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2년 08월 2002-08-10   487

인간안보 중심으로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해야

남북관계전문가 진단


지난 6월 29일 서해에서 남북간의 총성이 오갔다. 북한의 ‘의도된 침범’이라는 국방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사적 충돌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어쨌든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남과 북의 젊은 장병들이 허망하게 죽어 나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차분히 해법을 찾기보다는 강경한 대응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 그래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관계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지난 7월 6일 참여사회연구소 통일분과 회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아침부터 자리를 같이 했다.

김대중정부가 이제는 그 이름조차 헷갈리는 각종 게이트로 점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해교전은 햇볕정책을 흔들고자 하는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것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에서도 과연 햇볕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도 던져준 사건이었다.

군부와 대남부서 갈등으로 북한대외정책 혼선

먼저 김연철 박사(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남북한의 교류협력 과정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온건세력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으나 북한 정치체제의 변화가능성은 어렵다고 보았다. 북한의 경제체제도 개방시도-실패-개방시도 등으로 단절적이며 제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태이고 여기에 북한의 대남정책의 주요변수인 미 부시행정부가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hostile neglect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최근 북한은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경제개혁과 외교정책에서 정책혼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북한의 정책혼선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나타나는 정책혼선은 대체로 북한 지도부와 군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시각보다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 하에서 대남부서와 군부의 입장 차이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박사는 미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거리낌없이 천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이 정권교체기에 접어들었다면 북한의 정책혼선은 오히려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이랬다저랬다 혼선을 빚는 듯 보이지만 북한이 마땅히 내놓을 카드는 없는 상황에서 임동원 특사를 받아들이거나 서해교전 같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축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현상유지를 위한 일관된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등장이후 북한 지도부의 전반적인 정세인식의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군부가 가장 강경하고 경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의선이나 금강산 육로관광을 안보위협으로 여겨 반대하는 등 안보문제에 대한 대응이 이후 상황에 대한 전략적 고려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일의 북한군부 배려는 체제유지용

김종대 씨는 실제 6·15 선언 1년 전후로 군부에 대한 김정일의 파격적 배려가 뚜렷한 경향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군부를 지원하고 무기도 대량 구입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대남위협용이라기보다는 북한 내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군부를 배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남북교류에 장애물로 작용하였고 남한 강경파들이 북한 군부내 심상치 않은 변화가 있는 듯 유포시켜 악용해 왔다. 그리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부르짖고 나선 부시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면 서해교전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충분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 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것은 북한이 이 사건으로 얻을 게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것처럼 이번 서해교전은 어선의 월경을 경비정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 군부에 의한 우발적 사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예민함은 발빠른 위기해결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교전수칙을 공세적으로 바꾸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확전되지 않았고 금강산 관광선이 예정대로 출발했으며 북한의 기술자들이 남한을 방문했다. 김연철 박사는 현 정세를 타계할 역사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으로 “햇볕정책은 접촉을 통한 변화였고 변화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화를 유지하고 제도화하는 방식이 부재했다”며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계도 지적하였다.

군사훈련 군비감시 시민운동 개입해야

북한체제를 깡패국가나 과도하게 이상한 국가로 이해해서는 전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 구갑우 교수(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는 “북한의 선군정치(先君政治) 때문에 한반도에 안보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것이 아니라 북한을 합리적 행위를 하는 정상국가로 보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화해시대에도 안보문제가 존재하고 안보딜레마도 계속 작동하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문제에 있어 북한지도부의 부적절한 대응과 정책혼선 그리고 햇볕정책의 위기해결 시스템의 부재라는 것이 불안요소이지만 현 국면에서 크게 우려할만한 것이 바로 미국 주도의 정세변화일 것이다.

박순성 교수(동국대 북한학과)는 미국이 양보 불가한 요구를 하는 측면이 있지만 북한이 미국에게 적절히 전략적인 양보를 했다면 현재의 미국 주도의 정세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햇볕론자들의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북한 체제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미국의 부시정부’로 접근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재강조한 구갑우 교수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북한은 기능주의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시민사회운동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야 한다. 또한 인간안보를 고민하는 새로운 동북아 다자간 협의체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였다. 동시에 이것은 미국을 최소한 억제시킬 방법이기도 하다.

서재정 교수(미국 코넬대)도 “환태평양 훈련이나 한미 군사훈련 등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발하는 군사훈련이 있을 때 서해교전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언제라도 서해교전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군사훈련, 군비감시에 대해서도 시민운동이 개입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김종대 씨는 북한이 보이고 있는 정책혼선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들을 지적하면서 “남북이 사이 좋을 때는 김정일의 피격설 등을 흘리면서 김정일과 군부가 갈등관계에 있다고 보도한다.

반면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는 김정일과 군부가 엄격한 통치체계로 통합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서해교전도 군부의 우발적인 공격이 아니라 김정일이 관계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이 그것이다”라고 자의적인 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비판하였다.

냉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

토론의 마지막으로 김연철 박사는 현재 경의선 철도 연결이나 금강산 육로관광 등에 관한 논의가 정지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긴장과 협력이라는 ‘과도기의 이중성’에서 불신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한반도는 언제든지 냉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로 진단하였다.

이번 서해교전은 현재 긴장과 협력이 오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예상하기 어려웠던 의외의 사건이면서 한편으로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남북간의 평화체체 안착이라는 것도 참으로 지난한 과제임을 새삼스레 일러주었다.

현재 이 불똥이 긴장과 교류협력이 교차하는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평화세력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 평화체제 안착을 위해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하는 것은 햇볕정책이 북한만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한반도를 둘러싼 각 나라들도 그 변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은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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