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7년 08월 2007-08-16   700

우리는 일하고 싶은 노동자일 뿐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대부분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인 뉴코아, 홈에버 조합원들 167명이 피눈물을 흘리며 연행되던 날,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KTX 새마을승무원들은 서울역 천막단식농성 18일째, 투쟁 500일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상징이었던 KTX승무원들과 이랜드 자본과 경찰의 폭력에 몸부림치는 뉴코아, 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이 자기가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나 가진 서울역광장의 상봉이었다. 이것이 ‘87년 6월 민주항쟁과 7, 8, 9 노동자대투쟁 20주년’ 되는 해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주소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맞선 길고 긴 싸움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좀 생소한 용어이다. 과거 김영삼 정권시절, OECD선진국에 진입하겠다며 자본시장을 개방했고, 재벌들의 문어발식 중복과잉투자로 외환위기에 봉착했다. 그래서 시작된 IMF 신자유주의체제 이후 민영화, 구조조정(정리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과 함께 등장한 용어이다.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의 상징은 화학섬유 제조업 공동화로 인해 발생한 태광, 효성, 코오롱의 구조조정(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투쟁이었다. 지금도 3년째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 경우, 2005년 1,000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고 비정규직화했다. 현재는 유령노조를 앞세워 코오롱 구미공장의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7년째 투쟁하고 있는 시그네틱스도 파주공장은 모두 비정규직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된 안산공장마저 파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복직 판결이 무색할 정도이다. 특히 금속노조 대우자동차판매지회의 경우는 더욱 안타깝게 한다. 2006년 9월 사측의 사업분할 발표 이후 희망퇴직 강요와 정리해고 협박 등 구조조정과정에서 사망한 故 최동규 조합원은 10개월째 장례도 치루지 못한 채로 본사 앞 천막 냉동차에 실려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문제와 분리하여 대표이사 사과와 적절한 유족 보상만 이루어지면 중단된 장례를 치르려 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하루하루 고된 날을 보내고 있다. 미망인과 9살, 6살 남매의 유족이 받아야 할 정신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얼마 전 투쟁을 정리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 KTX승무원, 기륭전자, 르네상스호텔노조의 경우는 불법파견이 문제였다. 지난 7월 20일 르네상스호텔노조가 2년 만에 서울지법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했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는 매년 2조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반도체 초대기업과 맞서 천막농성, 본사점거농성, 송전탑 고공농성 등 3년간 투쟁하면서 구속, 손해배상, 생계위협으로부터 끝까지 굴하지 않은 80여 명의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하이닉스자본의 외면으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현재 하이닉스는 청주 삼익세라믹부지에 1공장 추가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대 꿈 많을 나이에 지상의 달리는 스튜어디스를 생각했던 KTX승무조합원들은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비애를 맛보아야 했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외주화 방침 때문에 철도유통공사에서 KTX관광레저로 강제 이적되어야 했다. 벌써 외주화 철회에 맞서 투쟁한지 500일이 넘는 KTX승무조합원들은 현재 서울역광장에서 죽음을 각오한 무기한 단식천막농성 중이다. 기륭전자 역시 70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여성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이다. 검찰로부터 불법파견으로 500만 원 벌금도 부과됐지만 현재도 생산라인의 위장도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의 파주연천축협, 이젠텍, 승림카본, 한도병원, 성람재단,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콜텍, 도우엔지니어링, 삼일EMC, 세종병원, 영남대의료원, 성모자애병원, 농협노조 진주서부분회, 한국합섬, GS칼텍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정안농산, 동국케이스, 효정재활병원, 창원전문대, 전주기전대, 일반노조 경상대분회 등 다수의 장기투쟁사업장들이 있다. 이런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일방적 구조조정(정리해고), 불법파견, 위장폐업, 사측의 비상식적인 노조불인정, 노동탄압으로부터 발생한다. 특히 한미FTA협상이 추진되면서 지난해 비정규악법, 노사관계로드맵의 국회통과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

21세기 새로운 노예제도, 비정규보호법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의 근본원인은 정부와 노동부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에 있다. 특히 비정규보호법의 제정은 사용사유제한 없는 기간제의 대량양산, 불법파견의 합법화를 부추겨 비정규 노동자 850만 시대에 가속도를 달아 주었다. 지난 6월 26일 최저임금 93만원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의해서 결정 나기 때문이다. 그날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지하철 청소용역, 학교 시설청소용역등 여성비정규노동자, 고령의 비정규노동자들이었다. 정부의 노동시장유연화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최저임금 사업장만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보호법, 21세기의 새로운 노예제도이다.

다음으로는 경총과 재벌노무사, 로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무한이윤추구에만 매몰된 집단들이다. 특히 경총은 지난해 비정규보호법이 국회 통과되자마자 회원들에게 법망을 피해 영원히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 지배개입, 노조파괴공작 그리고 지난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다며 최저임금동결을 주장, 결국 주40시간 월78만 원으로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재벌, 보수언론들의 마녀사냥 식 편파보도, 종교단체, 사회복지법인의 노조활동탄압도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악화하는데 한 몫 거들고 있다.

더 이상 노동을 왜곡시키지 말라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파병은 우리 젊은이들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화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유발하고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또한 한미FTA체결, 비정규법 시행은 비정규노예노동을 강요하며 최저임금으로 임금수준을 하락시킬 것이며, 90:10의 사회로 양극화만 가속되어 가고 있다. 요즘 미완의 6월 항쟁을 제2의 6월 항쟁을 통해 여전히 노동을 소외시키는 신자유주의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 이 시대 시민적 요구가 아닌가 싶다. 과학의 발전으로 로버트, 컨베이어와 같은 생산시스템의 자동화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시대를 인간화된 사회로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정부와 자본이 부추기는 노동의 왜곡으로 인해 고용보장, 노동3권, 노동조합활동의 보장이 아직 시민적 권리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정규과정에 노동교육을 포함하고 노동3권이 당연히 보장돼야 할 시민권임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허현무 민주노총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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