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2년 06월 2012-06-04   2357

[읽자] 일은 왜 끝나지 않는가

일은 왜 끝나지 않는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6월의 책

 

 

하루 여덟 시간 동안 먹을 수 없고, 하루 여덟 시간 동안 마실 수도 없으며,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눌 수도 없다. 여덟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일뿐이다. 인간이 자신과 남들을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윌리엄 포크너

 

 

P5232979

『일』스터즈 터클 지음. 노승영 옮김. 이매진

 

“사람을 온전히 담을 만큼 큰 직업은 없어요”

 

모두가 하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시작은 알 수 있지만 끝은 알 수 없는, 자아실현이라 말하지만 월급셔틀에 가까운, 그럼에도 매일처럼 몸과 마음을 바치는 ‘일’. 이처럼 의문 투성이인 ‘일’이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 때문에 ‘일’에 관해 의문을 품거나 질문을 던지는 일 따위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구술사가 스터즈 터클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이란 긴 부제(원서의 부제를 그대로 옮기면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정도 되겠다)가 달린 책 『일』에서 1970년대 미국의 ‘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원서의 부제처럼 그는 133명의 사람을 만나 각기 다른 일의 모습과 일을 대하는 각각의 생각을 일하는 사람의 말로 담아낸다. 일에 지친 목소리는 거칠지만 그만큼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농부, 광부, 청소부, 공장 노동자, 부동산중개인, 운동선수, 전업주부 등 133개나 되는 다양한 직업의 면면은 당대 사람들이 어떤 일을 어떤 방식과 생각으로 해냈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로 삼기에도 적절하다. 특히 1970년대는 본격적인 자동화와 생산성 강화로 일의 의미보다는 일의 성과가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때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일의 시대’의 기원으로 보아도 의미가 있겠다. 책을 가득 메운 133개의 목소리는 하루의 빵뿐 아니라 하루의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고백했지만, “사람을 온전히 담을 만큼 큰 직업은 없어요”라는 결론에 이른다. ‘삶으로서의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요원한 꿈일까.

 

P5232974

『워크』Crimethinc 지음. 박준호 옮김. 마티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 당신의 위치는?

 

진솔한 자기 고백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아나키스트 공동체 Crimethinc.는 자본주의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일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책 『워크』는 직업과 자본의 관계를 그린 한 장의 포스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피라미드의 밑바닥에는 실업자,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배제된 사람들이, 그 위에는 자영업자, 공장 근로자, 서비스 산업 종사자 등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이들 위에는 재벌, 정치가, 전문가 등 자본가들이 자리잡는다. 물론 이 모든 구조를 쥐고 흔드는 자본은 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

 
  전반부에서는 각각의 직업이 놓인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고 후반부에서는 생산과 소비 같은 구조적 이해에서 시작해 금융과 투자 같은 경제의 맥락, 과세와 상속 등 제도의 문제, 종교와 정의 등 가치 영역, 불안과 현기증에서 드러나는 개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삶, 머릿속 상상까지 장악한 자본의 작동 원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기도 하고 잠깐 분노했다가 이내 체념하기도 할 텐데, 이런 당신에게 ‘이렇게 살 이유가 없다’고 속삭이며 저항의 전략, 전술을 슬그머니 건네주고 충동질하는 게 이 책의 재미다. 어차피 끝나지 않는 일, 지금 그만두면 정말 큰 일이 날까? 이쯤에서 끝내면 세상이 무너질까? 아, 세상이 무너져도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이 있겠지. 결국 나는 또 일을 해야겠지. 이런 고민들이 꼬리를 문다면 당신에게도 저항이 필요한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피라미드의 벽돌 한 장을 살짝 빼보자, 그게 어렵다면 단단한 벽에 낙서라도 해보자. 누군가 보고 함께 웃어주길 기대하면서.

 

P5232976

『청춘 착취자들』로스 펄린 지음.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너의 노동력을 공짜로 팔지 마라!

 

이제 자본주의 피라미드에 하나의 벽돌이 되고자 온갖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청춘 착취자들』의 저자 로스 펄린은 점심값과 교통비 명목으로 약간의 용돈을 받으며 비정부기구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가 불합리한 현실에 관심을 갖고, 정부, 기업, 대학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청춘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대기업이 거의 공짜로 얻는 노동력의 대가는 미국에서만 1년에 2조 원에 이르고, 인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무보수로 일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실제 인턴 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고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의 효율과 수익을 강조하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정규직 중심의 노동을 줄이고 비정규직 노동을 강화하는 방향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업들에게 인턴이란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으며 임금을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아주 편리한 노동력이다. 여기에 취업 경쟁 속에서 스펙의 하나로 인턴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해지면서 ‘인턴 노동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무보수 인턴은 결국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더 넓은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는데, 이게 다시 취업의 선택권으로 이어지면서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강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불어, 인턴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인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하는데, 말미에 붙은 인턴 권리장전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안이다.

 

 

애초에 ‘일은 왜 끝나지 않는가’라 물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 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 때문에 ‘일’에 관해 의문을 품거나 질문을 던지는 일 따위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현실에서, 질문을 던지는 일 자체가 해답을 찾는 시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희망은 일하는 당신과 그 주변에 있을 거라 믿는다. 당신 옆자리의 동료도 비슷한 불만과 의문을 품고 있지 않을까.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이럴 때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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