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3년 01월 2013-01-13   1761

[여는글] 계사년 새해를 맞아

여는글

계사년 새해를 맞아

 

201301_참여사회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검은 뱀의 해, 60년마다 돌아오는 구렁이의 해, 계사癸巳년이 밝았다. 작년 한 해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희망 속에 좋은 계획을 세워 차곡차곡 내실 있는 실천을 모색해 볼 때이다.   
지난 해 12월의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투표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들은 과녁을 제대로 맞힌 데 대한 안도와 다행함의, 그 반대쪽의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결실을 맺지 못한 데 대한 자책과 안타까움의 심경을 가졌을 법하다.

 

‘민생 대통령’ 되려면 변화와 개혁은 필수
민주주의를 절차적 정의와 결과적 정의의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때, 다수결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절차적 정의를 민주주의의 우선적 토대로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종종 결과적 정의의 성취까지는 담보해 내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근대적 기본권 존중 이념을 고려할 때, 자백을 얻기 위한 고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한국 사회에서 선거에 의한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은 곧 절차적 정의에 의한 민주적 정치 과정으로서, 대통령 당선자는 그가 남자든 여자든, 또는 어떤 성격의 정치인이든 간에 충분히 존중과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 곧 박근혜 정부가 5년 임기의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만큼 한국 사회가 지향할 중요한 목표에 대한 진지한 숙고라는 과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민생 대통령이 되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였다. 또 당선 이튿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가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썼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흔히 박 당선인을 보수층의 대표자라고 지칭하였다. 그런데 박 당선인이 언명한 ‘민생, 변화, 개혁’은 이른바 진보층에서 주로 써 오던 말들이 아닌가. 한편 종래 그 말들을 누가 써왔던 간에, 이명박 정부 이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박 당선인의 공언대로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민생’, 즉 대다수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데에 대하여는 큰 이론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민생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변화와 개혁’을 다짐하는 것은 그가 보수적인 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것이다.

 

국민 행복은 국민의 권리다
박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 행복’이 무엇인지 그 의미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재벌 규제, 일자리와 보건 의료의 실질적인 확충, 정리해고 완화와 비정규직의 해소 등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개혁해 나가지 않고서는 ‘행복’이라는 말은 곧 빛바랜 구호로 전락할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 5년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 행복 시대가 될지, 반대로 국민 불행 시대가 될지는 현 시점에서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는 헌법 10조의 뜻과 내용을 먼저 잘 새겨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 행복’은 국가가 시혜로서 국민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99%를 위한 좋은 정책을 기대한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다분히 당선을 위한 전략적인 측면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은 탓에 그 공약이 그대로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서구 언론이 말한 이른바 ‘독재자의 딸’이라든가 보수층을 대표한다는 이유로 앞서 말한 공언들을 허언이라 비하하거나 경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한다. 달리 말하면, 박 당선인은 이제까지 자신을 따라다닌 과거의 멍에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펼쳐 보일 기회를 맞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국민의 입장에서도 아직 반증이 제시되지 않은 이상 일단 박 후보의 말을 신뢰하고, 그의 새 정부가 1%가 아닌 99%의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을 펴 나가도록 독려하고 기대해보는 것 또한 반드시 지나친 낙관만은 아닐 것이다. 참여연대 또한 좋은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를 아낄 이유가 없다. 반면 박 당선인이 말은 ‘민생 대통령’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민생과 거리가 먼 잘못된 정책을 시행해 나갈 경우,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것 이상으로 앞장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건설적인 고언을 마다하지 않는 일, 그것이 시민사회의 한 모퉁이를 담당하는 참여연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서양에서는 구약 성서 등에서 보다시피 뱀을 간교한 흉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구렁이를 재생과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지혜로운 영물로 생각해 왔다. 계사년 새해에 참여연대 회원들의 안녕과 만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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