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10월 2000-10-01   1216

국감연대가 선정한 국정감사 체크포인트

‘국정감사를 살리자.’

지난 9월 4일 발족한 40여 시민단체의 한시적 연대체인 국정감사모니터시민연대(이하 국감연대)가 도달한 결론이다.

국회의 정책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국감이 매년 되풀이되는 전시행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결국 ‘정책국감’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감연대가 의원 성적표를 매겨 국감 활동의 기본적 성실도를 측정했던 것에 비춰볼 때 무게중심이 대폭 이동된 것이다. 의원들과의 관계설정도 지난해의 다소 ‘대적 관계’에서 협조관계로 수정했다. 국감의 고유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기관의 감사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시민단체는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정책역량을 총동원했다. 지난해 내건 국감의 정책과제가 총론격이라면 올해 제시한 국감의 정책과제는 각론과 총론을 두루 갖춘 시민단체의 분야별 사회 개혁 마스터플랜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국감의 정책과제가 시민단체의 ‘선언적 구호’에 그친 반면 올해 국감연대는 각 분야별 정책과제를 선정하면서 국감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다뤄져야할 현안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분리한 뒤 각 상임위 의원들과의 정책간담회를 거쳤고, 각 당 정책 담당자를 초청하여 토론회도 벌였다. 국감연대는 또 시민단체가 보유한 정책자료를 의원들에게 최대한 제공하고, 필요시 추가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국회의원들이 요청하면 시민단체 참여 전문가들과 연계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부실 국회를 되살리기 위한 전방위 입체 전략인 셈이다. 물론 ‘개혁성’ ‘공익성’ ‘성실성’을 잣대로 국회의원들의 국감 활동도 평가할 예정이다(지난 9월호 참조). 다음은 국감연대가 제시한 분야별 국감 현안과제이다.

운영위원회 국회사무처의 경우 입법보좌시스템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국회사무처 본연의 기능은 의정활동(입법,예결산,국감 등) 보좌에 있음에도, 권한·예산·인원·보좌시스템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 또 철저한 재산변동사항 실사 및 조치결과가 공개돼야 한다. 93년 이후 매년 국회의원의 재산상황, 혹은 변동사항의 공개가 시행되고 있지만 허위신고 등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기획예산처 국감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방안, 예산편성과정에서 시민 참여 방안 등도 국감 포인트.

법제사법위원회 현행 호주제도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연 3만 명의 여아를 낙태시키는 반인권적인 제도. 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호주제도는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 현 가정폭력방지법 제1조의 목적은 이 가정 내 폭력의 문제가 피해 당사자만의 인권뿐 아니라 가족구성원들의 인권보호 자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 밖에 사면 신청절차를 두고 그 신청서에 기재된 사항을 심사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사면의 적부를 심사함으로써 정략적 고려에 의한 사면권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재정경제위원회 97년 7월 현대전자는 보유중이던 현대투신 주식 1,300만 주를 CIBC(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에 매각하는 형태로 자금(1억7,500만 달러)을 조달했다. CIBC는 3년 후(2000.7.24) 연 7.875%의 금리를 가산한 금액(2억2,063만3,598달러)으로 동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계약을 현대중공업과 체결, 현대전자의 차입금 조달을 위해 지급보증을 선 셈이다.

핫머니 등 단기투기성 국제자본의 규제와 외환거래세 도입도 검토사항. 단기외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01년 이후 단기외채의 비중이 40%대까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국내 채권시장 개혁과 유통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채권시가평가제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

건설교통위원회 인천국제공항 건설과정에서 수많은 부실과 부조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애초 3조2,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건설하겠다던 건설공사가 현재 7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다. 또 최근 수도권 전역에서 신도시 건설이 진행되면서 많은 준농림지가 개발되었다. 특히, 홍수발생시 완충역할을 하는 농지가 광역적으로 개발되면서 홍수재해의 피해를 대규모화하고 있다.

이 밖에 도시계획법 시행령 일반주거지역 경과조치가 폐지돼야 하고, 철도교통 장기 발전계획 및 남북간 철도교통망 확보 방안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교육위원회 사립학교의 부패 및 파행운영이 확대되고 있다. 학교 시설과 관련한 건축비리, 각종 교·자재 구매와 관련된 비리가 만연한 가운데 학교급식사업과 관련하여 시설 공사에서부터 급식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부패가 개입되었다. 학교전산화 사업도 사양에 미달되는 제품 납품 등의 수법으로 부패 정도가 심하였다. 상문고 부패 재단 복귀도 문제다. 이 밖에 환일고, 예일여고의 건축 및 급식 비리, 한서고의 부패·파행운영과 부패 재단의 복귀 시도 등 사학비리 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환경노동위원회 정부는 실업문제의 해결과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구체화하여 실행해야 한다. 또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무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노동관련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적인 보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으로서의 정책과 방향성 정립이 필요하다. 통일운동·교육 사회단체의 정책(행정·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또 지지부진한 SOFA 개정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토지소유자 동의 불필요, 무상주병권, 주둔기간 무제한 등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산업자원위원회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다수 주민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지정하려 하여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핵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향후 환경 경제적인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또 핵폐기물 처분장은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 수천년에 이르는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은 물론이고 부지 선정에서부터 매우 투명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 밖에 기후변화협약 대응 점검, 에너지 가격 구조조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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