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04월 2000-04-01   718

채널고정!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뜬다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담은 영상물을 기획, 촬영하고 구성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여 직접 제작한 작품을 그대로 방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새방송법에 의하면 KBS는 월 100분 이상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고, 편성기준을 공표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이런 퍼블릭 액세스 개념이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이미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정착되어 있다. 이런 외국의 액세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우리처럼 KBS라는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시청자제작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예는 보기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본격적으로 이 퍼블릭 액세스의 의미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간의 각 단체의 활동은 회원들을 위주로 비디오 제작에 관심을 둔 소모임을 운영하고 간단한 영상작품, 단체 활동을 기록해 두는 정도였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액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현재는 막상 4월에 방영될 프로그램에 대비하자니 막연한 감이 있다. 그 동안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해외 액세스 프로그램 시사회나 토론회 등이 열리긴 했으나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방송법이 제정된 지난 2월 말부터다.

지난 3월 21일 가칭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시청자참여협의회)는 회의를 가졌고, 4월 말에 방영될 액세스프로그램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각 분야별로 22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공유와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22개 시민사회단체, ‘시청자 참여 협의회’ 구성

한편 통합방송법 시행령 제5장 51조에는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방송공사 편성국 측에서는 아직 편성기준을 공표하지 않은 상태이고, 편성국 한 책임자는 “현재 책임자를 정하고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 생각하면, 시청률을 의식하는 방송국 입장에서 월 100분이상이란 시간을 시청자들에게 내주었을 때 작품의 완성도와 영상물의 질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방송국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외면할 수 있지 않은가?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가지고 되짚어 보자. 액세스권의 의미는 매스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일반 대중에게 미디어에 자유로이 접근하고 또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일반 시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방송함으로써 자신들의 다양한 의견을 다른 시민들에게 전달하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방송국은 시청률을 핑계로 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교육과 제작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액세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앞으로 실시될 위성방송의 액세스채널 확보에도 시민단체들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 17일 성공회대성당에서 국민주방송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미 국민주 방송 설립운동은 지난 1996년 방송노조와 비판적인 언론학자, 시청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47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개혁국민회의에서 연구, 논의되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27개 단체가 연대하고 있고 이 날 13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논의된 얘기 중 관건은 초기 재원의 규모와 확보에 대한 문제였다. 국민주 방송 설립을 위한 연구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자본금 규모는 약 500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소액주주 중심으로 설립된다 하더라도 운영상의 노하우 문제나 자립 경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가 쟁점사항이었다. 외국의 공동체 TV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처럼 특별지원법 등을 통해 공공자금을 지원하거나 시설 운영비 보조를 받지 않고도 타방송과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 또, 시청자들이 제작한 작품수준과 완성도에 대한 딜레마도 있다.

퍼블릭 액세스가 시청률 눈치 봐서야

그러나 명백히 퍼블릭 액세스를 경쟁력이나 시청률의 가치로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액세스권은 매스미디어가 점차 대규모화되고 발전하게 됨에 따라 소수의 자본가나 정치 권력에 의해 장악됨으로써 일반대중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언론의 자유가 언론미디어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소수의 자유에서 일반 시민들의 언론자유로 확대된 의미로서 퍼블릭 액세스 운동에 나름의 가치부여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주 방송의 이념은 ▷자본이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성 ▷시청자를 주인으로 하는 공공성▷전국민의 이익을 골고루 대변하는 평등성 ▷사상과 의견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양성 ▷창조적 대안으로서 내일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성 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리될 수 있다.

퍼블릭 액세스의 역사를 보자면 외국의 경우 시민운동 차원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활동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다가 법적으로 채널 할당을 요구하여 액세스 채널이 정착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다. 법적제도의 보장이 이루어진 다음 현재 한국방송공사 측이나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도치된 절차상의 선후가 초래할 문제는 어찌 보면 큰 것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민사회단체는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며, 퍼블릭 액세스운동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으니 액세스 채널과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고 기본적인 제작훈련과 미디어교육을 실시할 방안이 이제는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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