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2년 08월 2012-08-06   2155

[상담] 반달곰보다 희귀한 프로레슬러 되기!

반달곰보다 희귀한 프로레슬러 되기!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제목 없음


Q
저는 2년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 중입니다. 어쩌다보니 사회복지를 공부하고있지만 사실은 프로레슬링 선수가 되고싶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프로레슬링 훈련을 꼭 받고싶습니다.
아마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오면 제 나이가 25살 정도 될텐데 늦은 시기가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프로레슬러가 될 수 있나요? (김진명, 20세)

A 제가 이 업계에 뛰어든 것은 바로 헐크 호건 때문이었습니다. AFKN에 매주 토요일에 등장하는 근육질의 노랑머리 할아버지를 보면서 링 위의 히어로를 꿈꿨답니다. 아, 그런데 하필 프로레슬러를 동경하다니요!

나와 같은 직업을 갖고 싶다는 사람에게 걱정과 염려 그리고 이 세계의 후진성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참 껄끄러운 일입니다만, 이 세계, 정말 녹록치 않습니다. 시즌 중에 일정이 겹쳐서 3일 동안 울산, 서울, 일본에서 연달아 경기를 하면서 10시간도 못 잔 적이 있습니다. 링 위에서는 키 2m, 체중 140kg의 서양 레슬러가 씩씩거리면서 달려오고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 철재의자로 제 머리를 내리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용광로같이 달아오른 몸을 간신히 식히고 있으면 프로모터가 다가와 봉투를 휙 던지고 가지요. 엄지와 검지 사이로 현찰의 두께를 확인하고 호텔로 돌아와 누워있으면 경기 중 아드레날린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전신을 엄습하면서 천장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합니다. 불안과 위험 그리고 부상과 공존하면서 오직 링 그리고 팬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직업이지요. 어때요, 이래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단 12명의 프로레슬러 중 한 명입니다. 판사가 2000명, 국회의원이 300명, 지리산에 야생가슴 반달곰이 30마리라는데, 반달곰보다 더 희귀한 거지요. 수가 적다는 것은 이 직업군이 그만큼 인기가 없고 산업적으로 피폐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프로레슬링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아는 사람도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즐거움! 고통의 역치를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관객의 환호성! 기술이 적중했을 때의 쾌감! 맞고 때리고 맞고 때리고를 무한반복하며 상승하는 엑스터시! 그리고 링 바닥에 대자로 누워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느끼는 안도감!

아마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라면 반대하실 겁니다. 변호사, 의사, 또는 대기업 직장인이 되겠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시겠지만요. 연예인만 해도 최소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이들을 한두 명은 만날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장래 희망이 프로레슬러라면, 응원부대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꿈의 시점을 두고 지금 현실에 충실하세요. 저도 28살에 레슬러의 꿈을 이뤘답니다. 7월 15일 일본 WNC대회에서는 와세다 출신의 39살 레슬러가 데뷔를 한다고 하네요. 조금 더 지금의 삶을 충실히 한 다음에 그 진득한 삶을 헤쳐 나가면서 레슬러의 꿈에 도전해보세요. 괜찮아요.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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