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3년 01월 2013-01-12   1753

[놀자] 파티 A to Z

파티 A to Z

이명석 저술업자

 

나의 달력은 파티력
까치까치 설날도, 우리우리 설날도 모두 좋다. 빠닥빠닥한 다이어리를 넘기며 한 해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때다.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는 365일. 하지만 그 날짜들을 들여다보는 마음은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게 이 한 해는 1/4분기, 2/4분기 회계정산의 사이클로 돌아갈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에겐 빨간 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달력은 무엇을 축으로 돌아갈까? 두근두근하는 잔치, 혹은 파티의 날짜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고 밥벌이의 고통이 없겠는가? 직장인들이 황금연휴를 즐기는 동안, 책상 앞에 들러붙어 머릿속에서 글자들을 뽑아낸 뒤 담당자가 출근하자마자 원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괴로움을 아시는가? 그래도 나는 그 고된 일들의 작은 틈에서 다가올 파티를 꿈꾸고 또 준비한다. 그 즐거움을 떠올리면 나날의 따분함도 쉽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즐거운 웃음을 나누는 시간의 가치에 대적할 만한 것이 어디에 있나?

 

201301_참여사회

 

누구에게나 파티는 있다
사실 누구에게나 적지 않는 파티의 리스트들이 있다. 가장 흔하게는 생일 파티, 돌잔치, 결혼식 피로연 같은 것들. 여기에 발렌타인 데이, 빼빼로 데이, 할로윈처럼 새로운 기념일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을 그저 형식적으로, 아침 조회 시간에 나가 저린 발을 까딱거리다 돌아오듯이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제 그러지 말자. 우리에겐 많은 기념의 순간들이 있다. 이런 날들을 진정한 기억으로 바꾸어보자. 딸아이의 초경을 축하하는 파티, 두꺼운 책 한 권 잘 읽었다는 책거리 잔치, 군대에 간 친구의 첫 휴가 기념 모임……. 이런 순간들을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케이크 하나 갖다놓고 박수치는 정도로 끝내기는 아깝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파티를 만들어갈까? 먼저 주최자가 될 사람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날짜를 정하고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 이 파티는 그저 친한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걸 먹는 자리일까, 아니면 서먹한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교류해야 하는 자리일까? 그러면서 하나의 ‘주제’를 정해보자. 초등학생 꼬마의 생일 파티라고 해서 케이크에 불붙여 주는 것에 그치지 말자는 거다. 스파이, 해적, 야생화 등 재미있는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초대장, 의상, 음식, 게임 등을 준비해가는 거다.

 

# 초대는 이렇게
다음엔 초대 손님의 리스트를 만들고 초대장을 보내야 한다. 정해진 사람들만 부를 건지, 좀 더 오픈된 형태로 지인의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되는지도 잘 정해두고 알려야 한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데려오는 걸 불쾌하게 여기기도 한다. 요즘은 초대장을 그냥 간단한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좀 수고롭겠지만 손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고급스러운 종이에 손으로 직접 이름을 적어 전해주는 정도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사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페이스북의 이벤트 기능을 쓰는 거다. 친구들의 리스트에서 바로 초대자를 정하고, 참석자와 불참자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행사의 진행과정을 그때그때 알리고, 파티가 끝난 뒤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 드레스 코드
드레스 코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어떤 코드를 정해주면 두려워한다. 새 옷을 장만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신경 써주는 정도면 좋다. 블랙 & 레드라면 새빨간 드레스도 좋지만, 빨간 핀 하나로도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해적 파티라면 해골 문양의 액세서리 하나도 좋다. 파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거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그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장면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안될까?

 

# 먹을 게 있어야 파티
역시 먹는 게 남는 거다. 음식은 어떻게 할까? 주최자가 요리에 솜씨가 많다면 그만큼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예전에 초대받아간 어느 집에서는 나물 잔치가 벌어졌다. 주인이 준비한 갖가지 산나물 들나물들을 골라 밥에 비벼 먹는데, 그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까지 들으니 머리와 배가 한꺼번에 차오르는 것 같았다. 각자가 약간씩의 음식을 가져오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도 좋다.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직접 만들어오고, 바쁜 친구들은 주변의 맛집을 들렀다 온다. 전골 파티는 주최자가 전골 육수만 준비한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해물, 육류, 채소, 두부 등 전골에 넣을 것들을 하나씩 들고 온다.

 

# 음악, 춤 그리고 놀이
파티에 음악과 춤이 빠질 수 없다. 층간 소음 문제로 고민이 많은 때는 다른 장소를 빌리는 것도 고려해보자. 요즘은 작은 카페 같은 데서 파티를 위해 장소를 대여하기도 한다. 저녁 시간에 비어 있는 사무실을 빌리는 것도 좋다.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곳이라면, 참석자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준비해보자. 보드게임 중에는 이런 식의 파티를 위한 게임들이 꽤 많다.

 

같이 노는 사람의 자격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뒤처리다. 나는 많은 잔치에서 일하는 사람 일하고, 먹는 사람 먹고, 노는 사람 노는,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보곤 했다. 파티를 함께 준비하지 못 했으면 설거지나 청소를 도와주고, 아니면 이번에 누구네 집이 준비했으면 다음엔 다른 집에서 준비하고, 이런 식의 일과 놀이의 선순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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