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5년 09월 2005-09-01   1689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음란물인가?

판결비평3 – 시대착오적인 대법원의 음란성 판단기준

최근 대법원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체 사진을 올린 미술교사 김인규(43세)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은 충남 서천군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던 김인규 씨가 2000년 9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 ‘나체미학’ 사이트에 임신한 부인과 자신이 완전 나체로 서 있는 사진 등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이를 알게 된 일부 학부모들은 나체 사진의 삭제를 김씨에게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씨를 검찰에 고발한다. 경찰은 김씨를 긴급체포하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씨는 교사 직위가 해제된다. 결국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정직 3개월 뒤 김씨는 복직되었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예술가가 나체를 소재로 한 작품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에 대해 한국사회는 꽤 강도 높은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 불쾌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건 아마도 김씨 작품에 성기가 노출된다는 점일 것이다. 대법원은 여성 성기가 묘사된 작품에 대해 “묘사가 매우 정밀하고 색채가 사실적이며 여성 성기의 이미지가 그림 전체를 압도하기 때문”, 김씨 부부의 전라 사진에 대해 “얼굴과 성기를 가리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나신을 드러낼 논리적 필연성이 없어 보이므로”등의 이유로 김씨의 누드작품을 “성적 흥분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음란물로 판정한다. 이는 10년 전인 1995년 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해 음란물 판정을 내리면서 확립한 기준을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1995년의 가치관을 가져다가 2005년의 한국사회에 들이댄 것이다. 게다가 음란성 판단 기준이란 것이 추상적이고 너무 간단하다.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은 전라에다 성기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2005년 한국 대법원의 기준으로 보면 다비드 조각상은 음란물이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 조각상을 통해 나체를 천시하던 통념을 뒤엎고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르네상스 예술을 꽃피운 거장이 되었다. 김인규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자신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감추려고 하는 상황 아닙니까”라고 항변했다.

8월 17일 참여연대 강당에서는 법학교수와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주제로 공개 좌담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임지봉 교수는 “대법원의 음란물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김 교사의 작품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음란물 판단을 내린 대법관들이 과연 이 사회의 일반인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씨의 작품은 제4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될 만큼 예술성이 인정되는 것이며, 외국 판례에서는 중대한 예술성과 사상성은 음란성을 없애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것은 음란과 예술의 차이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다비드상은 예술이고, 김인규 씨의 누드작품은 음란물인지.

배신정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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