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5년 01월 2015-01-05   1158

[창그림] 기억의 시간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기억의 시간

 

참여사회 2015년 1월호(통권 218호)

 

쎈 바람이 붑니다.

겨울 한복판인 탓이지요.

 

목을 타고 도는 서늘한 기운에 겨워 쓸쓸하거나 허허로울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지를 늘어뜨린 평온함에 젖어 듭니다.

 

그 바람에 취해 슬며시 눈을 감아봅니다.

딛었던 걸음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니 얼추 취기가 더해집니다.

기억에 스며들기 좋은 즈음이지요.

 

역시나 겨울인 탓입니다.

 

삶의 향기에 취해 흥겹던 지난 걸음들이 있었습니다.

나라 안과 밖 여러 곳을 두루 스치거나 머물던,

뉘 살아온 터 안에서 흙 물 그리고 

바람에 섞인 시간들이 그랬습니다.

 

삶을 품은 풍경들이 지금 다시 내게 머뭅니다.

 

다른 듯 같은 눈빛을 살피려 나선 길.

가름 없이 같거나 엇비슷한 너른 대지 위에서 품었던 평온이, 

 

지금 내게 머뭅니다.

 

오호라.

 

다를 것 없이 같은,

 

바람

그리고 삶.

 

낯설다가 익숙해져 버린 기억의 풍경들.

 

그리움이 떠받치듯 밀려오는 지금,

겨울.

 

쎈 바람이 붑니다.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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