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8년 02월 2008-02-18   1018

참여마당_회원 인터뷰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장정아 회원
이경휴 참여연대 회원 mairim@hanmail.net

참여연대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니 가슴이 설레었다. 잔설이 쌓여 있는 서울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찻집에서 인터뷰를 한다는 건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다. 흔히들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러나 그 숫자가 갖는 의미 속에는 변하지 않는 감성도 포함된다는 것을 아는 이는 몇이나 될까.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싣고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 연신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감탄과 찬사를 쏟으면서.

장정아(43세) 회원. 전업주부라기보다는 선생님 같은 인상이다. 단정한 차림에 눈빛은 종이 뒷면까지 뚫을 듯 형형하여 예사롭지 않는 주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97년에 둘째를 출산하기 전까지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맹활약을 한 사람이니 10년 세월이 그간의 흔적을 씻어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인 듯했다.

 2000년 박원순 변호사의 칼럼에 감동하여 참여연대 회원이 되었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당시 총선시민연대의 활약상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훈수를 두었다. 하지만 “아, 옛날이여~”가 되어버린 지난 연말의 대선 분위기를 생각하며 서로 멋쩍게 웃었다.

회원 가입 후 삶의 터전이 부산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착실히 ‘회비납부’만 하는 회원이 되었다가, 작년 6월 초등학교 4, 6학년 남매만을 데리고 다시 상경했다. 혹시 교육문제 때문에 이산가족이 되었나 싶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군요. 전혀 아니예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 스스로의 문제였다고 할까요. 잘 지내던 사람들에게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하기도 싫었고, ‘동화 읽는 어른 모임’과 같이 뜻이 통하는 사람들만 만나니 자연히 교제의 폭도 좁아지는 것 같고…. 뭐라 해도 서울이 삶터였으니까요.”

그렇다고 서울에 왔다고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문학 관련 서적을 읽고, 관심 있는 분야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매주 2번 참여연대에 나와서 ‘굿모닝 세미나’(목요일 오전)에 참석하고, 세미나를 계기로 ‘희망일구미’(금요일 오후) 자원활동을 하는 게 서울생활의 전부란다. 사람을 깊게는 사귀지만 넓게 사귀지 못하는 탓이라며 자신을 변호했다.


책 속 세상과 책 밖 세상이 만나는 굿모닝 세미나
자원활동가로 발을 떼게 한 <굿모닝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신바람이 났다.

“작년 가을이었죠. 좥참여사회좦를 보니 <굿모닝 세미나>에 대한 기사가 있었어요. 순간 참여연대의 색깔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제가 바라던 프로그램이라 싶어 1번으로 신청했지요. 분위기가 참 신선해요. 대부분 20대이지만 지난달엔 70대 어르신도 오셨어요.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해요.”

선인들은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경계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 보기를 가르치는 경구이리라. 그 가르침이 절실히 투사되는 곳이 <굿모닝 세미나>이지 싶다.

 그녀는 그곳의 젊은이들 속에서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일’ 자신의 아이들을 미리 보고, 연로한 어른의 침묵 속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경험의 네비게이션을 감지한다. 아울러 지금 자신의 나이였을 때의 어머니를 ‘여자’로 회고하기도 한다. 삶이란 순간순간 모두가 적기라는 것을 책 밖의 세상은 가르치면서 따로 교습비를 받지 않는다.

달뜬 목소리에 힘을 얻어 세미나의 방향이나 느낌에 대한 의견을 부탁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방향?’이라고 나직이 되뇌었다.

“지금이 4번째이니까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죠. 지난 10월 정희진 선생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시작으로, 전인권 님의 <남자의 탄생>, 고병권 님의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였고, 이달엔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에 이르기까지 무성한 담론이 쏟아지죠. 페미니즘이나 환경문제를 젊은이답게 글로벌적인 사고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아요. 매달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작가와의 만남도 시도하려고 해요. 3월엔 동물생태학자인 최재천 선생을 모시기로 했답니다. 어찌 제가 결혼하고 나니 저의 이상향이 다 나타나는지 모르겠어요. 박원순 변호사나 최재천 선생 같은 분인데….”

익살맞은 표정과 웃음에 자리가 한바탕 잔치마당이 되었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예우가 으뜸인 사람들이니 누군들 이상향이라고 하지 않으랴. 그 이상향들이야말로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분들 아닌가. 그들의 영향력을 그녀는 ‘희망일구미’를 통해 체험한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희망일구미’란 회원을 대상으로 전화와 우편 발송을 담당하는 자원활동이다).

전화로 세상과 만나다
“지난 연말, 후원의 밤 행사 안내를 위해 회원들에게 전화를 했죠. 그런데 남자들 몇 분이 자기는 저녁 행사에는 참석을 못 한다는 거예요. 이유인 즉 ‘아이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밤 행사에는 못 나온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한 분도 아니고….”

 과외 정보에 족집게이고 김치 잘 담그기보다 맛있는 김치 잘 고르는 주부가 일등 주부라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공동육아야말로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막상 그런 전화를 받으면 자신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고 했다.

전화를 통해 보는 세상에 대한 느낌을 말해달라고 하자,

 “휴대전화 한 대가 연락처인 분들이 많았어요. 휴대전화란 다른 사람에게 가 닿기 위한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버린 거죠.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인 요즘의 세태와 맞아떨어진다고 할까요. 참여사회 보낼 필요 없다며 회비만 납부하겠다는 분, 주소 변경이 몇 번씩 되었으나 알려주지 않는 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은 참여연대 회원인 것을 조심스럽게 말하고…. 그래도 참여연대에 대한 신뢰감은 여전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진정으로 참여연대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우편물 발송을 사양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일정과 행사를 알고 있기에 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회비 납부만으로 회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성골(聖骨) 회원 덕에 상근자들도 의욕이 솟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한다.

창 밖으로 펼쳐진 북한산 문수봉은 백설을 인 채 오수에 빠져 있었고, 찻집도 향기로운 커피향과 함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마냥 단발머리 소녀일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 주변을 정리하며 ‘감초 질문’인 참여연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어렵게 운을 떼었다.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다 보니‘데모꾼’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했는데 <굿모닝 세미나> 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니 선뜻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담당 간사의 말처럼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이니 많은 회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해요.”

정곡을 찌르는 답변이라 찬물에 세수한 기분이 들었다.‘참여’이것이 화두임을 모르는 이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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