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한마당을 다녀온 다음주 어느 날 오후 2시가 넘은 무렵. 책상 위에 있는 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나는 업무 특성상 오후 3시까지는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들은 대개 상냥한 아가씨의 목소리인 경우 “축하합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무게 있는 남성의 목소리인 경우 “선생님, 자금 계획 있으시면 좋은 대출상품이…….” 뭐 이런 식이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주식시장도 오늘따라 잠잠하고 해서 통화버튼을 꾹 눌렀다. 기품 있는 남성의 목소리 “여보세요?” 그 짧은 시간에 문득 드는 생각. ‘그래 다음은 선생님 어쩌고 불라불라겠지.’ “저, 선생님……. 참여연대입니다.” ‘엥? 이게 아닌데.’ “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어느 틈에 나름 상냥해진 내 목소리. 이리하여 글재주도 변변찮은 내가 글을 다 쓰게 되었다.
나에게 시민운동이란
시민운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나에게 시민운동은 무시무시한 문구가 씌어있는 깃발, 머리에 두른 띠, 검은 투구를 쓴 전경들 앞에서 피 흘리는 시위군중,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해 선뜻 나서기 힘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처럼 어렵게 느껴졌었다.
이랬던 시민운동이 나에게 가깝게 다가왔던 것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벌인 낙선낙천운동이었다. 레드 카드를 들고서 부패정치인의 퇴장을 외치던 시민들의 모습은 그때까지 그들의 외침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게 시민운동에 대해 갖고 있었던 선입견을 깨버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낙선낙천운동은 나와 그들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우리’라는 공감을 주었던 것 같다. 연대란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뭉치는 것,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에게 참여연대는
2000년 낙선낙천운동은 나와 시민운동사이의 벽을 허물게 했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참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시민운동이 여전히 내게는 너무 거창하고 무겁게 느껴져 곧바로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갖은 핑계와 구실을 대며 시간을 끌어오다 드디어 올해 9월 참여연대의 문을 두드렸다. 공감에서 참여까지 무려 6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후에도 이런 저런 일을 핑계로 11월에야 비로소 안국동으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신입회원한마당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함께 마셨던 맥주도 좋았고, 무엇보다 사람냄새 나는 회원들이 좋았다. 언론에서 세금을 낭비하는 국회의원들을 보고 그 돈이면 학교에 급식비 못 내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 텐데 너무 미워서 가입했다는 선생님도 있었고, 바쁜 생업 속에 가끔 나는 여유시간을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하고 싶다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러한 사람냄새 나는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에게 참여란
신입회원한마당을 마치고 기분 좋게 집에 오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좋다’라는 느낌 뒤에 오는 ‘허탈함’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술 한 잔 하고, 생각하고, 꿈꾸는 일. 이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여태 망설였나 하는 생각에 허탈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6년이나 망설여 회원 가입했는데 무엇이 어렵다고 또 망설였던 건지……. 우리는 종종 어떤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망설이다 결국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참여라는 것은 그저 함께 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요즘 나는 드라마 ‘황진이’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드라마에서 예조판서 김정한이 황진이에게 조선의 예악을 없애러 온 명나라 사신을 설득해 달라며 이렇게 말한다. “난 자네가 가진 진심의 힘을 믿네.”라고.
‘빽’도 힘도 없는 보통사람들이 뭘 믿을 수 있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이 모이는 힘을 믿을 밖에. 이 글을 읽고 회원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을 대하는 방법은 진심 하나로 족합니다.”
10월 회원가입명단 (4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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