부탁은 받아들여졌다. 발길을 돌려 수원의 김칠준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이날 해아래집 학생들이 다산변호사 사무실의 행사에 수화공연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신임 이사장으로 추천받은 김칠준 변호사에게 거는 이들의 기대는 굉장했다. 대통령이 세 차례나 약속을 했건만 해결하지 못한 일인데 김칠준 변호사는 어찌 믿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김 변호사에 대해선 철저히 신뢰한다. 그들이 보는 것은 속빈 강정 같은 약속의 말이 아니라 장애인문제나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이들의 인권에 대한 신념을 믿는 것이다.
“현재 이사진 개편과 관련하여 중요한 변수인 김범수 교수를 만났습니다. 김범수 교수는 ‘신임 이사진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최씨 일가의 이사들이 수적으로 적다. 최성창 씨가 들어온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김 변호사는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득했다. 최성창의 경우는 실제 에바다 비리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사람에게 다시 복지회 이사의 자리를 준다는 것은 에바다 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김범수 교수는 에바다 졸업생들이 신임 이사진들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얼마 전 에바다 졸업생들이 저의 사무실로 찾아왔었어요. 서로 얘기를 하다 보니 곧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재단과 졸업생들을 설득해 나갈 겁니다.”
그 동안 사회복지시설이 설립되고 나서 지역사회 내에서 애정어린 감시가 없었다. 따라서 재단측에서는 밖으로 표방하는 것과는 달리 얼마든지 공금을 횡령하고 비리를 숨길 수 있었던 것이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사장이 된다면 학교에 상주할 것이다”라며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결의를 내비쳤다.
투명한 시설운영기관으로 정상화돼야
“이제는 말로만 에바다를 위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리되어야죠. 진정으로 에바다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복지, 교육시설 확충을 위한 후원금을 낸다든지, 참여해서 자원활동을 한다든지 어쨌든 실천으로 보여줘야 된다는 거예요. 재단측도 자기 헌신적인 애정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참여해야죠. 즉 헌신적 경쟁을 하자는 겁니다. 구체적인 활동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프로그램을 짤 예정입니다.”
김칠준 변호사는 객관적인 근거와 에바다 복지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로 현재 에바다 관계자들을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이사진들이 활동하게 될 시점은 김범수 교수가 도장을 찍는 시점이다. 현재 김범수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에바다재단측은 김선기 평택시장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양자가 합의한 비밀문서는 예전의 모방송 뉴스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니까 재단측과 평택시 공무원들은 한 목숨인 셈이다. 에바다 재단측에서는 입장이 불리해지면 언제든지 평택시청을 걸고 “같이 죽자”고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평택시청은 에바다사태를 묵인, 방조하며 같이 생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 속에 관련된 보이지 않는 끈들을 추적해 보면 김범수 교수와 에바다재단측과도 끈끈함이 발견된다.
“현재 김범수 교수도 이쪽 저쪽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자신을 에바다 이사로 추천해준 사람은 평택대 총장입니다. 총장이 얼마 전 그에게 최성창을 이사진에 포함시키라는 조언을 했다기도 하고. 어쨌든 현재 김 교수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며칠만 더 기다리기로 했어요.”
평택 대책위의 김은철 씨(민주노총 평택지구협의회 사무차장)가 20일 김범수 교수를 면담하고 나온 직후에 한 대답이다. 그는 김 교수와의 면담자리에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지난 3년 동안의 시간이 결실을 맺게 될 첫 계기이기도 한 지금, 당신이 최성창 씨를 넣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난항에 빠졌다”며 그의 결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에바다복지회의 문제는 명확하다. 시설 설립자가 정년 퇴임도 없이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복지시설을 설립자의 사적 소유물로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에바다의 경우는 시설운영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조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민주적인 운영으로 복지시설들의 모범으로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외딴 곳에 시설을 설립하고는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투명한 참여와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에바다를 사회복지시설의 모범적 사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로서 시설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의 경쟁을 할 때입니다.”
김칠준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하여 밝힌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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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아래집 아이들과 한스밴드 이 아이들에게 다시 웃음을 3월 18일 김칠준 변호사의 사무실로 해아래집 학생들과 한스밴드가 나란히 선 장면이 필름에 담겼다. 해아래집 학생들은 수화공연을 위햐, 한스밴드는 김칠준 변호사에게 감사의 말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온 것. 한스밴드는 "기획사와의 분쟁이 있었을 때, 사람들이 모두들 힘든 싸움이라고 얘기했지만 김 변호사의 변론으로 저희가 이기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한스밴드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해아래집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한스밴드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같이 하는 자리를 주선하니 해아래집 아이들과 한스밴드가 같이 쑥스러워 흐지부지. 해아래집 아이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들이고 한스밴드도 수화로 얘기를 못하는 처지라 자리는 더욱 어색했다. 계속 해아래집 아이들이 웃기만 한다. 단지 웃음으로 한스밴드에 대한 관심을 전할 뿐. 그러다가 잠시 후 사진촬영을 위해 다시 모이게 되자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다들 사진기를 열심히 쳐다본다. 해아래집 아이들은 계속 싱글벙글. 이 아이들도 평범한 그 또래의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었다. 대중스타를 좋아하고, 얼굴을 팔耽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