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는 피스2000(Peace 2000 Charity)이라는 자선단체가 있다. 그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들에 순록이 끄는 썰매 대신 평화의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식량과 의약품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산타클로스 캠페인을 편다. 그런데…, 이 캠페인의 창설자 토르 마그누슨이 지난해 11월 22일 구속됐다. 그 이유는 뭘까.
거 참, 요즘은 해외여행 한번 결심하기가 쉽지 않지요. 사스도 걱정되고 전쟁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맘 편하게 해외 나가는 게 양심에 걸린다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가뜩이나 마음 불편한 여러분께 죄송하지만 한 가지 걱정거리를 더 드려야겠군요. 바로 여러분이 타고 나갈지도 모르는 비행기가 어느 순간 테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운 나쁘게 그 비행기에 타고 있다 목숨을 잃는다면 미국 펜타곤이 좋아하는 말처럼 ‘부수적 피해’로 간주된다는 사실이요.
산타클로스 구속사건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다고요? 그러실 겁니다. 어느 항공사도, 어느 나라 정부도 그런 이야기를 해 줄 리가 없으니까요.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런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자 그럼 이 불운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해보지요.
아이슬란드의 피스 2000(Peace 2000 Charity)이라는 자선단체의 창설자이자 대표인 토르 마그누슨이 바로 그 사람인데요, 그는 아이슬란드인들에게는 ‘산타클로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들에 순록이 끄는 썰매 대신 평화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식량과 의약품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산타클로스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산타클로스가 지난해 11월 22일 구속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 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러리스트 활동이나 공격 대상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메일 경고를 퍼뜨려 사회 불안을 조성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3년 이상의 실형을 살게 될 것 같다고 합니다. 마그누슨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 측에서 피스 2000의 이메일을 차단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온갖 방해공작을 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 구속사건’을 통해 오히려 피스 2000과 마그누슨의 주장과 캠페인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지요.
피스 2000의 캠페인은 한 마디로 민간 여객기가 테러리스트 활동이나 적의 공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 캠페인이 북대서양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아이슬란드 정부가 지난해 11월 나토와 맺은 협약 때문입니다.
민간항공기를 군용으로?
이라크 전쟁이 논의되고 있던 무렵부터 나토와 아이슬란드 정부는 전쟁이 발발하는 대로 군사력 강화를 위해 아이슬란드 항공과 아틀란타 항공 민간 여객기들이 유사시 무기와 군대를 수송할 수 있도록 비상대기 상태에 둔다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이 발발하는 대로 민간 여객기들이 무기와 군대를 수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협약이었지요. 그러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실제로 이 협약이 발효되었을까요. 군사 작전이라는 것이 원래 외부에 드러내놓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정확한 현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피스 2000은 지난 4월 중순 “현재 에어 아틀란타는 유럽에서 최대 규모의 군용 수송기의 하나가 되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다시 말해 얼마 만큼인지가 문제일 뿐 아이슬란드 항공과 아틀란타 항공이 이번 전쟁에 ‘가담’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피스 2000의 입장인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가담’이 일반 탑승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그 위험성은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라크 군대라면, 그리고 어떤 항공사의 항공기들이 군용 수송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면, 그런데 언제 어떤 경로가 군용이고, 어떤 경우가 민간용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재적 위험을 생각해 민간이 피해의 무리수를 두더라도 이러한 항공기들에 테러를 감행하거나 미사일 공격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겠지요. 그러니까 바로 여러분이 오늘 타고 가던 비행기가 이라크 군대나 다른 ‘적군’에게 ‘군사 목표’로 지목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민간 여객기가 군사 목표로 간주되어 격추되거나 테러를 당한다고 해도 그 공격은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아무 불만도 항의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정당하다. 이것은 나토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입니다. 민간 여객기가 군수용품이나 군대를 수송하는 데 이용된다는 것은 이 여객기가 민간과 군용 이중 용도로 사용된다는 의미인데요,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나토의 공습 작전 조사를 위해 설립된 위원회가 최종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이중 용도’ 목표물의 파괴는 적법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도 말입니다. 그 근거요? 이 공격이 민간인 살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주요 군사 구조물 파괴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민간인들의 사상은 ‘부수적 피해’로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말입니다. 이런 여객기를 타고 있다가 죽어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니까요.
전쟁 수입을 위해 민간인 목숨 담보해서야
그러니 목숨이 아깝다면 이 ‘이중 용도’ 군사 목표물을 타지 않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나간다면 민간 항공사나 정부에 군사 용도로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야겠구요. 우선 어떤 항공사들이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아야 ‘피할 수’ 있겠지요. 먼저 아이슬란드 항공은 아이슬란드 외무장관이 직접 나토와 협약을 체결했고, 에어 아틀란타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중동 지역으로 무기와 군대 수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에어 아틀란타는 또 자매항공사들이 많아 이 자매항공사들이 에어 아틀란타 여객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매항공사들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에어 아틀란타의 자매항공사로는 버진 아틀랜틱, 이베리아, 사우디아, 엑셀 에어웨이스, 에어 프랑스, 가루다 인도네시아, 에어 알제리, 에어 아시아 등이 있습니다. 자 그럼 좀 목록이 길기는 하지만 우리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한번 다 알아봅시다. ATA, 월드 에어웨이스, 에버그린, 아틀라스, 애로우 에어, ATA 아메리칸 트랜스 에어, 페덱스 익스프레스, 제미니 에어 카고, 노스웨스트 에어라인, 옴니 에어 인터내셔널, 폴라 에어 카고, 노스 아메리칸 에어라인, 아메리칸 에어라인, 컨티넨탈 에어라인, 델타 에어라인 등입니다. 정말 많지요? 열거하는 데만 해도 숨이 차는군요.
“혹시 내가 타려는 비행기가 아이슬란드 항공이나 아틀란타 항공 소속 여객기가 아닌지 확인하라(참고로 아이슬란드 항공의 여객기는 TF로 시작하므로 티켓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항공편 외에 다른 수단을 이용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 다른 선택권이 없다면 당신 가족들을 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라, 이미 예약을 끝냈고 티켓을 사놓은 상태라면 민간 여객기를 군사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 규약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하라” 등이 피스 2000이 여러분의 생명을 위해 주는 ‘최선’의 충고입니다.
아, 물론 또 하나 있지요. 바로 이러한 항공사들이나 정부에 우리의 목숨을 보호해 달라고, 전쟁 수입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 그리고 앞으로 또 어느 곳에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들, 정부와 군수산업과 자본과 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세계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쟁은 이렇게 결코 우리와 무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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