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5년 03월 2015-03-02   2853

[정치] 삼성공화국에서 검찰공화국으로!

 

삼성공화국에서 
검찰공화국으로!

 

 

이용마 MBC 해직기자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뜻하지 않은 등장

1970년대 유신체제 수립 이후 방송사 인사는 청와대에서 좌우했다. 군사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보도를 장악했다. 방송사에서 승진하려면 능력보다 소위 청와대의 ‘빽’이 필요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가 확산되면서 방송사의 인사권은 점차 회복되었다.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가 가장 만개한 시절은 노무현 정부일 것이다. 당시 공영방송에서 1년 정도 정치부장을 맡았던 한 선배는 재임 기간 “청와대에서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고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전화가 있었다면 언론자유를 외치며 대서특필되었을 것이다. 정치권력이 언론에서 손을 뗐지만,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정치권력이 비운 자리를 새로운 세력이 차지했다. 바로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이다.

삼성은 광고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언론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 삼성 관련 기사가 갑자기 빠지거나 취재 자체를 막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하면 삼성 관계자들은 물론, 회사 선배 혹은 지인들을 통해 온갖 공세가 시작되었다. 집요한 설득과 협박이 이어지며 결국 기사는 빠져버린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아예 작성하지 않으려는 현상까지 일반화되었다.

삼성이 전면에 등장한 배경은 간단하다. 이전에는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정권과 재벌에 비판적인 기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이 역할을 대신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 바람에 재벌 스스로 궂은일을 떠맡게 되었다.

삼성이 언론사만 관리한 것은 아니었다. 재벌에 비우호적이라고 간주되는 정권이 탄생하자 관료와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삼성장학생’들을 동원해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등장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세계 10대 경제대국’ 등의 용어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에 인용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무원들은 민관 인적 교류 형식을 통해 삼성에서 직접 교육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탄식했을 때, 시장이란 곧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을 의미했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삼성 특검’을 통해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불법 상속에 최종 면벌부를 준 것은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삼성공화국의 진면목이다.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비정상의 정상화”

 노무현 정부 이후 삼성공화국은 느닷없이 소멸되었다. 삼성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서 사라진 것이다. 삼성이 자사 관련 기사를 빼기 위해 더 이상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경제성장이란 미명으로 재벌 위주의 정책을 계속 채택하도록 삼성이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던 시절과 달리 언론사에도, 정권에도 더 이상 삼성이 나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경제성장률 7%, 국제 경쟁력 1위 등 삼성의 구호가 여전히 울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중요한 화두가 된 적도 있었지만, 선거용에 불과했음이 판명되었다. 삼성이 굳이 전면에 나서 힘을 쓰지 않아도, 정치권력이 알아서 삼성의 뜻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몸소 나서야했던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화”된 것이다.

그사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중소기업은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수 백 조에 달하고 있다. 적하효과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져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가 있다는 논리의 시효가 만료됐음을 알리는 순간에도, 재벌에 대한 규제를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는 외침은 요란하다.

삼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검찰이 들어섰다. 검찰은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정권과 재벌의 보위를 담당하는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삼성이 ‘돈’을 무기로 삼았다면, 검찰은 ‘법’이란 이름하에 기소권을 남발하고 있다. 유무죄에 대한 판단보다 반대세력을 겁박하는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탈을 쓰고 제도적인 억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검찰공화국의 진면목이다. 하지만 정권을 뒷받침할 재벌의 시대적 효용이 사라진 지금 검찰공화국의 운명이 자못 불안하다. 

 

이용마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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