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1년 01월 2011-01-01   1592

참여연대는 지금-“예산안 날치기 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예산안 날치기 또? 해도 해도 너무한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날치기. 통상 ‘변칙통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어엿이 등재되어 있다. “날치기 : 법안을 가결할 수 있는 의원 정족수 이상을 확보한 당에서 법안을 자기들끼리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요컨대 날치기의 핵심은 ‘다수당의 일방 통과’이다.

날치기 3년, MB와 한나라당의 민주주의 불감증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18대 국회가 출범하고 3년 동안, ‘날치기’는 우리 국민의 눈과 귀를 무감각하게 할 만큼 너무나 자주 반복되었다. 2008년 부자감세법안을 시작으로, 미디어악법과 금산분리완화법 등 각종 쟁점법안들이 거대 여당의 일방강행처리로 통과되었고, 예산안은 3년 연속 날치기 처리되었다(표 참조). 의회parliament라는 말의 어원이 프랑스어의 ‘parler’(이야기하다)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대화와 토론은 무시하고, 청와대의 지시에 여당이 돌격으로 일관하는 게 현실이면, ‘법안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로 결정하면 되지 국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노동법 개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강행처리와 같이 정당성을 상실한 날치기는 응분의 대가를 받아왔다고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지난 3년간의 날치기와 이번 예산안 날치기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과 자괴의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정당성을 상실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결국 날치기의 책임은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에는 귀를 닫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민주주의 불감증’에 1차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늘어난 형님예산, 날아간 민생복지예산

2011년 예산안이 통과되고, 국민들의 가장 큰 공분을 샀던 것은 이른바 ‘형님예산’으로 대표되는 여당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증액이었다. 한나라당이 여야가 함께 진행하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통해 졸속으로 최종 예산안을 만들면서, 애초 정부의 예산안 원안에는 없던 실세의원들의 지역구 예산들이 대폭 증액되었다. 참여연대가 분석한 예산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의 형님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거의 1,500억 원에 가까운 지역구 예산이 증액되었고, 예결위원장이었던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의원은 555억 원, 한나라당 출신의 박희태 국회의장은 202억 원 등이 증액되었다. 물론 지역구 사업에도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에 따라 ‘특정 지역구’에 과다한 예산이 배정되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상득 의원의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사업타당성 재검토가 진행 중인 ‘포항-삼척 철도 건설사업’에 700억의 예산이 신규 반영되었고, ‘울산-포항 복선전철 건설사업’에 520억이 신규 반영되는 등 누가 봐도 과도한 예산이 특혜 배정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10억 원이 신규 반영된 ‘과메기 산업화 가공단지’를 두고, ‘과메기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안에도 없는 일부 여당 실세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마구잡이로 증액되는 것과 반대로 민생복지예산은 곳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아 ‘서민희망예산’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을 무색케 했다. 대표적으로 사라진 예산이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예산 0원, △차상위계층 대학생 장학금 2011년 2학기부터 폐지, △청소년공부방 지원예산 전액 삭감, △영유아예방접종 확대 예산 삭감,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양육지원예산 2,744억 삭감, △산모신생아 도우미 310억 삭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200억 삭감 등이다(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 홈페이지 참조). 특히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내세웠던 양육 수당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용 지원 예산도 삭감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날치기 처리 당사자도 내용을 모르고 통과시킨, ‘졸속 날치기’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친수구역특별법, UAE파병동의안도 덩달아 날치기

더욱이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를 늦출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날치기 처리를 하더니, 예산안과 전혀 상관없는 ‘설익은 의안’들도 함께 날치기 처리했다. 이 가운데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 파견 동의안’은 원전수주 대가로 파병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방위원회에 논의 안건으로 올라간 적도 없는 의안이다. 파병의 정당성이나 위헌성 문제 그리고 비분쟁 지역 파병의 타당성도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관련 공청회 역시 열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도 마찬가지이다. 친수구역특별법은 4대강 강둑으로부터 2킬로미터 범위 내 지역개발권을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하는 자에게 주는 법으로, 그린벨트와 취수지구로 지정·보호해야할 구역에 사실상 마구잡이 개발을 허용하는 법이다. 날치기 처리 전 이 법은, 4대강 공사 총 사업비 22조 원 중 1/3이 넘는 8조 원을 떠맡은 한국수자원공사의 ‘비용보전용 특혜법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던 상황이었다. 이 날 이상의 두 법안과 함께 △국립서울대학교 법인화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 총 41개의 의안이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되었다.

날치기 예산안, 법안 제자리로 돌려놔야   

잠시 기억을 되돌려서,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을 떠올려보자. “나라살림살이를 야당 없이 심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은 군사정권 아래서도 유례가 없는 독재적 발상이다(2004-12-14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한나라당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는 ‘독재적 발상으로 엉망이 된 현실’을 되돌리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날치기 이후,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2010년판 한나라당 날치기 바로 알기’ 책자를 배포하며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주요 야당은 ‘MB·한나라당 심판 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결성하고, ‘대통령 사과, 의회폭거 책임자 사퇴’를 비롯하여 날치기한 예산안과 법안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공동행동을 진행 중이다. 어쩌면 너무나 자주 반복되어 무덤덤해진 ‘날치기’, 현실이 된 악몽을 바로잡는데 회원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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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2    김형오 국회의장,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등
                    13개 감세법안 직권상정
                    한나라당, 야당 퇴장 속에 ‘부자감세법안, 예산안’ 강행처리
       12. 18     박진 외통위 위원장, 질서유지권 발동하고
                    ‘한미FTA비준동의안’ 단독 상정
                    회의장 봉쇄로 야당의원 출입 차단, 한나라당 의원 11명만 참석
2009.02. 25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 전체회의 논의 도중 ‘미디어악법’ 돌연 상정
                    여야 합의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법안명조차 밝히지 않은 채
                    22개 법안 상정
       03. 03    김영선 정무위 위원장, ‘출자총액제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완화 위한 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상임위 강행처리
       04. 01    이병석 국토위 위원장, 본회의 개의 중 상임위 돌연 소집
                   한나라당 의원만 참석한 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단독 처리
      04. 22     박진 외통위 위원장, 질의 요구도 무시한 채
                   ‘한미FTA비준동의안’강행처리
      07. 22     김형오 국회의장, ‘신문법, 방송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직권상정
                   한나라당, 국회법 절차 무시하고 재투표 반복 끝에 날치기 단독 처리
      12. 31     김형오 국회의장, 예산부수법안 23개 법안 직권상정
                   한나라당, 예결위 회의장 변경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예산안,
                   예산부수법안, 노조법 본회의 날치기 처리
2010.12.07     송광호 국토위 위원장, 야당 의원 출입 막은 채 ‘친수구역특별법’등
                   92개 법안 상정
       12.08     이주영, 예결위 위원장, 예결위 회의장 변경하고
                   야당과 언론 출입 없는 상태에서 예산안 날치기 통과
      12.08      박희태 국회의장, 예산부수법안, 친수구역특별법, UAE 파병 동의안 등
                   24개 직권상정.
                   한나라당, 직권상정 법안 및 ‘2011년 예산안’ 등 날치기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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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이명박 정부 취임, 18대 국회 출범 후 ‘날치기’ 3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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