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4년 02월 2004-02-01   1159

[인터뷰] 이기선 중앙선관위 홍보국장

“17대 국회의원들은 욕할 일 없도록 유권자가 잘하자”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채 식지 상황에서 다시 17대 총선의 해를 맞았다. 이기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국장을 만나 공명한 17대 총선을 위한 선관위의 노력과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최근 대구지법 의성지원에서 지방선거에서 금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액수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부과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현행 선거법은 유권자가 금품.향응을 제공받거나 요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이익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법원이 제공받은 금액의 10배의 벌금형을 내렸다는 것은 유권자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유권자에게 50배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정개특위 개혁안이 통과되면 유권자들이 더 경각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 선관위는 ‘갈비탕 한 그릇 잘 못 얻어먹으면 25만원 물어내야 한다’는 식으로 홍보를 할 계획이다.”

“갈비탕 한 그릇 잘못 먹었다간 벌금 25만원”

– 이번 법원 판결이나 정개특위 개혁안의 취지에 맞게 유권자 감시 활동이나 고발조치도 강화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철저한 홍보와 더불어, 실제로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감시, 고발 조치할 것이다. 그리고 신고자,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을 현재 최대 1000만 원보다 훨씬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내부 선관위 직원에 대해서도 (적발에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그래서 사실상 유권자 속에서 유권자들에 의한 통제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 지금까지 선거 경험상 가장 일반적인 불법이나 탈법의 형태는 무엇인가? 또 불법선거의 유형으로서 최근의 경향이 있다면?

“아직은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최근에는 대형식당에서 대규모 집단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식은 많이 사라지는 대신 소규모의 은밀한 접대가 일어나고 있다. 나중에 슬쩍 누가 제공한 접대인지만 암시하는 방식이라서 그만큼 단속이 어려운 점이 있다. 선거 브로커들이 활개 치는 것도 일반적이다. 브로커들은 모든 후보자들에게 접촉해 돈을 요구하지만, 막상 후보자들에게 명단을 달라고 하면 못 준다고 한다. 요즘엔 인력파견업체가 인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 돈선거, 불법선거를 막기 위해 강화되어야 할 선관위 권한이 있다면?

“선거사범은 현장에서 놓치면 나중에 다 말을 맞추기 때문에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현장에서 분리 동행해 심문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후보자에 대한 실사권 강화 방안으로는, 지출금액이 20만원을 넘는 선거비용의 지출시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 사용, 선관위 자료제출 요구권을 선거일 전후로 확대 등이 있다. 또 후보자 선거운동 관련자만 가능한 금융거래자료 요구권을 선거비용과 관련된 거래자로서 법 위반의 혐의가 있는 사람까지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 당의 추천 인사들과 선관위 직원이 함께 구성하는 선거부정감시단의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실제 후보자들 얘기를 나중에 들어보면 50명이나 되는 선거감시단이 언제 어디서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선거부정감시단이 선거부정을 막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행 선거법은 선거부정감시단의 구성을 선거 개시일 전 10일로 규정하고 있어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선거일 전 120일~30일로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수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지난해 국회 정개특위 산하 자문기구로 활동했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정개협)의 선거법 개혁안에 따르면 지구당이나 중앙당의 당원 행사를 빙자한 교통편의 제공이나 음식물 제공을 금지하는 안이 있다. 부정선거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돈선거, 조직선거 막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역시 정개협 개혁안으로서 정당연설회와 지구당 연설회 폐지된다고 한다. 공명선거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가?

“돈을 쓰는 가장 요인 중 하나가 연설회다. 연설회 취지는 좋지만 우리 정치현실에서 연설회에 오는 70~80% 이상의 유권자가 동원된 사람들이다. 동원할 때 그냥 동원하나? 일당 주고 음식 사주고 그렇다. 정책선거 하려면 지금 각 지역 케이블TV 같은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선거비용 조사 특별조사부 신설, 선거일 전에 내용 공개”

-이번 17대 총선만큼은 선관위에서 뭔가 다르게 하겠다는 안이 있는가?

“이번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관위는 자괴감까지 느꼈다. 그래서 이번 17대 총선의 최대 역점은 돈선거 차단이다. 그래서 이번에 선거관리단 편성할 때 선거비용만을 조사하는 특별조사부라는, 과거에는 없던 조직을 신설했다.

과거에는 선거 끝난 후에 회계보고를 받아 이를 확인했으나, 나중에 검증도 잘 안되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다. 특별조사단은 후보자들 사무실에 선관위 감시단원 상주시켜서라도 실제로 선거비용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을 하고, 선거운동원이 자원봉사자인지, 돈 받고 동원된 인력인지, 현수막 같은 게 걸리면 어디서 얼마에 했는지 등, 그때그때 선거현장에서 불법사실이 발견되면 곧바로 그 부분에 대한 비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에 필요한 자료 요구도 하고, 자료 요구를 했는데 안 준다 그러면, 안 주면 안 준다는 사실, 주면 준다는 사실 그 자체를 홈페이지에 바로 바로 게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국민들로서는 듣기 싫은 소리일 수는 있지만 한나라 정치는 그 나라 국민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17대 선거가 끝나고 또 정치인들 욕하지 않도록 돈쓰는 후보, 불법타락선거를 부추기는 후보는 유권자 스스로가 심판했으면 한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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