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에는 반 아이 중에 농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내게 불만을 털어 놓았다. 새 농구공을 샀는데 학교에서는 도대체 농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에 있는 농구 코트를 이용하면 공이 망가진단다. 농구 마니아답게 농구공에는 실내용과 실외용이 있는데 자신의 공은 실내용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막상 강당에 있는 농구 코트 사용은 자주 이용할 수가 없고, 늘 편하게 쓸 수 있는 운동장 농구 코트는 엉망이라며 말을 건넨 것이다.
사실 이 친구는 매사에 적극적인 친구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교장 선생님과 직접 의논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마침 2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면담(인터뷰)하기’ 단원이 있다. 이 단원에서는 궁금한 점이나 바꾸고 싶은 내용이 있을 경우 직접 해당 당사자를 찾아 면담을 하며 새로운 정보나 또 다양한 의견을 모아가며 기록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격려를 받은 이 친구는 많은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서 직접 교장실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아이가 면담을 신청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교장선생님께서도 적잖이 당황하셨나 보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이 친구에게 학교 예산을 참고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답변을 해 주셨다고 한다.
이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 편으로는 좋으면서 또 한 편으로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결국 차일피일 시간이 가고 곧 졸업하는 자신이 학교를 떠나면 이 문제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에피소드로 끝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침 2학기 사회 시간에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어 이 주제를 통해 반 아이들과 수업 소재로 활용한 수업을 했다. 과연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끌어가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사례를 통해 함께 풀어간 것이다. 그리고 우레탄 농구코트 만들기를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일로 꾸려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이런 요구가 그냥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주제를 학교의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고 널리 공감대를 얻으면서 공식적으로 활동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친구 역시 재미있는 제안이라며 제 나름으로 서명서를 만들어 다른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제안(우레탄 농구코트 교체)을 알렸다. 그리고 200여 명이 넘는 학생들과 일부 선생님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 서명용지를 갖고 교장선생님을 다시 찾아갔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를 칭찬하며 최대한 내년 예산을 확보해서 우레탄 코트는 아니더라도 모래 코트가 아닌 시멘트 코트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단다. 그러나 여전히 이 친구는 우레탄 농구 코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비록 올해 졸업을 해도 지역 주민인 자신이 학교에 와서 농구를 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친구를 보며 새삼 힘을 얻는다. 보여주기 식 운동회 준비로 운동회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도리어 운동회를 위해 반복 연습을 해야 하는 닫힌 학교 현실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틔워가는 아이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
<농구코트 변경을 위한 서명서>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학교에 있는 농구 코트 때문입니다. 우리학교 농구 코트는 모래바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농구를 하는 아이들은 손해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학교에 우레탄으로 된 농구코트를 만들기 위해 이 글처럼 서명 운동을 합니다. 우레탄이 있으면 농구를 하다 넘어져도 그다지 피해는 없어요. 그리고 강당에서나 쓰는 공을 모르고 운동장에서 튀기고 있으니 공은 얼마 못가 바꾸게 되고 실력은 우레탄에서 하는 것보다 2배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명 운동을 합니다. 많은 도움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