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6년 07월 2006-07-01   1083

숫자 대신 사람과 씨름할 엄지공주

총무팀 이수정 간사


“제가 경제개혁센터 간사 이수정입니다.”

경제개혁센터에서 추진하는 기업의 투명경영에 관한 프로젝트에 대하여 자신들의 회사와 관련된 부분을 설명하려고 직접 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아와 안내대 앞에서 기다리던 대기업의 임원은, 담당자라고 나온 이수정 간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엄지공주같이 자그마한 몸에 화장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동안(童顔)을 보고는 조금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런 일을 당하면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물었다.

“기분 나쁘다기보다 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의 상세한 설명에 오히려 민망하지요. 그런 분들은 저를 찾아온 사람들이고 제가 담당한 참여연대 업무의 일환이니까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담을 하면 외모로 인한 오해(?)는 금방 사그라들어요. 오히려 절박하게 어려운 일을 호소하러 온 일반 상담자들에게는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혹시 나이 어린 아래 직원이 대신 상담을 받는구나 하며 실망할까봐 더 진지하게 대하고 정성을 다하지요.”

그래도 20대 초반에는 등산화가 안 맞아 자그마한 발에 운동화를 꿰신고 안나푸르나 영봉을 보름동안이나 트래킹 하였단다.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휴전선을 따라 걷는 국토순례는 기본인 작은 거인이다. 그렇게 학창시절에 인도 여행이며 우리 산천을 두루 다니며 몸과 마음을 살찌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부모님 덕분이란다. 그의 부모님은 공부하라고 채근하지 않고 어떻게 살라고 부담을 주지 않으셨단다. 그렇다고 크게 기대도 않고 그야말로 자유방임으로 지켜보셨다. 한창 혼기가 꽉 찬 딸이지만, 결혼에 대해서도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함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나 생각해 보라”고 하시는 멋쟁이 부모님이시다. 정치적 성향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인식도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집안 분위기로, 자녀가 좋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 하시는 것이다.

참좋았던 4년간의 활동

이수정 간사는 참여연대에서의 4년이 참으로 좋았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 때가 하나도 안 묻은 상태에서 그나마 때 안 묻은 참여연대에서 아무런 부담없이 일할 수 있어서였다. 일상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명성있는 사람들은 물론 지극히 어려운 생활의 사람들까지를 가까이 접하면서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며 기뻐하거나 가슴 아파했다. 분야마다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생 누릴 수 없는 행운이라고 하였다.

그가 있어 참여연대도 행운이 아니었을까. 지난 2월에 발표한 경제 개혁팀의 ‘재벌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보고서’ 프로젝트에 그는 실무 간사로써 3개월 동안 꼬박 숫자에 파묻혀 살았다. 38개 그룹의 256개 회사에 대한 재무구조를 10년 전 분량부터 정리하는 조사였으니 상근·비상근자 할 것 없이 일에 매달렸는데 그들과 같이 했던 시간만으로도 의미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현대백화점 그룹이 ‘회사기회 편취’ 사례인 계열사를 청산하고, 총수 아들이 얻은 이익 전부를 복지재단에 출연한다고 했다. 그렇게 기업정서가 변화되는 것을 보며 활동가로서 보람과 책임을 느낀단다. 작년 말에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회사에 200억 원을 손해배상 하라는 대법원 판결도 얻어냈다. 그것은 실제 헌법에 주어진 상법상의 권리를 찾아준 판례로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운동을 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시각에 또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해가야 하는지 경제개혁센터는 고민 중이란다.

참여연대를 더 알고 싶어 총무팀으로

참여연대 생활 4년차가 되니 개인적인 고민도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4년 동안 뭘 했는가, 나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고민하고 살고 싶던 나의 초심은 지켜졌는가, 고민하는 걸 피하거나 나태해지지는 않았는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한가. 사람과의 관계는 어땠었나, 갈등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회 적응 노력은? 최선을 다했었나.

고민의 결과였는지 두 달 전 그는 총무팀으로 보직을 바꾸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참여연대를 더 알고 싶어서였단다. 사무실 운영 지원이나 통장 관리 등 단순 업무가 아니냐고 했더니 천만의 말씀이란다. 그동안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이라 새로워서 좋고 조직 발전이나 업무 진행에 오히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그가 좋아하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부서이기에 막 설레는 중이라고. 그러면서 야무지게 한마디 했다.

“사무실은 여러 사람이 일하고 드나드는 공간이니 말끔하게 정리해야 해요. 주변 공간은 물론 자료정리도 깨끗하게 해 두어야 하고요. 내가 없더라도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기록하는 건 기본이고 철칙이고요. 그리고 총무팀에 오니까 비로소 보이는 것인데 간사들간의 인화가 절실하게 느껴져요. 전처럼 퇴근하면 뭉치고 어울려 서로 기(氣)를 나누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게 제가 할 일이겠지요”

이해숙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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