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를 돕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7월의 책
2009년 11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의 스물네 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불과 50여 년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올라선 성과라 하겠다. 숫자로 보면 한국의 대외원조 규모는 2010년 11억 7400만 달러, 2011년 13억 2100만 달러로 매년 늘어났지만, 국민총소득(GNI) 대비 0.13%에 그쳐, 개발원조위원회 23개 회원국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게다가 유상원조 비율이 높고 중점협력대상국이 26개에 달해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생색내기라는 평가도 받는다. 정부는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 대비 0.31%까지 원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숫자로 들여다 본 한국의 대외원조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부족하니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의 모습에서 끌어낸 동정심으로는 결코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국제원조는 각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외교의 현장이고, 우리가 보낸 옷과 음식은 종종 인권과 민주주의란 딱지를 붙이고 군대와 함께 그곳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캐럴 랭커스트 지음. 유지훈 옮김. 시공사
국제원조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략이다
외교학자이자 의회와 정부기관에서 오랜 기간 현장 경험을 쌓은 캐럴 랭커스터 교수는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라 묻고는 “공여국은 자국의 정책에 따라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지금껏 국제원조를 활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답한다. 이 책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덴마크 다섯 나라의 국제원조가 자국 내 정치, 국제 사회의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세세하게 살핀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에 재정 지원을 시작했고, 이후 4년 동안 무려 1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마셜 플랜을 실시했다. 냉전 덕분에 국제원조가 첫발을 뗀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개발원조가 중심이었고, 프랑스는 이전 식민지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독일은 마셜 플랜 수혜국으로서의 국제 사회에 대한 보상과 동독과의 외교 경쟁이 대외원조 정책의 주요 동인이었다. 의외의 나라가 덴마크인데 ‘인도적 개방주의 국가’를 표방하며 국민총소득 대비 1% 가까운 재원을 원조에 투입했다. 물론 여기에도 영리 목적이 관계하지만 무엇보다 덴마크인들의 원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있었고, 이런 여론을 끌어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 원조의 성과와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목적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현 단계 국제원조의 경위와 이유를 파악하고 목적, 평가, 전망을 일관된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카너 폴리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불량한 인도주의의 불편한 진실
국제엠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한 인도주의 활동가 카너 폴리는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라 물으며 “인도주의는 해답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 말한다.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나 구호단체들은 단순히 구호물자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지역의 행정, 보건, 교육 등의 분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며 인도적 개입에 이르렀다. 게다가 1990년대 들어 중대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이 시작되면서 ‘인도적 군사개입’이란 형용모순이 실현되었다. 서구의 사회문화를 인권이란 보편적 기준으로 포장해 억지로 밀어 넣는 과정에서 내전은 끊이지 않았고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편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변질된 활동은 특정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같은 로고가 그려진 자동차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가며, 여론 형성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미디어 담당 부서를 갖추고 있다. 이제 주민 개개인을 돕는 활동가의 모습에 가려진 문제, 즉 해당 사회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도주의’의 본질과 현실을 함께 고민해볼 때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의 방법으로
아프리카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단호하게 주장하며 『죽은 원조』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한다. 지난 수십 년 간 1조 달러 이상의 개발원조가 아프리카에 쏟아졌지만, 원조 의존이 높은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오히려 낮고, 원조가 절정을 이루던 1970년에서 1998년 사이 빈곤 비율이 11%에서 66%로 치솟았다. 개발원조가 국내 저축과 투자 기반을 악화시키고 현금이 부패한 정부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상황에서, 투자가 줄고 빈곤이 늘고 다시 원조를 받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반영한 동고공화국이란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 자신이 제안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실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모델의 실현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세계채권시장 진출과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직접투자 등이 아프리카적인 시각과 방법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가지 않았던 길만이 해법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귀 기울여볼 만하다.
다른 이를 돕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무언가 전해주는 일을 넘어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까지 신경 쓰는 일은 선의의 개인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는 늘 그러한 개인의 출현과 그들의 연대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쉽지 않은 일을 이미 시작한 당신이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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